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은 곤경에 빠지는 원인이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김성완 님이 쓰신 <AI 미래>에서 소개한 <언러닝UNLEARNING>을 구입한 후에 1년도 더 지나서 펼쳤습니다.[1]

이 글은 책의 서문인 <언러닝의 놀라운 힘> 그리고 1장 < 언러닝인가?>에서 밑줄 친 내용이 만들어낸 생각을 쓰는 글입니다.


새로운 현실이 코앞에 닥쳐도 깨닫지 못하는 성공의 역설

이 책의 필요성을 압축한 한 문장입니다.

세계가 진화하면 변화한 환경에 맞는 새로운 표준이 등장한다.

글을 쓰며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맥락으로도 읽게 됩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빅테크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지식에 대한 표준'도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라면 표준은 산업적으로 쓰였는데, 사용자 생성 콘텐츠가 늘어나며 표준의 적용 범위도 넓혀진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대부분은 새로운 현실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역설이다. 과거에는 당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방식이 미래에 또다시 성공을 가져다주지 못하리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핵심은 그런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너무 늦기 전에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방금 전에 페북에서 하이닉스 시총이 일본 시총 1위 도요타를 넘어섰다는 글을 본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도요타의 몰락은 한국 기업으로 시야를 돌려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의 약진과 더불어 미래 전망이 어두운 현대자동차는 도요타와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TradingView 시가 총액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은 곤경에 빠지는 원인이다

다른 기업을 떠올리지 않아도

한때 효과적이었지만 현재에는 맞지 않는 사고방식, 행동, 방법론 등을 비우거나 내려놓는 언러닝unleaming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코로나 이후 제 자신의 경험 속에서도 언러닝 능력 부족을 확인할 수 있을 테지만, 아직 개념이 서지 않았거나 성찰이나 분석이 부족한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언러닝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진정한 혁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의 성과와 잠재력을 제한하는 낡은 모델, 사고방식, 행동 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암기하기에는 조금 길지만 명확한 정의입니다.

내가 정의하는 언러닝이란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현재의 성공에 제약을 가하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포기하고 벗어나, 새로운 마음가짐과 행동을 구성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저자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금언을 인용하며 1장으로 갑니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비움학습과 재학습을 거쳐 훌륭한 성과로 가는 전환점

1장은 급격한 몰락을 겪던 시기의 세리나 윌리엄스가 프로 출신이 아닌 코치 파트리크 무라토글루를 만나는 일로 시작합니다.

파트리크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할 때 익혔던 기술을 자신의 코칭기법에 도입해서. 눈앞의 경기에만 집착하기보다 선수의 마음가짐과 심리 상태까지 헤아리는 통합적인 접근방식을 썼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세리나의 최대 강점 중 하나를 강인한 마음가짐이라고 꼽는다.

프로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아버지 회사를 경영하며 익힌 경험이 도리어 '눈앞의 경기에만 집착하지 않는' 힘을 주었다는 사실이 인상 깊습니다. 명장으로 꼽히는 무리뉴가 선수가 아닌 통역사 출신이었던 점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에 이점으로 여겨졌던 '정통파'라는 태그가 빠른 변화가 특징인 현대에는 강점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으로 툭 튀어나온 축덕의 기억을 처분합니다. :)


그리고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파트리크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목표는 개인 맞춤형 훈련을 통해 모든 선수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내 코칭 기법의 핵심은 선수와 마음으로 연결되는 데 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방법을 쓰기보다는 선수에 따라 철저히 개인화된 훈련을 통해서만 그 선수의 성공이 약속된다고 믿는다. 나의 책무는 천편일률적인 패턴을 답습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제가 최근에 처한 상황도 비슷하여 찬찬히 새기며 읽게 됩니다. 다음 주 출근하면 저도 몇몇 동료들을 세리나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덕분에 세리나는 과거의 검증된 방법이 주던 편안함과 확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맞서고 승리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을 갖추게 됐다.

저자는 다음 단락에서 '비움학습', '재학습'과 '전환점'을 강조합니다.

파트리크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세리나의 추진력을 이렇게 말한다. "세리나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를 매우 싫어합니다. 배우고 발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죠. 따라서 그에게는 경기에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세리나는 비움학습과 재학습의 과정을 거쳐 더욱 훌륭한 성과로 이어지는 전환점을(그것도 반복적으로) 찾아낸 것이다.

더불어 저 역시 세리나와 비슷한 성향이란 점도 확인합니다.


