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드디어 큰 아들의 토스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차례 기회를 보아 왔는데 이번에 딱 맞았습니다. 둘째가 만 7세가 되어서 함께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 큰 아이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아직 자기 명의의 휴대폰이 없기 때문이죠. 토스를 개설하려면 자기 명의의 휴대폰 번호가 필요했습니다.
아이가 자기 명의 휴대폰이 있으면 부모 동의 하에 토스를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처음 개설하면 가상 계좌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예금 계좌를 신청한 후에 만 17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통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추석에 받은 용돈을 개설한 토스에 넣어주었더니 아이가 신나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뭐, 쓸 만한 기능이 있나?' 탐색을 했는데, 학교 시간표와 급식표를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출력해서 냉장고에 붙이거나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꽤 유용한 기능이라 여겨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입출력 이력을 보고 자동으로 용돈 기입장을 써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엄마가 평소에 아이가 지출을 하면 용돈 기입장을 쓰라고 권유하는데, 이제 그 소용이 줄듯합니다. 아이의 주된 소비처는 편의점인데, 토스가 선불카드 형태의 유스카드도 제공해서 신청했기 때문이죠. 선물로 받은 종이 용돈 기입장은 이제 효용성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디지털 네이티브다운 습관 형성을 해 나갑니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 식의 습관 형성 시도를 벼르고 있었습니다. 언제가 처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 기억에 첫 자극은 '금융 문맹'이란 단어를 책에서 보았을 때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축과 절약만 가르치셨습니다. 저 역시 대학 시절 잠시 주식 투자에 흥미를 가진 일이 있지만, 경제 뉴스에 관심을 유지하는 일을 지속할 수 없어 접었죠. 다행히 지인을 통해 장기 투자 방법을 배우고 중국에 있는 동안 제가 잘 아는 분야의 딱 한 종목에 투자해 소득을 얻은 경험이 '금융 문맹' 탈출에 다시 흥미를 느끼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장기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연재를 앵커로 관련 뉴스에 관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이들은 경제나 금융에 대해 일찍부터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페벗 님들이 따라 해 보고 싶은 모범 사례를 보여 주었습니다. 하나는 사회인이 되기 위한 필수 교육인데 아직은 시기가 맞지 않는 것들이고, 다른 하나는 초등학생의 계약서 쓰기 사례입니다.
전자는 아직 무리이지만 그 여파로 의지가 만들어졌고, 그 덕분(?)에 금융위원회 어린이 누리집이란 것을 발견했습니다.
후자는 마침 실행할 만한 사건이 있었는데, 조금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에 추석에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저에게 맡기면서 마침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계속 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인지를 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까지는 밀당을 벌여야겠죠. 일단 당장을 쓸 수 있는 몇 가지 장치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아빠 흰머리 뽑기를 하고, 숫자에 준하여 금액을 용돈으로 보내주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현금으로 받기를 즐겼으나 이제 시들해졌는데, 토스로 준다니까 다시 뽑았습니다. 그리고, 토스가 제공하는 모의 주식을 하도록 두었더니 동생과 둘이서 나름 대로의 논리를 만들어 떠들었습니다. 언젠가 시들해지겠지만, 주식을 둘러싼 어휘에 조금 익숙해지는 시간으로도 당분간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의 시대에 사는 만큼 아이나 어른이나 언박싱을 즐겁습니다. 옆에서 둘째는 부러운 얼굴로 쳐다보지만 형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약속했습니다.
카드를 받은 기념으로 엄마는 일기를 쓰자며 순발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이를 위한 유스카드라 어른들 카드의 장황한 설명서 대신에 간결한 온보딩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안내에 따라 등록을 하고 집 앞 편의점에서 드디어 개시를 했습니다. 차분히 설명을 보지 않고 아이와 제가 직관적으로 선택을 했던 탓에 가상 계좌에 카드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만든 통장에서 가상 계좌로 금액을 옮겨야 카드를 쓸 수 있었죠. 그래서, 아이에게 통장 역할과 지갑용 계좌로 인식하게 할 예정입니다.
(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6. 숙제를 의무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문제로 정의하기
22. 둘째와 영어 책을 읽다가 감성 지능과 마음챙김도 배운다
23. 주기율표를 따라 그리는 아이에게 경험을 살짝 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