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Dec 21. 2024

정조는 왜 조祖로 끝나고, 세종은 왜 종宗으로 끝나나?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한국사를 다룬 만화에서 왕들을 칭하는 이름이 조와 종으로 끝나는 것들이 많아 아이들이 궁금해하였는데, 저도 모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미나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답변 내용 중에서 뻔한 오류도 있었지만,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조선의 왕이 정조, 세종처럼 조와 조로 나뉘어 불리는 기준은 뭔가요?


와 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둘은 나누는 기준은 명확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결과를 함께 보았던 아내가 몇몇 왕들의 칭호를 예로 모호한 잣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고, 저도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챗GPT의 답변을 보니 의구심이 풀렸습니다. 결국 줏대와 잣대를 제시하는 임자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위키백과에서 찾은 다음 내용은 언젠가 도올 선생 유튜브에서 본 문구인 "세조는 조선왕조로부터 가장 중요한 도덕성의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는 말을 떠오르게 했습니다.[1]

세조의 경우는 본래는 신종(神宗), 예종(睿宗), 성종(聖宗) 중에서 한 개의 묘호를 고르는 것이었으나, 후계를 이은 예종이 부왕의 공덕이 가히 세종을 뛰어넘으며 한나라에도 앞에는 세종과, 후대에 세조가 있었다는 고사를 예로 들며 세조로 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세조라고 하면 영화 '관상'의 수양 대군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런 무도한 왕의 아들로 적통을 계승한 자라면 불안한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부왕에게 무리가 있는 호칭을 부여했을 법합니다. 마치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보수 개신교 세력이 독재자 이승만을 '국부'로 숭상하는 일과 그대로 닮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조祖와 종宗은 무슨 뜻인가?

그래서 이들 분류를 유효한 집합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도리어 사연을 따져 보면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공유하기에는 적절치 않았습니다.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배울 수 있는 점을 두 가지 찾았습니다. 하나는 <씨말 한자와 국어사전을 이용한 학습>의 후속 활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침 최봉영 선생님께 받은 <첫걸음漢字 600> 가장 앞 쪽에 두 한자가 있었습니다. 먼저 초3 큰 아이에게 할아비祖의 뜻을 읽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앞서 보았던 '왕조를 창업하거나'를 떠올리며 '아~, 그래서' 하며 祖자를 부여한 이유를 납득한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할아비祖:  할아비는 본디 한아비로서 높고 크고 많은 어버이를 뜻하는 말임

이어서 마루 宗의 뜻을 읽어 주었습니다.

마루 宗: 가장 높은 곳으로써 으뜸인 것을 뜻함 산에서 가장 높은 곳을 산마루라고 일컫고 집에서 가장 높은 곳이 집마루라고 일컬음, .

마루라는 말을 생소하게 여겼습니다. 제가 거듭 산마루의 뜻을 말했으나 자신은 '마룻바닥'만 들어 봤다고 하여 '가장 높은 곳'이라는 의미가 와닿지 않는 듯했습니다.


묘호(廟號)

두 번째는 위키백과를 찾으면서 배운 내용입니다. 죽은 임금을 칭하는 이름 자체를 부르는 묘호(廟號)란 말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학창 시절 의미도 모르고 외웠던 왕의 이름과 묘호 제도의 연관성이 눈에 띄는 구절도 발견했습니다.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묘호 제도가 뿌리내린 때는 고려 시대 때였다. 외왕내제를 지향하던 고려는 공식적으로 나라의 군주를 왕으로 칭하였으나 안으로는 황제를 칭하였고 더불어 묘호를 바쳐 종법의 원칙을 바로잡았다. 고려는 초대 임금인 태조 때부터 24대 임금인 원종 때까지 계속 왕들에게 묘호를 올렸으나 원 간섭기가 시작되는 25대 임금 충렬왕 때부터는 묘호의 사용을 금지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묘호는 태종 때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묘호는 조선 시대에 와서 다시 쓰이기 시작하였으나 바로 쓰이지는 않았다. 1392년(조선 태조 원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자신의 4대조를 추숭하였는데 이 때는 묘호를 쓰지 않고 목왕(穆王), 익왕(翼王), 도왕(度王), 환왕(桓王)으로 받들었다.[26] 그러나 1411년(태종 11년) 이미 자신의 부왕에게 태조라는 묘호를 올린 태종은 이들 4대조에게 묘호를 올리니 각각 목조, 익조, 도조, 환조이며 이와 함께 조선의 오묘제 역시 확립되었다.

그리고 한자 사전을 찾다가 시호(諡號)란 표현도 처음 보아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들 취향도 맞추기

이렇게 제 바람 대로 낱말 풀이를 해 본 후에는 아이들 취향에 맞춰서 노래로 조선 왕들을 암기하는 영상을 찾아 반복해서 들려주었습니다.


주석

[1] 도올 선생의 영상을 보면서 평소에 이승만에서 출발하여 군부 쿠데타 세력과 지금의 국민의 힘으로 이어져 오는 부도덕한 정치 세력의 DNA가 마치 세조에서 온 것 같다는 다소 비약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2024 연재

(2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21. 밀당을 넘어서 준비하고 나를 비우기

22. 둘째와 영어 책을 읽다가 감성 지능과 마음챙김도 배운다

23. 주기율표를 따라 그리는 아이에게 경험을 살짝 더하기

24. 우리 가족의 작은 역사가 되는 국기 놀이

25. 경험의 확장을 학습의 기회로 이어가기

26. 한자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씨말로 인식하게 돕기

27. 아이 스스로 수학 공부를 하도록 돕기

28. 시행착오를 받아들일 수 있게 아이를 돕기

29. 씨말 한자와 국어사전을 이용한 학습

30. 디지털 네이티브 초등학생, 토스를 개설하다

31. 챗GPT 고급 음성 기능으로 아이들의 호기심 다루기

32. 감정 표현의 다음 단계로 아기 발걸음

33. 가르치려 하기 전에 먼저 아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34.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게 하고 좋은 습관 들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