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전쟁과 진화의 힘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이어서 <Same as Ever>의 13장 '희망과 절망Elation and Despair'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씁니다.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희망의 원어가 Elation인데,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봅니다.

'희망'으로 일대일 대응시키는 것이 어색해서 퍼플렉시티에 물으니 이렇게 답합니다.

Elation은 큰 승리나 성공 후 느끼는 의기양양함, 환희, 또는 현기증 날 듯한 설렘을 표현합니다. Cambridge 사전에서는 "extreme happiness or excitement"로 정의되며, Merriam-Webster에서는 "pathological euphoria"까지 포함될 만큼 강렬합니다.

낱말만 보면 '환희'가 보편적인 해석인 듯합니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모두를 지혜롭게 다루기는 꽤 어렵다. 비관론은 낙관론에 비해 지적인 관점에서 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리므로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또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게 하므로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낙관론도 똑같이 중요하다. 당장은 상황이 암울해 보일지라도 앞으로 분명 나아지리라는 믿음은, 단단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부터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서 꼭 필요하다.

최봉영 선생님 덕분에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며 생긴 습관이 발동했습니다.[1]


최고의 재정 전략은 비관론자처럼 저축하고...

저의 투자 활동에서 추가할 목표가 생겼습니다.

최고의 재정 전략은 비관론자처럼 저축하고 낙관론자처럼 투자하는 것이다.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현재에서 그 미래로 가는 길에서 실패와 절망, 충격을 끊임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 이 둘의 조합은 역사 곳곳에서 그리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목격된다.

저자가 더 멋진 느낌의 표현으로 계속 설명합니다..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 그 균형이 중요하다. 얼핏 들으면 잘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균형은 상당히 큰 힘을 발휘한다.

더불어 심리학적 개념인 '우울한 현실주의'도 소개합니다.

심리학자 로런 앨로이Lauren Alloy와 린 이본 에이브럼슨Lyn Yvonne Abramson은 ‘우울한 현실주의 depressive realism'라는 인상적인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우울한 사람이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위태로운지에 관해 더 현실적인 감각을 지니기 때문에 세상을 더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한 현실주의의 반대는 '무지한 낙관론 blissfully unaware'이다.

여기서 첫 번째 서비스 개발 경험이 그야말로 '무지한 낙관론'의 전형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언러닝UNLEARNING>을 읽고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은 곤경에 빠지는 원인이다>를 쓰면서 감지는 했으나 설명할 수 없었던 저의 무지가 무엇인지 단 며칠 만에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제 자신의 경험 속에서도 언러닝 능력 부족을 확인할 수 있을 테지만, 아직 개념이 서지 않았거나 성찰이나 분석이 부족한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무지한 낙관론이라는 굉장히 위험한 사업 태도였습니다.


중용의 미덕과도 비슷한 우울한 현실주의자의 태도

그를 잘 아는 이들에게는 빌 게이츠가 '우울한 현실주의자'의 상징이었던 모양입니다.

게이츠 역시 낙관적 태도와 자신감, 그리고 강한 비관론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생존을 위해 눈앞의 위험에 대비할 만큼 충분히 비관론적이어야만 장기적인 낙관론을 견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동양에서 강조하던 '中庸' 개념을 서양에서도 긍정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중간이다. 나는 그것을 합리적 낙관론자라고 부른다. 합리적 낙관론자는 인간의 현실이 언제나 문제와 절망과 실패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그런 장애물도 결국엔 발전을 막을 수 없다고 믿으며 낙관적 시각을 유지한다.


진화의 핵심은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14장 '완벽함의 함정'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씁니다.

진화의 핵심은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점이다. 지구에 살았던 종의 99퍼센트가 이미 멸종했고 나머지도 결국엔 멸종할 것이다. 항상 모든 것에 적응하는 완벽한 종은 세상에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적인 진리는 어쩐지 직관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화의 핵심이 바로 모든 생명체가 죽는다는 사실에 있다는 점'이 그런 느낌을 줍니다. 또한, 생명의 불완전함이 바로 진화의 동력이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도록 진화하는 종은 없다. 하나의 능력이나 특성이 완벽해지면 결국 생존에 필수적인 다른 능력이나 특성을 잃기 때문이다.

