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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발전은 그것을 막는 힘과 싸워야 한다, 언제나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에 이어서 <Same as Ever>의 11장 '비극은 순식간이고, 기적은 오래 걸린다Overnight Tragedies and Long-Term Miracles'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씁니다.


길고 커다란 바람이라면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다음 문장을 공감하며 읽은 후에

좋은 일은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 일어나므로 시간이 걸리지만, 나쁜 일은 갑작스러운 신뢰 상실이나 눈 깜짝할 새에 발생한 치명적 실수 탓에 일어난다.

사례를 떠올려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잘 떠오르지 않고, <희망과 고통을 모두 만들어 내는 생각에 대처하기>에서 인용한 이미지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생각해 보니 '좋은 일'의 정의에 답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좋은 일'이 그 결과가 '성공'이라 부를 만한 '바람이 길고 컸던 것'으로 풀이하면, 삶의 순간에 닥쳐오는 다양한 환경 변화와 감정 변화에도 불구하고 운과 의지가 함께 할 때 가능한 결과라고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까지를 포함한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1]


사람들은 편향에 갇혀서 사실을 알아보는데 서툴다

쉽게 이해가 되는 말입니다.

워런 버핏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다.

하지만, 이 말이 사람들이 현재를 산다는 말의 다른 말처럼 느껴집니다. 지나간 과거가 아무리 영광스럽다 해도 사람들은 현재의 쾌락과 고통에 반응하며 금세 기억을 덮어쓴다는 말이니까요.


테슬라 FSD 한국 진출 후 벌어지는 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알아채는 데에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린다. 그리고 그 기술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더 걸린다.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잠재력을 완전히 인정받아 즉시 대중에게 채택되는 신기술이 있을까? 없다.

제가 <OTA를 타고 형체도 없이 수입되는 FSD라는 상품>이라는 글을 쓴 배경과 맥락이 닿습니다.

대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혁신을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팩트풀니스> 내용이 떠오릅니다.

50세 이상 미국인의 경우 태어난 시점과 비교할 때 현재는 일인당 실질 GDP가 적어도 두 배 이상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날 당시의 세상은 기억하지 않는 법이다. 발전이 늘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최근 몇 개월만 기억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갖은 편향을 보지 못해서 사실을 알아보는데 서툽니다.


성장과 발전은 언제나 그것을 지연시키는 힘에 맞선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 집중을 부릅니다.

회복이나 발전이 그처럼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성장과 발전은 언제나 그것을 지연시키는 힘이나 장애물에 맞서 싸워야 한다.

10년의 디지털 전환 노력을 저자가 이해해 주는 듯하여 위로가 됩니다. 더불어 성장과 발전의 추진체나 조직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사회적 힘을 얻는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됩니다. (우주와 같은) 총체의 입장에서는 결국 성장과 발전이라는 일부 개체의 믿음을 동력 삼아 끊임없는 변화를 만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싸우고, 새로운 사업 모델은 시장의 기존 주자와 싸우고, 초고층 빌딩이 올라가려면 중력과 싸워야 한다. 언제나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역풍이 존재한다.

중력이라는 표현이 나오니 구글의 AI제품 이름은 'antigravity'가 떠오릅니다. 퍼플렉시티에 따르면 작명 근거는 '개발자를 짓누르는 반복 업무와 복잡한 개발 워크플로라는 중력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라고 합니다. 제가 짐작한 작명 근거는 구글이 경쟁하는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중력'과 도 같은 압박에 맞서 싸우기 위한 제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편, 저자는 성공과 달리 몰락이 빠르게 목격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몰락의 기미가 보이는 무언가는 모두가 피하려 한다. 거기에 개입해 몰락을 늦추려고 시도하는 누군가는 있을 수 있지만, 망해가는 무언가는 회복과 발전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 노력할 다수의 외부인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발전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만 무너지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발전하는 것이 받는 관심은 아이러니하게 지지가 아니라 중력과 저항으로 작용하는군요. 더불어 최근에 다시 읽은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말한 성공 공식이 떠오릅니다. 성공 공식은 모든 핵심 요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의 곱이죠. 다시 말해 하나라도 허투루 하면 실패한다는 말입니다.


나쁜 뉴스가 온통 떠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니 저자의 메시지가 또 다른 느낌으로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인간 한 명이 만들어지려면 수백억 개의 단계가 올바른 순서로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죽는 데에는 한 가지 일만 일어나면 충분하다. 인간 배아는 5주만 지나면 뇌와 심장, 췌장, 간, 담낭을 갖춘 상태가 된다. 갓 태어난 아기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와 250조 개의 시냅스,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11개의 기관계, 그리고 고유의 성격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생명체다.

다시 한번 앞서 말한 성공 공식이 떠오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했다."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반면 전쟁은 단 한 명의 나쁜 선택만으로도 벌어질 수 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의 성공 공식을 떠올리니 다음 문장이 다시 읽힙니다.

대개 발전에 관한 뉴스와 좋은 뉴스는 일어나지 않은 일과 관련되고, 나쁜 뉴스는 이미 일어난 일과 관련된다.

곱셈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식별하는 일의 다른 이름이 인수분해입니다. 모든 인수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관심을 받는 인수 하나를 두고 성공을 논하는 방식이 이야기꾼에게 유리할 듯합니다. 반면에 실패에 영향을 준 요인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이야기를 꺼내기 쉬운 이치를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의 성공 공식 덕분에 깨닫게 됩니다.


복리나 지수 함수에 대한 무지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

그 여파로 다음 내용에서도 '측정하기는커녕'이라는 수사가 강렬하게 다가옵니다.[2]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사망, 걸릴 수도 있었지만 예방한 질병,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발생하지 않은 전쟁, 우리를 덮칠 수도 있었지만 우리를 피해 간 비극, 생길 수도 있었지만 미리 막은 부당한 시스템. 이런 것들이 좋은 뉴스다. 이것은 사람들이 측정하기는커녕 이해하거나 상상하기도 어렵다.

더불어 드러커가 전한 '측정의 어려움'을 다시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내용이지만 다음 문장에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우리는 얼마만큼 발전할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마치 저의 '복리 효과'에 대한 무지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파이낸셜 프리덤'이라는 다소 모호한 상태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흥미롭게도 다음 구절을 통해 저자는 일종의 지수 효과에 대한 무지는 저만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줍니다.

만일 내가 "50년 후에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지금보다 두 배 부유해질 가능성이 얼마일까?"라고 묻는다면 가당찮은 얘기로 들릴 것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낮아 보인다. 지금보다 두 배'나 부자가 된다고? 재산이 '곱절'로 늘어난다고? 너무 야심 찬 목표 같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50년 동안 평균 연간 성장률 1.4퍼센트를 달성할 가능성이 얼마일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비관론자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1퍼센트? 고작?" 그러나 위 둘은 똑같은 얘기다. 우리는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다.


주석

[1] 제 말로는 '꾸역꾸역'이라고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습니다.

[2] 수학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무리한 충동도 잠시 일었습니다.


<Same as Ever>를 읽고 쓰는 독후감

1.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2.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3.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기적을 경험한다

4.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5. 인간은 늘 감정과 비합리성에 지배당했다

6. 최고의 순간에 찾아오는 악마를 대비하라

7.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8.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80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80.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181.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183.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84.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85.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

186.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187.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기적을 경험한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189. 인간은 늘 감정과 비합리성에 지배당했다

190. 최고의 순간에 찾아오는 악마를 대비하라

191.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192.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193.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194.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195. 킹메이커 피터 틸과 파운더스 펀드의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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