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가까워지기
한동안 책꽂이에 방치되어 있던 <수학의 역사>를 펼치면서 존재 자체를 잊었던 <수학과 가까워지기> 연재를 재개합니다. 7개월 정도 아무 활동을 하지 않으니 기억이 흐릿해지네요.
학창 시절 수포자였던 제가 스스로 수학 책을 펼친 것은 <x의 즐거움>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후에 두 아들은 수포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비슷한 책을 몰아서 읽다가 제풀에 지치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박문호 박사님 소개로 <수학의 역사>를 펼쳤지만 술술 읽히지 않았습니다. 수포자로 산 기간이 길다 보니 배경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수학과 가까워지려는 꿈'은 버리지 않았습니다.[1]
이 글에서는 9장 '해석의 엄밀화'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씁니다.
절대적인 0과 상대적인 0이라... 흥미로운 분별입니다.
라이프니츠는 1695년 <학술기요>지에 발표한 글에서 여러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무한소는 결코 단순한 절대적인 0이 아니라 상대적인 0"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소멸하는 값이지만 소멸하는 동안의 특성을 여전히 유지하는 값이다.
6장 '해석 기하학에서 미적분까지'에서부터 다뤄지던 미분을 둘러싼 이야기는 교과서에 배운 대로 누구 한 사람이 미분을 발명한 것이 아님을 알려 줍니다. 그리고, 수학자들 마저도 논리적 허점을 보인 채로 생을 다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화적 산물이 그렇듯 많은 사람의 협업으로 수학의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영국의 뉴턴 추종자는 미적분과 기하학 및 물리학의 개념을 연관시키는 과정에서 뉴턴이 사용한 '모멘트 (나눌 수 없는 증가량)'와 '플럭션(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값)'의 개념을 혼용해 버렸다. <중략> 뉴턴이 사용한 많은 용어는 실제로 논리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버클리의 지적은 이 사실에 대한 수학자의 관심을 불러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 결과 그 후 7년간 논리적 문제 해결을 위한 30여 종의 소책자와 논문이 쏟아졌다.
그래서 수포자라 수학을 경직된 시선으로 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릴 적 내면의 상처와 화해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나눌 수 없는 증가량'이라는 모멘트의 정의 그리고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값'이라는 플럭션의 정의는 직관적이라 그런지 호감이 갑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를 떠나서 조금 더 훑어보기로 합니다. 위키피디아를 봅니다.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첫 페이지면 충분하네요.
모멘트는 확률과 통계의 개념이라고 합니다. 뉴턴의 정의와는 조금 다른 면이겠죠? 뉴턴의 모멘트는 물리학 개념과 상응하겠네요. 그래서 운동과 기하와 결부된 미분이라는 한계가 있었군요.
위키피디아 정의를 조금 훑어보는 것으로 일부 맥락을 알게 되니 <수학의 역사>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이 조금 밝아집니다. 예를 들어 다음 내용과 같은 것이죠.
미적분학을 기하학에서 떼어내고 이를 산술과 대수학의 기반 위에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오일러가 사용한 방법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또한 이는 실수 체계에 기반을 둔 미적분의 본질에 대한 논증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Fluxion도 위키피디아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정의를 볼까요?
A fluxion is the instantaneous rate of change, or gradient, of a fluent (a time-varying quantity, or function) at a given point. Fluxions were introduced by Isaac Newton to describe his form of a time derivative (a derivative with respect to time). Newton introduced the concept in 1665 and detailed them in his mathematical treatise, Method of Fluxions.[2] Fluxions and fluents made up Newton's early calculus.
뉴턴의 기록도 있습니다.
다른 사전도 찾아봤습니다. 영어 사전을 봐도 일상 낱말로 쓰지는 않는 듯했고, 신기하게도 독일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었습니다.
페북에서 <미적분의 힘>이라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아직 주문하지는 않았습니다. 습관 문지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비슷한 책을 사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다음에 적절성과 타이밍을 판단하고자 합니다.
한편, 어떤 경위로 눈에 띄었는지 불분명하지만 최준석 님 페북 글에서 미분이란 단어가 중국에서 만든 말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아직 9장 '해석의 엄밀화'에서 밑줄 친 내용이 더 남았지만, 다음 글로 넘겨야겠습니다.
[1] 이게 꿈인지 목표인지는 나중에 따져 보기로 합니다.
3. 수와 숫자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