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이고 뇌와 조화를 이루는 사법 시스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우리는 접근할 수 없는 현미경적인 역사의 소산이다>에 이어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의 6장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틀린 질문인 이유'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책임 묻기에서 생물학적 설명으로

저자의 주장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문장입니다.

책임 묻기에서 생물학적인 설명으로 태도가 바뀐 원인이 무엇일까?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아마도 약물 치료의 효과일 것이다. 환자를 아무리 구타해도 우울증을 쫓아버릴 수 없지만, 플루옥세틴이라는 작은 알약 하나가 효과를 발휘할 때가 많다. 조현병 증상을 구마 의식으로는 극복할 수 없지만, 리스페리돈이라는 약으로는 조절할 수 있다. 조증은 대화나 사회적 배척이 아니라 리튬에 반응한다.

과거에 HBR에서 보건 의료 분야가 발전이 아주 더딘 산업이라는 기사를 보고 충격받았던 일이 배경 지식으로 작동하는 듯합니다.

뇌 회로에 대한 지식이 늘어갈수록, 우리의 답은 환자의 자제력과 의욕 부족을 탓하는 쪽에서 멀어져 생물학적인 세부사항 쪽으로 옮겨간다.

fMRI에 대한 이야기는 박문호 박사님에게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입니다.

현대의 뇌 촬영 기술은 우주왕복선에 타고 있는 우주비행사에게 창문을 내다보며 미국의 상황을 판단해 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틀린 질문인 이유

2007년 6월 말, 스테로이드 분노라고 불리는 분노 발작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온 벤와는 아들과 아내를 죽인 뒤, 자신이 사용하던 헬스 기계에 목을 매고 자살했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저자 덕분에 처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중독이 생물학적인 문제이고 약물이 뇌의 회로를 바꿔놓는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지만, 중독자가 처음 마약에 손을 대는 행위는 그의 책임으로 해석될 때가 많다. 이 스펙트럼에는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가릴 때 흔히 보여주는 직관적인 생각이 포착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오한 문제가 하나 있다. 기술이 앞으로 계속 발전하면서 뇌 활동을 측정하는 우리 솜씨가 좋아지면, 구분선이 점점 오른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점.

그리고 마치 범죄 행위를 질병처럼 다룰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도 해 봅니다.

신경과학이 지금보다 잘 설명해 줄 것이다.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뇌의 세세한 특징이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알아내는 우리 솜씨가 좋아질수록, 더 많은 변호사가 생물학적인 경감 사유를 내세울 것이며 더 많은 배심원이 피고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현재의 기술적인 한계가 유무죄를 가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사법 시스템이 지금은 유죄라고 판결한 사람에 대해 10년 뒤에는 무죄라고 판결한다면, 유죄라는 말이 분명한 의미를 지닐 수 없다.

하지만, 생소해서 그런지 급진적인 생각이란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어디까지가 생물학적인 요인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책임인가?"라고 묻는 것이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 질문이 무의미해진 것은, 두 가지가 똑같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요인과 자발적인 결정을 의미 있게 구분할 수는 없다.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저자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내 주장에서 변하지 않는 기본선은, 범죄자를 항상 다른 행동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 행동 자체를 뇌의 이상상태를 알리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기술로 문제를 정확히 집어낼 수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 그렇다면 신경과학 전문가 증인에게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미래지향적이고 뇌와 조화를 이루는 사법 시스템

그리고, 저자와 같은 전문가가 할 수 있는 말이죠.

통계적 방법의 예측 능력을 정신과의사, 가석방위원의 예측 능력과 비교하면 후자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숫자가 직관을 이긴다. 지금은 전국의 법정에서 징역 기간을 결정할 때 이런 통계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진보(進步)라고 할 수 있겠죠.

뇌과학을 여기에 도입한다면(예를 들어 뇌 촬영 연구) 예측 능력은 더욱더 향상될 것이다.

우리의 감옥도 미국과 비슷할까요?

감옥은 이제 사실상 정신보건센터가 되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 우선 미래지향적인 사법 시스템은 범죄 행동을 일종의 질병으로 보고 생물학적인 지식을 개별화된 재활에 활용할 것이다. <중략> 의회 의원과 유권자 대다수는 범죄자를 이미 수용 한도를 넘긴 교도소로 보내는 대신 재활시키는 쪽을 선호한다. 그러나 재활 방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뇌가 라이벌로 이루어진 팀이란 사실은 앞서 계속 설명했습니다.

우리 제안의 출발점은 뇌가 라이벌들로 이루어진 팀이며, 여러 신경집단이 뇌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지식이다. 경쟁이라는 말은 곧 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범죄자 대다수가 지닌 공통 문제를 짚어 냅니다.

충동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나아가 저자는 '전전두엽 훈련'이라는 희망을 제안합니다.

장기적인 사고를 담당한 전전두엽의 신경회로가 유혹 앞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전두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마치 전쟁과 경제 붕괴가 한창일 때 온건한 정당에 표를 주려고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우리가 제시하는 새 재활 전략은 단기적인 회로를 무찌를 수 있게 전두엽을 연습시키는 것이다. 내 동료인 스티븐 라콘트와 펄추는 이 목적을 위해 뇌 촬영으로 받는 실시간 피드백을 이용하고 있다.

