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청출어람을 보고 인공지능 길들이기로 어울리기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by 안영회 습작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언러닝이 쉬워질 때가 있습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길을 나서는 아이를 지켜보다

아이가 개성을 살려 책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물리적인 책 만들기는 아내가 알려준 방법인데, 내용물은 저에게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중학교 때 백과사전 읽기를 즐겼던 저는 '끝말잇기' 강자였는데, 그 기억으로 주기율표에 나오는 단어들이 '끝장 단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들에게 알려주었죠.

놀랍게도 아이는 거기에 더하여 자신이 얻은 비법을 책에 추가하고자 했습니다. 최근 제가 써먹은 '다이슨'을 이어 붙이더니 '힘 력(力)'으로 끝나는 단어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아이가 발견한 노하우는 이것이죠.

웬만한 말에 '력'만 붙이면 끝낼 수 있는지 시도해 보라.


사실 저도 글을 쓰기 전에는 '별 게 다 재미있네'하는 식으로 과소평가했습니다. 글을 쓰며 다시 보니 놀라운 청출어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험은 역사가 되고 신이 나면 재미가 더해진다

여기에서 지난 2024년 우리가 함께 했던 경험이 더해집니다. <정조는 왜 조祖로 끝나고, 세종은 왜 종宗으로 끝나나?>를 쓸 때, 최초에 제 호기심에서 나아가 아이들 취향을 맞추느라 왕 이름 외우기 노래를 도입했습니다.

두 아들에게는 한동안 유행가가 되었죠.


그런데, 아이가 이번에 'OO력, ㅁㅁ력,...' 하는 식으로 읽다 보니 이걸로 노래를 할 수 있겠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신(혹은 흥)이 났던 것인지, 예전에 둘째와 AI로 음악을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퍼플렉시티에게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인공지능 길들이기 습관이 만들어준 언러닝

그 후의 일은 저도 놀랐습니다. 퍼플렉시티가 만들어준 결과를 보다가 무료 AI 앱 하나를 찍었습니다. 글자를 넣으면 음악을 만들어 준다고 하기에 몇 가지 '력'으로 끝나는 단어들을 쭉 넣고 영어로 된 생성 버튼을 눌렸죠.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를 틀었더니 저도 놀라고, 옆에서 듣던 아이도 놀랐습니다. 자기가 상상한 것이 바로 노래로 만들어진 결과를 경험하니 그랬겠죠.


그래서, 아이에게 노래를 같이 만들어 보자고 했습니다. 타이핑에 자신이 없던 아이는 아빠가 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대신 결이 맞는 비슷한 단어들을 묶어서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나름의 기준으로 단어들을 묶어서 불러 주었습니다.

화력, 수력, 풍력, 태양력, 원자력, 이해력, 기억력, 사고력, 창의력, 판단력, 문해력, 응용력, 어휘력, 수리력, 체력, 근력, 탄력, 지구력, 시력, 청력, 악력, 무력, 폭력, 공권력, 국방력, 공격력, 수비력, 중력, 인력, 양력, 부력, 장력, 자력, 전자기력, 마찰력, 마력, 매력, 차력, 이력, 경력, 노력

처음 생성할 때는 스타일(장르)을 아무거나 입력했는데 K-POP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pop'과 'rap'을 선택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 취향에 조금 더 맞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두 개를 만들어 주었는데, 처음에는 버그인 줄 알았는데 AI 아레나 밈인 모양입니다. 아이에게 성취감을 주기 위해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가족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공유 기능은 유료였습니다. 유료로 할 만큼 자주 쓰게 될지는 몰라서 여기서 멈췄습니다.


우연한 행동을 언러닝으로 해석하기

어쩌면 꿈 보다 해몽일 수 있지만, 최근 익히고 있는 언러닝이 자연스럽게 된 사례 같습니다. 음악을 만들려는 시도가 제 욕망에 따른 것이었다면 방법이나 계획부터 세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아이 눈높이에서 아이의 호기심을 얻기 위해 속도감을 맞추느라 도구와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은 분명히 언러닝 실행에 시사점을 제시하는 듯합니다.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연재

(39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9.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소비 훈련

40. 연기(緣起)를 이야기로 만들기

41. 시행착오와 모방이 만드는 청출어람

42. 두 아들의 개성 차이에서 배우기

43.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배움을 아이들에게 흐르게 하기

44. 두 아들에게 눈에 보이게 하는 게시판 효과 활용하기

45. 아이의 질문이 깨운 호기심을 동력으로 배우기

46. 108번이라는 횟수는 습習을 키우는 절대량인가?

47. 한자를 씨말로 어휘력을 늘리는 묻따풀 한자 300

48. 아이의 도전이 깨운 메타인지를 동력으로 배우기

49. 육아로 시작했지만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가족관계

50. 아이에게 즉각 개입하는 대신 관찰하면 보이는 것들

51. 붉은색을 나타내는 한 赤(적)과 朱(주)

52. 글쓰기를 가르칠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지난 경험

53. 가정은 사랑을 배우는 학교가 될 수 있다

54. 아내가 주도한 가족 달리기 훈련 첫날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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