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뜻을 담아 일을 이루는 것에 바탕이 된다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by 안영회 습작

<문화적 교류의 기초 단위인 말, 그리고 낯선 한국말>에 이어 최봉영 선생님이 페북에 쓰신 말씀을 바탕으로 묻고 따지고 풀어 보는 글입니다.


말을 쓰는 자아(Linguistic Self)로 인공지능 다시 보기

계속 이어가지 전에 전혀 다른 맥락의 글에서 발견한 말의 역사에 대한 글[1]을 보고 가겠습니다.

문장 구조를 가진 언어 덕분에 농업의 발전을 비롯한 인류의 많은 문화적 발전이 가능했는데, 특히 농업은 약 1만 년에서 6,000년 전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 인류의 식습관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끙끙 앓는 소리나 손짓·발짓만으로는 "저쪽에 심은 씨앗에 물을 댈 수 있게 여기 배수로 파는 것 좀 도와줘요"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복잡한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말의 힘은 약 10,000 ~ 6,000년 전으로 추정하는 농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의 핵심 도구로 쓰였습니다. 산업혁명을 지나 과학혁명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말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최근 인공지능의 급격한 보급의 기초에는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이 있습니다. 요즘 우리가 정확한 의미를 따지지 않고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우리가 쓰는 말을 기초로 연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컴퓨터의 등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이미 3년 전에 최봉영 선생님께서 인공지능을 Linguistic Self로 명명했던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말을 쓰는 또 다른 자아인 인공지능의 발전 양상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말을 쓰는 자아를 가진 인간이 아닌 인간이 만든(artificial) 언어 자아가 생겨난 것인데요. 아직 '자아'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뜨거운 감자인 '의식이 있느냐?'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직 부족한 '기억'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에 대한 글이 최근 제 메일링 리스트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2]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에 쓰신 말씀을 계속 살펴보기 전에 인류 역사 발전에서 '말'이 차지하는 역할을 상기시키고, 더불어 우리가 맞이한 현실에서 '말'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떠오르는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말은 뜻을 담아 일을 이루는 것에 바탕이 된다

소리에 뜻을 담아 전달하는 활동은 역사적 결과물이 말이란 관점을 불러일으키는 설명입니다.

08.
[말]은 1. 저마다 따로 하는 무엇을 가리키는 [-마], 2. 저마다 따로 하는 무엇을 오로지 그것만으로 가리키는 [-만], 3. [-마]가 [-만]으로서 [이만큼(=이것만큼)] 하는 일을 온전히 이룬 것을 가리키는 [-많다], 4. 사람이 온갖 것을 ‘뜻으로 [마는 일]’과 ‘일로 [마는 일]’을 함께 해서 온갖 것이 [말미암게] 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미나이에게 인용한 구절을 주고 마인드 맵 형태로 그려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이쁘게 바꿔 줍니다.

계속해서 최봉영 선생님의 글을 보겠습니다.

[말]은 사람이 저마다 따로 하는 [무엇(-마)]을 낱낱으로 가리키는 일에서 비롯한다. 이를테면 “그는 밥을 먹었다.”라는 말은 저마다 따로 하는 무엇을 ‘그’, ‘는’, ‘밥’, ‘을’, ‘먹’, ‘었’, ‘다’와 같은 것으로 가리키는 일에서 비롯한다.

뜻을 담은 가장 작은 단위가 '마'일까요?

[말]은 사람이 저마다 따로 하는 무엇을 오로지 [그것만(-만)]으로 가리키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그는 밥을 먹었다.”라는 말은 저마다 따로 하는 무엇을 오로지 그것만으로 가리켜서 ‘그’와 ‘는’과 ‘밥’과 ‘을’과 ‘먹’과 ‘었’과 ‘다’와 같은 것이 저마다 구실을 달리하게 하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는 뜻의 경계를 지어 주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말]은 사람이 저마다 따로 하는 무엇이 오로지 그것만으로서 그만큼 하는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밥을 먹었다.”라는 말이 온전한 말이 되려면 ‘그’와 ‘는’과 ‘밥’과 ‘을’과 ‘먹’과 ‘었’과 ‘다’가 그것만으로서 저마다 뜻을 갖는 일이 [그만큼(=그것에 맞는 만큼)] 온전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은 이런 말을 가져야만 말을 제대로 만들어 쓰는 일을 할 있게 된다.

계속 따라가다 보니 '씨말' 개념이 떠오릅니다.

씨말을 떠올리는 어원에 대해 살피다가 다시 큰 숲을 보는 듯합니다.