전전두엽 훈련을 통해 뇌 안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라이벌들로 이루어진 민주적인 팀이라는 비유를 다시 가져오자면, 우리가 제시한 방법의 요점은 훌륭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전전두엽 훈련은 여러 파벌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논쟁을 벌이고 성찰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도록 설계되었다.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고결한 사람이다

또한, 전전두엽 훈련은 성숙해지는 과정과 비슷한 패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사람이 성숙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십 대의 뇌와 성인의 뇌에서 가장 다른 점은 전두엽의 발달이다. 인간의 전전두엽 피질은 이십 대 초반에야 비로소 완전히 발달하기 때문에, 십 대들은 충동적인 행동을 하곤 한다. 전두엽이 때로 사회화 기관이라고 불리는 것은 가장 다듬어지지 않은 충동을 진압하는 신경회로를 발달시키는 것이 곧 사회화이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인용한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고결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전전두엽 훈련을 마친 뒤에도 초콜릿케이크에 대한 갈망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갈망에 지지 않고 극복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율리시스의 계약처럼 사회적 장치를 만들자는 제안을 훌륭한 발상입니다.

사회적인 정책으로 바랄 수 있는 것은 충동적인 생각이 행동으로 기울어지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인간의 평등은 이상향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기 어렵다

나아가 멋진 비유와 함께 과학자다운 지적을 합니다.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지 않았다. 이 이슈를 그냥 감춰 두는 편이 최선인 것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사실은 이런 다양성이 진화의 엔진이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평등은 신화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런 다양성이 사법 시스템에는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전제가 사법 시스템의 부분적인 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평등하다는 신화는 모든 사람의 의사결정 능력, 충동조절, 결과를 이해하는 능력이 똑같다고 가정한다. 훌륭한 생각이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훌륭한 생각이고 인간 사회가 지향할 이상향이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일이죠.

신경과학이 발전하면, 조악한 이분법적 카테고리가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모든 뇌가 똑같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며 똑같은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믿는 척하는 대신, 개인별 맞춤 선고와 재활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현상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구분하는 것이 과학적 시각의 출발인 듯합니다.


교정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선고

하지만, 저자도 현실적인 한계를 말합니다.

행동을 교정할 수 있을 때에만 벌을 내리는 것이다. 몽유병 상태에서 한 행동은 교정할 수 없으므로, 그런 행동을 처벌하는 것은 잔인하고 무익한 일이다. 나는 언젠가 우리가 신경가소성을 기반으로 처벌을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신경가소성을 기반으로 처벌한다니? 참으로 과학적인 발상입니다.

전두엽이 더 발달해야 하는 십 대처럼 교정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가혹한 처벌(여름 내내 채석장에서 일하기)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전두엽이 손상되어 사회화가 불가능한 사람은 국가가 그의 자격을 정지하고 시설에 수용해야 한다.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면 격리하자는 실용적 제안입니다.

앞의 다섯 장에서 우리는 고삐를 쥔 사람이 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행동, 동기, 신념을 선택하거나 설명할 능력이 사람에게 별로 없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대를 거치며 진화와 경험으로 형성된 무의식적인 뇌가 방향타를 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분들은 앞선 구절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내가 싸워야 하는 가장 커다란 적은 사람의 행동과 내적인 차이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이 늘어나면 우리가 범죄자를 용서하고 더 이상 사회에서 격리시키지 않게 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다. 생물학적으로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범죄자의 죄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뇌과학은 사법 시스템을 향상할 뿐, 그 기능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가 문제없이 돌아가게 하려면, 지나친 공격성, 공감능력 부족, 충동조절 능력 부족을 드러낸 범죄자들을 격리시켜야 한다. 미래에도 그들은 정부의 관리를 받을 것이다.

한편, 앞선 구절을 읽을 때면 마치 <팩트풀니스> 저자의 태도와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방식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선고와 새로운 형태의 재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처벌을 강조하는 지금의 체제에서 뇌의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모두 인식하고 의미 있게 대처하는 체제로 바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용할 구절에서는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사회운동이나 인권운동의 면모가 보이는 듯합니다.

잘못의 책임이라는 개념을 교정 가능성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이 용어는 이렇게 묻는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재활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징역형으로 미래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를 감옥으로 보낸다. 만약 처벌로 효과를 볼 수 없다면 응보가 아니라 자격정지를 위해 국가가 그를 관리한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를 읽고 쓰는 독후감

1.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2.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3. 관념계 여행과 무의식에 밀항하는 자아

4.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5.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6. 경험의 해체와 인간 관찰력의 한심함에 대하여

7.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8.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9.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2.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3.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4.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육감이 필요하다

15.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6.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7.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9.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20. 해마가 만드는 기억과 아미그달라(편도체)가 만드는 기억

21. 뇌 속에는 외계인 같은 낯선 기계적 서브 루틴이 있다

22. 우리는 접근할 수 없는 현미경적인 역사의 소산이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92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92.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193.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194.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195. 킹메이커 피터 틸과 파운더스 펀드의 동지들

196. 성장과 발전은 그것을 막는 힘과 싸워야 한다, 언제나

197. 해마가 만드는 기억과 아미그달라(편도체)가 만드는 기억

198. 전쟁과 진화의 힘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

199. 뉴-아메리카의 마에스트로가 된 실리콘밸리의 마스터

200. 뇌 속에는 외계인 같은 낯선 기계적 서브 루틴이 있다

201. 2025년 독서 목록과 독후감에서 보이는 행동 분석

202.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은 곤경에 빠지는 원인이다

203. 우리는 접근할 수 없는 현미경적인 역사의 소산이다

204. 남은 반평생을 인터스텔라 시대를 여는데 바치려는 사람

205. 미래지향적이고 뇌와 조화를 이루는 사법 시스템

206. 일론 머스크가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단 하나의 이유

207.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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