더불어 'Stay hungry, stay foolish'류의 교훈도 비슷한 이치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연구 성과를 위해서는 항상 일을 덜하라

뒤이어 저자는 또 다른 역설을 알려줍니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는 비결은 항상 조금씩 덜 일하는 것이다. 몇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 결국 몇 년을 낭비하게 된다."

훌륭한 성과의 비결이 조금씩 덜 하는 것이랍니다. 그것도 '항상' 말이죠.

트버스키가 한 말의 포인트는 이것이다. 창의력을 발휘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공원을 거닐거나 소파에서 아무 생각 없이 빈둥거리는 시간이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 약간의 비효율성은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거를 제시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일터 바깥에서, 즉 자유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보낼 때 해결되는 것이다.

이어서 아인슈타인의 말도 인용합니다.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변을 오래 산책한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연구가 풀리지 않을 때는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응시하면서 머릿속 상태를 마음속에 시각적으로 그려본다.


단순한 예측에 만족하면 시간과 힘을 다른 데 쓸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사업과 같은 제 직업 모두 경계가 애매합니다.

생각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사실상 일의 시작과 끝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없다. 따라서 머리를 비우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두지 않고 줄곧 책상에 앉아 일만 하면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

마침 지난주 <대체 전략을 어디에 써먹고 어떻게 실천할까? II>를 쓰면서 시간을 '세션'이라는 이름으로 나누고, 결과물이 지향할 목적을 세션 이름으로 쓰는 제 전략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와 비교해 보면 저자가 말하는 방법은 일종의 환기나 새로고침(혹은 컴퓨터의 리셋)과 비슷한 방법 같습니다. 어쩌면 그걸 넘어서 우주(환경)와 그대로 만나서 다시 영감을 얻는 것일 수도 있고요.


한편, 집중 투자에 반하는 분산 투자의 본질적 이점을 말합니다.

집중 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분산 투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소유할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잘 생각해 보면 약간의 비효율성을 허용하는 것이 이상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을 제시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예측에 만족하면,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투자 행동을 탐구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만일 종일 다음 분기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작업에만 골몰한다면 그런 활동을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예측 기계로 작동하는 뇌를 그 용도로는 절제해서 쓴다면 더 나은 일에, 다시 말해서 통제력을 더 갖는 일에 시간과 힘을 다른데 쓸 수 있다는 비법을 소개합니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더 완벽해지려 할수록 여러 면에서 더 취약해짐을 잊지 말자.


주석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여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Same as Ever>를 읽고 쓰는 독후감

1.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2.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3.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기적을 경험한다

4.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5. 인간은 늘 감정과 비합리성에 지배당했다

6. 최고의 순간에 찾아오는 악마를 대비하라

7.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8.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9. 성장과 발전은 그것을 막는 힘과 싸워야 한다, 언제나

10. 전쟁과 진화의 힘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9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91.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192.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193.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194.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195. 킹메이커 피터 틸과 파운더스 펀드의 동지들

196. 성장과 발전은 그것을 막는 힘과 싸워야 한다, 언제나

197. 해마가 만드는 기억과 아미그달라(편도체)가 만드는 기억

198. 전쟁과 진화의 힘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

199. 뉴-아메리카의 마에스트로가 된 실리콘밸리의 마스터

200. 뇌 속에는 외계인 같은 낯선 기계적 서브 루틴이 있다

201. 2025년 독서 목록과 독후감에서 보이는 행동 분석

202.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은 곤경에 빠지는 원인이다

203. 우리는 접근할 수 없는 현미경적인 역사의 소산이다

204. 남은 반평생을 인터스텔라 시대를 여는데 바치려는 사람

205. 미래지향적이고 뇌와 조화를 이루는 사법 시스템

206. 일론 머스크가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단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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