남향집, 북향집, 동향집, 서향집.
대개 남향집이 선호되지만, 저마다 나름의 장점이 있다. 동향집은 해가 일찍 들어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좋고, 남향집은 계절별로 해가 적당히 들어 좋다. 심지어 북향집이라도 그 부침(浮沈) 없고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 생각해 보면 '강남'의 많은 아파트도 북향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은 서쪽으로 큼지막한 창문이 있는 서향집이다.
결혼 직후 살았던 두 군데의 집은 모두 남향이었는데, 빌라 지구 한복판에 위치하여 하루에 고작 한 시간 남짓 해가 들었다(그나마도 손바닥만큼이었지만). 빛을 좋아하던 우리 가족에게는 제법 힘든 시간이었는데, 다행히도 그 뒤로는 줄곧 막힘이 없는 서향집에 살며 지난 시간 동안 못 받았던 햇빛을 양껏 받았다.
쉬는 날의 그것보다 더 각별하게 느껴졌던, 일과 후 늦은 시간까지 집에 한가득 들이치던 햇빛. 선물처럼 날마다 달라지는 노을. 아마 이 기간 동안 내 마음속에 '서향집이 최고야'라던가 '아름다운 게 보이는 창(窓)이 좋아'와 같은 생각이 굳게 뿌리내렸으리라.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형 탓인지, 남향에 대한 선호 때문인지 아쉽게도(?) 대다수의 북촌도시한옥은 남쪽이나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서쪽으로 해를 잔뜩 받을 수 있는 필지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떻게 인연이 닿아 그런 집을 구한 만큼 최대한 빛이 오래, 많이 들게 만들어 보고자 노력 중이다.
아참, 그리고 고양이도 확실히 서향집을 좋아한다.
2021.10.20. 가구 가전 사이즈 조사
2021.10.22. 두 번째 디자인 미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