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은 유통기한이 끝나간다

묻고 따져서 개념을 만들고 실행하는 디지털 전환

by 안영회 습작

<소프트웨어가 종말 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이다>를 쓴 직후 구독하는 미라클레터의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를 다룬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월스트리트 SaaS의 종말을 예고하다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라는 말을 듣고 바탕의 현상에 대한 제 생각을 쓴 글이 <소프트웨어가 종말 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이다>입니다. 바탕의 현상은 공유히지만 제가 쓴 글과 미라클레터의 기사는 조망하는 관심사와 가치관과는 전혀 다릅니다.


먼저 미라클레터의 기사를 빠르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난주 4일부터 뉴욕증시가 흔들리더니 전 세계 자본시장 폭락사태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흔들렸는데요. 4일에만 시놉시스 어도비 세일즈포스가 각각 8.46%, 7.31%, 6.85%씩 하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를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가 도래했다고 진단했습니다.

화두로 던져진 사스포칼립스는 월스트리트에서 정의한 단어입니다.

사스포칼립스란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사스(SaaS)와 종말인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수십 년간 인기를 누렸던 소프트웨어 업계가 치명타를 입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즉, 저렴하고 편리한 AI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염려감이 커진 것이죠.


SaaS는 과연 종말 하는가?

이를 보고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정말로 SaaS가 사라질까요?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왜 소프트웨어가 유통업을 먹어치우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유통업의 시장을 빼앗은 현상을 글로 쓴 일이 있습니다. 수치와 변화의 속도를 보면 놀랍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유통업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흔히 '구멍가게'라고 부르던 영세한 지방의 슈퍼마켓이 편의점으로 바뀌는 식으로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전통 산업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현상이 있지만, 단순히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식이 아닙니다.


포탈. 앱과 같은 중간 매체(혹은 미디어)를 공급해서 소비가 벌이지는 방식에 변화를 구사한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인용한 <Death of Software. Nah.>의 저자가 말한 스택(Stack)의 변화를 여기서도 응용해 볼 수 있습니다.

AI-enabled or AI-centric software is simply moving up the stack of what a product is. Software did not create online banks. Banking always required software. Software that faced a consumer, banking or traveling or shopping or reading or viewing, just became an essential part of the bank, travel, etc stack.

결국 SaaS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면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드만삭스는 60%까지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시장이 2030년까지 약 7,800억 달러로 성장하겠지만, 이 가운데 AI 에이전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SaaS 공급자들도 인공지능이 가져온 변화에 적응한다면 그저 사라질 운영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코딩 에이전트뿐 아니라 컴퓨팅 에이전트

계속 미라클레터 기사를 보면 공포를 시각화한 이미지가 보입니다. '클로드 코워크의 바탕화면 한 방 정리'는 제가 기술적 배경을 벗어나 공포를 공감할 수 있게 돕습니다.

지인 중에 몇몇이 바탕화면 정리를 못 하는 사람들을 두고 있어서 그들에게 있어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마법으로 여겨질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지난 몇 주간 제 페북 담벼락을 도배하던 OpenClaw를 소환하게 합니다.

여기에 더해 클로드 리걸 플러그인에 대한 소개를 읽자 깨닫게 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2년 전부터 나왔는데요. 그동안 자본시장은 크게 주목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월 3일에 앤스로픽이 이를 확대 적용한 ‘클로드 리걸 플러그인’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무겁게 바뀌었습니다. 리걸 플러그인은 클로드 코워크를 법률 특화 서비스로 만든 버전입니다. 즉, 변호사들이 반복 수행하는 작업들을 자동화해 주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것이죠.

바로 클로드 코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컴퓨팅 작업이 에이전트로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깨달음입니다.


프로그래밍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에 <프로그래밍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글이지만 다시 보면 글 내용에서 예시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변화에 확실히 가속도가 붙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스트리트는 투자자의 시각을 대표합니다. SaaS 기업이나 SaaS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이나 개인이 주요 이해관계자라고 하겠죠. 하지만, 이와 유사한 기업에 다니는 개발자도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 관점에서 미라클 레터에 눈에 띄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부상으로 한때 '취업 보장 티켓'으로 불리던 컴퓨터공학 전공 역시 취업에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대학 취업률 정보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취업률은 2023년 83.8%에서 2025년 72.6%로 11.2%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카이스트 전산학부는 77.9%에서 69.8%로,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는 81.4%에서 70.3%로 하락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체감이지만, 저도 2022년 이후에 개발자들의 일자리가 급속히 줄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2022년은 이익이 나지 않아도 성장만 하면 투자가 쏟아지던 시대가 저문 때입니다. 투자 시장의 초점이나 정책이 바뀐 직후에 생성형 AI가 등장해서 시장에서 '개발자라는 직종'의 환경을 급격하게 바꾼 듯합니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은 유통기한이 끝나간다

글이 길어져서 생각을 정리할 때가 되었네요. 두괄식으로 써 볼까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은 유통기한이 끝나갑니다


그에 대한 근거는요? 우선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 볼까요? <최고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에 따르면 이미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를 이러한 현상을 이미 소프트웨어 3.0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관점이 아니라 기술의 관점이자 공급자의 관점에 치우쳐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는 근거가 지난 글에서 제가 인용한 a16z 글의 주장입니다. 특정 산업의 현장 경험을 강조하는 다음 글을 앞서 언급한 컴퓨팅 에이전트 개념에 대입해 볼까요?

Domain experience will be wildly more important than it is today because every domain will become vastly more sophisticated than it is now.

클로드 리걸은 컴퓨팅 에이전트의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컴퓨터 사용을 추상화하여 하나의 스택으로 구체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스택 안에 법률가의 전형적인 지식을 활용할 수 있게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것이죠. 최근 우연히 보게 된 요즘IT 글에서 '1인 1 어드민 시대'를 말하는데, 이 역시 컴퓨팅 에이전트 구축을 독려하는 기술 기업 CEO의 비전 제시로 보였습니다.


소프트웨어 3.0이라는 말은 이제 '컴퓨팅 에이전트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라는 말로 대신해도 될 듯합니다.


지난 묻고 따져서 개념을 만들고 실행하는 디지털 전환 연재

1. 뜻밖의 상황에 등장한 '제어 역전'이 주는 지적 자극

2. 대체 전략을 어디에 써먹고 어떻게 실천할까?

3. 욕망에 부합하는 가치와 재미를 전하는 생존 양식

4. 코드 범람의 시대, 데이터 희소의 시대에서 개인의 기회

5. UI 패턴에서 동선 설계로 그리고 메뉴와 내비게이션

6. 우리 업무 프로세스를 위한 프레임워크 정의

7. 빠르게 훑어보고 골자만 추려 쓴 팔란티어 데이터 솔루션

8. 감정을 돌보면 일이 잘 되고, 공감 없는 협업은 없다

9. OTA를 타고 형체도 없이 수입되는 FSD라는 상품

10. 전통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비파괴적 창조가 될 수 있다

11. 기업의 디지털 전환 10년 경험을 꺼내다

12. AI 안경은 스마트폰에 종속된 웨어러블 기기가 될 것

13. 대체 전략을 어디에 써먹고 어떻게 실천할까? II

14. 오너가 실무자가 되어 업무 현장에 나가면 생기는 일

15. 리팩터링은 위험한 일인가? 더 위험한 일은 없는가?

16. 소프트웨어가 종말 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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