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뇌 속에는 외계인 같은 낯선 기계적 서브 루틴이 있다>에 이어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의 6장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틀린 질문인 이유'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내용이 길어서 두 편으로 나눠서 씁니다.
인도 친구 프라카시 덕분에 다음 내용을 받아들이기 쉬워졌습니다.
뇌에서 화학물질의 균형이 조금만 바뀌어도 행동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 환자의 행동을 생물학적인 현상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사람의 행동이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 (예를 들어, "난 의지가 강하니까 도박하지 않아")라고 믿고 싶어도, 아동성애에 빠진 알렉스나 절도를 저지르는 전측두엽 치매 환자나 도박하는 파킨슨병 환자 같은 사례를 보면서 그런 믿음을 더 세심하게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모두 똑같이 '자유롭게' 선택하지는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다름 아닌 <감정을 돌보면 일이 잘 되고, 공감 없는 협업은 없다>를 쓰면서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화학물질의 영향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거기에 바탕으로 두면 저자의 논리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성인은 똑같이 건전한 선택을 할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생각이지만, 틀렸다. 사람의 뇌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저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저자의 화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잘못의 책임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자랄지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태어날 환경을 정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범죄자의 입장이 되었다고 상상하면서 "음, 나라면 그런 짓을 안 했을 거야"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문제가 있다.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코카인, 납, 신체적 학대 등에 노출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와 범죄자는 다른 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서로의 입장이 될 수 없다. 범죄자의 삶을 상상해보고 싶어도 잘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명백한 증거를 내놓습니다.
어느 특정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882퍼센트나 높다. 아래 표는 미국 법무부 통계인데, 내가 이 특정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저지른 범죄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저지른 범죄로 나눠서 표시했다.
범죄를 질병으로 볼 수도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인류 중 약 절반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유전자가 없는 나머지 절반에 비해, 그들이 훨씬 더 위험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논쟁의 여지조차 없다. 교도소 재소자 중 압도적인 다수와 사형수 중 98.4퍼센트가 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리고, 멋진 은유까지 이어집니다.
사람의 됨됨이는 의식이 접근할 수 있는 수면보다 훨씬 아래에 존재하며, 세세한 부분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우리에게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던 순간을 말한다.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됨됨이는 분자 수준의 청사진(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핵산 띠에 새겨진 일련의 암호들)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스스로 접근할 수 없는 현미경적인 역사의 소산이다.
계속해서 밑줄 친 내용을 봅니다.
천성이냐 교육이냐를 따질 때 중요한 것은 둘 중 어느 것도 우리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략> 이것들은 시민이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카드다.
이미 2021년 스스로의 경험을 <저는 의지를 믿지 않습니다>로 썼던 저는 당연히 '자유의지'는 대부분은 충동에 그치기 쉽다고 믿습니다.
한편, 저자는 사법 시스템이 지니는 맹점을 지적합니다.
사법 시스템이 인간을 다룰 때는 우리에게 정말로 자유의지가 있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삼는다. 자유로운 존재라는 인식이 판단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신경회로가 근본적으로 코끼리의 신경회로와 같은 알고리즘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간과 동물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지만, 이는 뇌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동안 우리가 진리라고 믿었던 사법적 상식이 노후화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포유류 동물들의 뇌는 서로 아주 미세하게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신경회로 어디에 슬쩍 자리 잡고 있을까?
난해한 책이었던 <데카르트의 오류>가 배경 지식으로 작동하는 듯합니다. 뇌과학 배경 지식이 없는 분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일까요?
생물학적인 법칙과 이 직관적인 사법 시스템이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의 이 모습이 되는 데에는 방대하고 복잡한 생물학적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백지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 마음대로 세상을 받아들여 자유로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시작의 기술>에서 무의식의 행동 통제가 95%라고 합니다.
핵심적인 의문은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근본적으로 자동조종인가, 아니면 생물학의 원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선택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가이다.
그렇다면, 5%는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의미인가요?
만약 자유의지가 몸의 행동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려면, 뇌에서 항상 벌어지는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의지가 적어도 일부 뉴런과 물리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그에 대해 부정적인 듯하네요.
뇌의 모든 부분은 다른 부분과 조밀하게 연결되어 조종당한다. 그렇다면 뇌의 어떤 부분도 독립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지닌 과학지식으로는 자유의지가 슬그머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물리적인 틈새를 뇌에서 찾을 수 없다.
<신체에 마음을 두다>를 쓰며 어렵게 이해하려 노력했던 내용들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금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존재(자유의지)와 물리적인 존재(뇌의 여러 부위들)의 상호작용이라는 문제 주위에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정확한 이해는 불가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행히 의식을 브리핑을 받는 것이라는 앞선 비유가 생각납니다.
의식을 다시 신문에 비유하면, 우리가 방금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는 굉장한 생각을 해냈다는 소식을 받기 전에 뇌가 막후에서 열심히 움직이고(신경연합 결성, 행동 계획, 여러 계획을 놓고 투표) 있는 것 같다.
저자는 또 복습도 시켜줍니다.
명령체계에서 의식이 가장 마지막으로 정보를 받아본다는 말이 사실인가? <중략> 리벳 자신도 이 가능성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우리가 거부권이라는 형태로 자유를 유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을 닮았다고 믿는 서양인들은 자율성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을 듯합니다.
사람들은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살리기 위해 여러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직은 찾지 못한 듯합니다.
양자물리학의 아버지들은 이 새로운 학문이 자유의지를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하지 못했다. 확률로 움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시스템은 어느 모로 보나 결정론적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선택권이 없다는 점에서 두 시스템이 같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리는 수단이 동전 던지기든 당구공이든 우리가 원하는 자유와는 같지 않다.
다음 글에서 계속합니다.
1.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2.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4.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5.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7.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8.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9.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2.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3.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5.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6.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7.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9.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20. 해마가 만드는 기억과 아미그달라(편도체)가 만드는 기억
21. 뇌 속에는 외계인 같은 낯선 기계적 서브 루틴이 있다
(188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191.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192.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193.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196. 성장과 발전은 그것을 막는 힘과 싸워야 한다, 언제나
197. 해마가 만드는 기억과 아미그달라(편도체)가 만드는 기억
198. 전쟁과 진화의 힘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
199. 뉴-아메리카의 마에스트로가 된 실리콘밸리의 마스터
200. 뇌 속에는 외계인 같은 낯선 기계적 서브 루틴이 있다
201. 2025년 독서 목록과 독후감에서 보이는 행동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