낡은 생각과 행동을 언러닝 하라

500년이었군요.

로마제국은 500년 동안 인류 역사상 최고의 군사, 경제, 문화 강대국의 위치를 누렸다.

더불어 로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조선의 긴 역사도 달리 보입니다.

1734년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몽테스키외 남작Baron de Montesquieu은 로마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이 과거의 성공을 언러닝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특유의 능력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몽테스키외는 이렇게 말했다. "로마인들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그들이 모든 사람을 상대로 연이어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도 더 훌륭한 사회적 관습을 발견하면 자신들의 관심을 항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금시초문의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중국에 살던 2019년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을 읽었는데, 저자인 영국 교수는 로마와 중국이 갖춘 '조공 제도'를 오랜 제국을 가능하게 하는 힘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른 포인트를 지목하네요.


'집단이나 조직 차원에서 비움과 채움을 갖춘 힘'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저자는 다시 1980년대 과학자들이 발견한 학습조직 개념을 소개하고, 1990년 피터 센게Peter Senge가 펴낸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시스템 사고의 법칙Laws of System Thinking'을 소개합니다. 11가지 항목인데, 구글링 하면 여러 개의 링크가 등장합니다.


시스템도 낡은 코드를 제거해야 하듯이...

계속해서 저자는 언러닝의 기원을 설명합니다.

조직 차원의 언러닝 개념이 최초로 등장한 문서로는 보 헤드버그Bo Hedberg가 1981년 발표한 글을 들 수 있다. 헤드버그는 이 글에서 이렇게 썼다. "현실이 변화함에 따라 지식은 자라나기가 무섭게 쓸모없어진다. 뭔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일과 낡고 잘못된 지식을 폐기하는 일을 모두 포함한다.

한편,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제 직업적 배경 때문에 지식이 낡아지는 일과 시스템의 소프트웨어가 낡아지는 경우가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언러닝 개념을 시스템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에 대입하면 '기술 부채'를 해소하는 일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하게 됩니다.


파괴적 변화란 조직보다 개인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어이서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드러나는 문장을 만납니다.

파괴적 변화disruption란 조직보다 개인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을 읽을 때는 자주 인용했던 그림이 새롭게 해석되었습니다.

그들은 혁신하고, 적응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본인 안에서 스스로 배양해 냈다. 그들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경험에 기꺼이 투자했고, 불편하고, 불확실하고, 결과를 알지 못하는 미지의 상황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 들어갔다. 또 신속히 실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창조했으며, 자신이 진화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정보를 안전한 방식으로 수집했다.

'성장 마인드셋'이라 부르던 태도를 시각화한 그림을 행동 패턴으로 전환하면 언러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발걸음에서 언러닝으로 가는 파괴적 변화 선언

그 과정에서 또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것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의도적인 시스템이었다.

바로 그 성장 마인드셋을 배양하는 방법론이 애자일이었고, 전략적이지 못했던 제 애자일의 상징인 '아기 발걸음'을 이젠 언러닝으로 교체할 때가 온 듯합니다.

1장에서 마지막으로 밑줄 친 내용도 또 많은 생각을 낳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한번 소유한 지식은 일생 동안 지속되었다. 물론 지식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기 마련이며 그렇게 전해진 지식도 여전히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혁신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한때 유용했던 지식이 급속도로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음 장을 위한 여백으로 남겨 두고 여기서 쓰기를 마칩니다.


주석

[1] 알려는 욕심이 실행 가능한 속도를 압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지기'를 세웠지만 중력으로 작용하는 습관이 실효를 발휘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배운 '나만의 데이터'를 사업을 위한 시장이 아닌 제 자신의 일상 흔적에도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 사전을 찾습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8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86.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187.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기적을 경험한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189. 인간은 늘 감정과 비합리성에 지배당했다

190. 최고의 순간에 찾아오는 악마를 대비하라

191.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192.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193.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194.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195. 킹메이커 피터 틸과 파운더스 펀드의 동지들

196. 성장과 발전은 그것을 막는 힘과 싸워야 한다, 언제나

197. 해마가 만드는 기억과 아미그달라(편도체)가 만드는 기억

198. 전쟁과 진화의 힘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

199. 뉴-아메리카의 마에스트로가 된 실리콘밸리의 마스터

200. 뇌 속에는 외계인 같은 낯선 기계적 서브 루틴이 있다

201. 2025년 독서 목록과 독후감에서 보이는 행동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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