[말]은 사람이 무엇에 대한 <뜻>을 담아서 무엇에 대한 <일>을 이루는 <것>에 바탕으로 삼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에 대한 <뜻>을 말에 담아서 “나는 밥을 먹지 말아야지.”, “나는 밥을 먹고 말아야지.”라고 말하고, 무엇에 대한 <뜻>을 <일>로 이루게 되면, “나는 밥을 먹고 말았다.”라고 말한다. [먹고 말아야지]는 먹고자 하는 <뜻>을 먹는 <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말하고, [먹지 말아야지]는 먹고자 <뜻>을 [먹지]의 상태에 그대로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먹고 말았다]는 먹고자 하는 <뜻>을 이미 <일>로 이루고 만 것을 말한다. 사람은 무엇에 대한 <뜻>을 말에 담아서 <일>을 이루는 바탕으로 삼는다.

말은 사람이 무엇에 대한 뜻을 담아 일을 이루는 것에 바탕으로 삼는 것입니다. 앞서 인용했던 <얼굴 습관의 힘> 내용을 예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문장 구조를 가진 언어 덕분에 농업의 발전을 비롯한 인류의 많은 문화적 발전이 가능했는데, 특히 농업은 약 1만 년에서 6,000년 전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 인류의 식습관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끙끙 앓는 소리나 손짓·발짓만으로는 "저쪽에 심은 씨앗에 물을 댈 수 있게 여기 배수로 파는 것 좀 도와줘요"와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불어 교차 검증하는 느낌도 같게 됩니다.


말이 씨가 되는 말이 '말미암는' 효과를 꺼내 보다

'말미'에서는 호기심이 급격히 꺼집니다.

[말미]는 옛말이 [말뫼(ㅁ+ㆎ)]로서, 사람이 무엇을 말에 매어놓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이 “나는 밥을 먹었다.”라고 할 때, 사람은 무엇을 ‘나’에 매어놓고, 무엇을 ‘는’에 매어놓고, 무엇을 ‘밥’에 매어놓고, 무엇을 ‘을’에 매어놓고, 무엇을 ‘먹’에 매어놓고, 무엇을 ‘었’에 매어놓고, 무엇을 ‘다’에 매어놓는 일을 바탕으로 ‘나+는’과 ‘밥+을’과 ‘먹+었+다’를 만들어서, “나는 밥을 먹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생각이 미치는 모든 것을 말에 매어놓고서 온갖 것을 느끼고, 알고, 바라고, 꾀하고, 이루는 일을 한다.

'말미암아'는 어릴 적에 보던 성경책밖에서는 본적이 거의 없는 표현이라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 다음 단락을 생략하고, 그다음 단락을 보겠습니다.

[말]이 어떤 일의 [말미]가 되고, [말]에서 어떤 일이 [말미암는] 것은 사람이 무엇에 말소리 조건과 말뜻 조건을 걸어 놓아서, 무엇에서 어떤 일이 비롯할 수 있는 까닭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에 걸려 있는 말소리와 말뜻 조건을 좇아서 무엇을 어떤 말에 매어 놓음으로써, 일이 일어나는 까닭을 만든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두고서 “말이 씨가 된다.”라고 말한다.

말이 씨가 되는 즉, 근거가 되는 논리가 등장합니다. 복잡한 '문장 구조'를 낳을 수 있는 기초가 '말미암는' 기능에 있습니다. 인터넷에 익숙한 분들은 '하이퍼 링크'의 힘을 아실 겁니다. 상징과 연결을 만들어내는 말의 힘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09.
사람은 [말]로 생각을 펼쳐서 <온갖 뜻>을 <온갖 일>로 이루어낼 수 있게 됨으로써 아주 특별한 존재로서 자리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 사람이 되는 길로 나아가서, 사람이 되는 일을 이루어나가는 무서운 존재이다.

여기서 글을 마치고, 다음 글에서 '2. 한국말과 조건 걸기'에 대해 묻고 따져 풀어 보겠습니다.


주석

[1] <얼굴 습관의 힘>이라는 인류의 식습관이 얼굴 구조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해결책을 다룬 책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2] 직전에 본 자료만 공유하면 ClawVault입니다.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연재

(1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1. 차려진 바람과 막연한 바람 그리고 바람의 시각화

12. 한국말 차림의 뼈대는 S+O+V, 영어는 S+V+O

13. 섬을 보며 서다를 말하고, 감을 보며 가다를 말하다

14. 함께 써야 말이 되는 이치 그리고 씨말을 따져 보는 일

15. 인공지능이 어원 찾기를 돕습니다

16. 지식과 정보의 바탕에 놓인 줏대, 감정, 지식, 성향

17. 지식과 정보의 관계를 한국말로 배우기

18. 차림의 의미를 따지기 위해 지난 기록을 추려 보다

19. 내가 가진 역량과 욕망과 여건이 결합하는 성취(成就)

20. 줏대와 관점: 비슷한 듯 다른 두 낱말을 두고 따지기

21. 항상 내 재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걸까?

22. 사람이 말을 만들어 쓴다는 것의 의미를 따져 보자

23. 말소리와 말뜻이 함께 하는 말을 묻고 따지는 일

24. 한글은 한국말에서 씨소리로 정의된 스물여덟 자

25. 말은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산물이다

26. 문화적 교류의 기초 단위인 말, 그리고 낯선 한국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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