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따져서 개념을 만들고 실행하는 디지털 전환
지난주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제목이 <Death of Software. Nah.>라는 a16z에 올라온 글인데, AI로 인해 소프트웨어가 종말 한다는 의견에 반박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한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훌륭한 인터뷰 글을 써 주셔서 인연을 맺었던 황치규 기자님이 이 글을 <소프트웨어의 죽음? 글쎄올시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주신 것을 페북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메일링리스트로 받은 GeekNews의 기사 <우리는 앞으로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때문입니다. SaaS 서비스를 시도했던 제 입장에서는 중대한 문제이고,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어야 이러한 변화를 두고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지난 2021년 반면교사로 배웠던 '적시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CEO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입장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문제를 분명히 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과연, AI로 인해 소프트웨어가 사라질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는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합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과 그 현상이 이미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를 만들도록 장려하는 변화니까요. 그것만 보아도 확률적으로 혹은 인과적 사고로 소프트웨어 개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라는 말에 대해 서로 다르게 규정하거나 가치를 다르게 부여한 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찬찬히 생각을 풀어내기 위해 GeekNews의 기사 <우리는 앞으로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를 보겠습니다.
요즘은 “코드 한 줄도 안 보고” 에이전트에게 맡겨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배포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미지 배경 제거, 간단한 편집기, 리포트 생성처럼 “작고 단단한 유틸리티”도 구독이나 구매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비슷한 수준의 기능을 에이전트가 꽤 빠르게 만들어 주면서 ‘구매할 것인가 vs 구축할 것인가’의 기준선 자체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인용한 구절은 SaaS의 종말을 말하는 듯합니다. 'SaaS의 종말'은 소프트웨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돈을 버는 영리 활동의 종말에 초점이 가 있습니다. '코딩 에이전트'를 이용해 '구입하지 않고' 직접 만들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를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정확한 표현이자 '어그로' 냄새가 짙게 난다고 하겠습니다. SaaS 업자에게 경종을 울리거나 코딩 에이전트의 막강한 힘을 강조할 의도가 있으리라고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종말보다는 '코딩 에이전트의 등장'이나 '코딩 에이전트의 부상' 같은 표현이 더 마음에 드는 표현입니다. (물론, 주목을 끌기엔 엣지가 좀 없는 표현일 수 있는 있죠.)
여기에 대해 저와 비슷한 생각이 담긴 <Death of Software. Nah.>의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AI-enabled or AI-centric software is simply moving up the stack of what a product is. Software did not create online banks. Banking always required software. Software that faced a consumer, banking or traveling or shopping or reading or viewing, just became an essential part of the bank, travel, etc stack.
저자는 '소프트웨어의 죽음'으로 과장되어 전파되는 말에 대해 그저 소프트웨어의 형상이 바뀔 뿐이라고 말하며, 개발자들에게는 익숙하고 (영어를 쓰지 않는) 비개발자들에게는 생소한 스택(stack) 개념으로 현상 변화를 설명합니다.
Stack (abstract data type), abstract data type and data structure based on the principle of last in first out
마이크로 소프트 사장 출신이라는 시노프스키의 글의 다른 내용을 보면 그의 의도를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온라인 뱅킹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은행원들이 쓰던 소프트웨어를 소비자가 직접 쓰게 만든 거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커머스도 마찬가지고, TV나 비디오 대여 대신에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는 중에도 갈등을 합니다. 이미 정립된 이야기나 주장을 펼치는 글이 아니라 최근의 현상을 다룬 기사들을 보며 쏟아지는 생각을 차리고 정리하려다 보니 마치 현장의 취재하는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해지는 듯합니다. 어디에 요점을 둬야 할지 결정하지 않는다면 중언부언하거나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이 글을 결론을 내리고 나서 해당 기사들이 물꼬를 튼 생각들을 덩어리로 묶어 글을 쓰기로 합니다. 며칠 전에 페북에 공유했던 a16z의 글은 바이브 코딩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민주주의'를 열려면 이를 돕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대표적으로 벤처 기업을 키우는 회사인 a16z의 블로그 제목 자체가 'It's time to build'란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이들은 이제 봇물이 터졌으니 인공지능 기술과 자신들이 공급하는 자본이나 노하우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 기회를 잡으라고 독촉하는 듯합니다. 다시 인용한 글로 돌아가면 현재 수준에서 바이브 코딩을 하려면 터미널을 사용할 수 있어야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전체 1% 밖에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That’s maybe 1% of the population.
더 늘어나야 하고, 더 늘리겠다는 욕망으로 쓴 글이겠죠.
이제 다른 맥락으로 관련한 생각들을 더 써나갈 것입니다. 그전에 앞서 펼친 이야기들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종말(혹은 죽음)'이라고 쓰는 과장된 표현은 실리콘밸리가 SaaS에 대한 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딩 에이전트의 발달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인용했던 a16z의 글들처럼 변화를 희망하고 끌고 가는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나 위상은 견고합니다. 그저 쓰이는 모양과 만드는 방식이 달리질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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