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에 이어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의 5장 '뇌는 라이벌로 이루어진 팀'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저자가 핵심 사항에 초점을 맞추느라 단순화한 점을 설명합니다.
라이벌들로 구성된 팀이라는 틀을 설명하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신경의 해부학적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이성 시스템과 감정 시스템으로 나눴다. 그러나 뇌 안에서 경쟁하는 파벌이 이 둘 뿐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다. 이 둘은 라이벌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생각해 보면 양당제 구조에서도 완벽하게 응집력이 발휘되지는 않습니다. 보통 다수 당 안에서 또 다양한 파벌과 의견이 존재하잖아요?
이어서 다음 다발말[1]을 볼 때는 뇌에 대한 몇 가지 이분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뇌 분할 연구의 선구자(이며 그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인 신경생물학자 로저 스페리는 뇌를 "의식을 지닌 두 개의 분리된 영역, 감각을 느끼고, 지각하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두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두 반구는 서로 경쟁하며 한 팀을 이룬다.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그중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써온 좌뇌-우뇌 구분과 차이가 궁금해 퍼플렉시티에게 물은 후 표로 요약했습니다.
절묘한 묘사가 또 이어집니다.
우반구와 좌반구는 서로 복사본이라고 해도 될 만하다. 한쪽을 제거해도, 대략 중복되는 기능을 가진 다른 한쪽이 아직 남아 있다. 정치의 양당과 같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사라진다 해도 남은 한 당이 계속 국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당의 시각은 조금 달라도, 국가는 계속 돌아간다.
하지만, 과거에 통용되던 '좌뇌-우뇌' 구분과 내용이 충돌하여 다시 퍼플렉시티에게 정리를 요구했더니 '좌뇌-우뇌'는 신화라고 합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뇌 안의 라이벌 관계는 지금까지 내가 소개한 것보다 훨씬 더 많고 훨씬 더 미묘하다. 뇌에는 서로 영역이 겹쳐서 같은 과제를 담당하는 소형 하위 시스템이 가득하다.
인공지능 기술의 보편화로 인해 '신경망 구조' 같은 개념이 떠오릅니다. 인공지능 업계에서 흔히 '연결주의'라고 부르는 내용이죠.
그리고 기억이 성격이 다르게 중복 저장된다는 설명을 합니다.
자연은 기억을 저장하는 메커니즘을 한번 이상 창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평범한 상황에서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영역에서 단단하게 굳어진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라든가 강도 사건 같은 무서운 상황에서는 편도체라는 영역이 별도의 독립적인 기억 트랙에 기억을 저장한다. 편도체 기억은 성격이 조금 달라서, 지우기가 어렵고 때로 '플래시'처럼 번뜩 떠오른다. 성폭행 피해자와 참전군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어 퍼플렉시티에게 정리를 요구했습니다. 표로는 다음과 같고
개요는 이렇게 제시합니다.
인용 내용은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의 기억 저장 메커니즘 차이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공포 조건화(fear conditioning)와 PTSD 연구에서 유래합니다. 자연이 여러 메커니즘을 창조했다는 관점은 감정적 강도에 따라 기억 경로가 분리된다는 뇌과학 사실을 반영합니다.
amygdala라는 편도체의 영어 표현이 2년 전에 썼던 <어떻게 하면 아미그달라를 이겨낼까?>를 소환합니다.
또다시 쉽지 않은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한 훌륭한 비유가 이어집니다.
사건별 기억이 따로 있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사건의 기억이 여럿이라는 뜻이다. 성격이 다른 기자 두 명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메모를 하는 것과 같다. 뇌의 여러 파벌이 같은 과제에 관여할 수 있음을 이제 알게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둘 이상의 파벌이 나서서 모두 정보를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그 정보를 들려주겠다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 구절에서 '많다'를 굵게 표현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학자들은 시각 시스템이 운동을 감지하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점점 인정하게 되었다(마지못해 인정한 사람도 있다). 뇌 안의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전략이 시행된다.
저자는 이를 신경 민주주의에 완벽한 기질을 제공해 준다고 설명합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생물이 단 하나의 해결책에 의존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생물학적으로 그들은 끊임없이 해결책을 다시 만들어낸다.
돌연변이가 진화의 매개체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진화는 정말 '끝없는 혁신'이군요.
왜 이렇게 끝없는 혁신이 이어지는 걸까? 좋은 해결책을 하나 찾아내서 앞으로 나아가면 안 되나? 인공지능 실험실과 달리, 자연이라는 실험실에는 새로 만든 서브루틴을 확인할 수석 프로그래머가 없다.
오~ 그러네요. 자연에는 신이 없군요!
생물은 인공지능과 대조적인 방식을 택한다. 운동을 감지하는 신경회로가 우연히 만들어져도 이 사실을 보고받을 수석 프로그래머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작위적인 변이가 계속 일어나 다양한 회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면서, '운동 감지'라는 과제가 뜻밖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된다.
수석 프로그래머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해결'된다면 누군가는 판단하는 것 아닌가요?
외계인이 지구에 착륙해서 나무에 오를 수 있는 동물(예를 들어, 원숭이)을 발견하고 그런 재주를 지닌 동물이 원숭이뿐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외계인이 계속 주위를 살핀다면 개미, 다람쥐, 재규어도 나무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다음 구절을 읽을 때 혁신이 벽에 부딪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생물계의 영리한 메커니즘도 비슷하다. 계속 살펴보면 비슷한 메커니즘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생물계에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한 뒤 이제 됐다고 손을 터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해결책이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진다. 그 결과 서로 많은 부분이 겹치는 해결책들의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라이벌들로 이루어진 팀의 구성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얼마 전 <기업의 디지털 전환 10년 경험을 꺼내다>를 '성장과 발전은 언제나 그것을 막는 힘과 싸워야 한다'를 뒤늦게 깨달았는데, 자연의 이치에 해당하는 것이군요.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2.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4.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5.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7.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8.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9.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2.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3.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5.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6.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7.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9.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18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81.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183.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84.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85.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
186.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191.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192.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193.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