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와 말뜻이 함께 하는 말을 묻고 따지는 일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by 안영회 습작

<사람이 말을 만들어 쓴다는 것의 의미를 따져 보자>에 이어 최봉영 선생님의 《말과 말소리》를 내용으로 바탕으로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글입니다.


느낌 알음 지능과 녀김 알음 지능

오래간만에 또 여김 혹은 녀김에 대한 복습을 하게 됩니다.

03.
사람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람은 무엇을 고래로 여기면 “이것은 고래이다.”라고 말하고, 무엇을 검은 것으로 여기면 “이것은 검다.”라고 말하고, 무엇을 움직이는 것으로 여기면 “이것은 움직인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일을 통해서 무엇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꼴’과 ‘일’을 깊이 묻고 따질 수 있게 된다.


여기는 법을 깨쳐서 머릿속에 말차림법을 차리기

다음 단락으로 계속 가 볼까요?

04.
사람이 말을 만들어 쓰려면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법을 머릿속에 차리고 있어야 한다. 사람은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법을 머릿속에 차리고 있어야 필요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좇아서 말을 만들어 쓸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은 머리를 굴리고, 머리를 써서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법을 터득하려고 한다.

앞선 그림에 이어서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에 있던 그림이 선생님의 글을 따라가는데 도움을 줍니다.

다음 단락으로 가 볼까요?

05.
사람이 태어나서 말을 배워가는 과정은 사람이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법을 하나하나 깨쳐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사람은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법을 하나하나 깨쳐서 머릿속에 말차림법을 차리고자 한다. 사람은 머릿속에 말차림법이 제대로 차려지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을 뜻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말차림법'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2023년 발간한 선생님의 책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소개한 개념이죠.


말소리와 말뜻이 함께 하는 말을 묻고 따지는 일

말은 뜻 이전에 소리가 바탕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06.
사람이 말로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기는 것은 말소리와 말뜻이 함께 해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사람이 무엇을 ‘고래’라고 여기는 것은 사람이 무엇을 고래로 일컫는 ‘말소리’와 무엇을 고래로 알아보는 ‘말뜻’이 함께 해서 이루어지고, 사람이 무엇을 ‘검은 것’으로 여기는 것은 사람이 무엇을 ‘검다’라고 일컫는 말소리와 무엇을 ‘검은 것’으로 알아보는 말뜻이 함께 해서 이루어지고, 사람이 무엇을 ‘움직이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사람이 무엇을 ‘움직인다’라고 일컫는 말소리와 무엇을 ‘움직이는 것’으로 알아보는 말뜻이 함께 해서 이루어진다.

소리에 뜻을 담아 쓰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보아야겠죠.

07.
사람이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겨서 만들어내는 말은 언제나 말소리와 말뜻이 함께 한다. 사람들은 말소리와 말뜻이 함께 하는 말을 묻고 따져서, 사람이 함께 만들어 쓰는 말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또렷이 밝혀보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음성학(音聲學/Phonetics), 음운론(音韻論/Phonology), 형태론(形態論/Morphology), 통사론(統辭論/Syntax), 의미론(意味論/Semantics), 화용론(話用論/Pragmatics)과 같은 학문 분야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 가운데 말소리를 묻고 따지는 학문이 음성학과 음운학이다.

여기까지가 '1. 사람이 말을 만들어 씀'인데, 전체 글의 3분의 1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소리를 불러내어 마주하고 만들어낸다

이번에는 '2. 사람이 말소리를 만들어 씀'을 살펴봅니다.

01.
사람이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사람이 무엇을 어떤 것으로 일컫는 말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비롯한다. 사람은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고 있어도, 무엇을 일컫는 말소리를 만들지 않으면, 무엇을 불러내어서 마주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박문호 박사님의 대화 노하우를 익힐 때 그린 그림이 떠오릅니다. 대화에는 사실과 감정, 의미가 모두 담깁니다. 그런데, 그것이 담겨 상대의 귀로 전달되려면 '말소리'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소리가 먼저입니다. 그런데 다음 단락을 읽어 보니

02.
사람은 말소리를 만들어 쓸 수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말소리로 불러내어 마주할 수 있다. 사람은 몸으로 겪어서 알 수 있는 ‘해’, ‘달’, ‘물’, ‘불’, ‘딸기’, ‘바나나’, ‘개’, ‘고양이’, ‘버스’, ‘비행기’와 같은 것을 말소리로 불러내어 마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로만 알 수 있는 ‘감성’, ‘이성’, ‘윤리’, ‘도덕’, ‘전생’, ‘내세’, ‘천국’, ‘지옥’ 그리고 ‘끝없는 행복’, ‘뼈아픈 고통’, ‘얄궂은 운명’, ‘덧없는 인생’과 같은 것도 말소리로 불러내어 마주할 수 있다.

상대에게 전하기 전에 발화하는 내 안에서도 소리를 불러내어 마주하게 됩니다. 소리를 만들어야 밖으로 전달하니 당연한 일입니다.


씨소리를 따지는 일은 처음 봅니다

계속 보겠습니다. 낱소리를 엮어서 말을 만드는 이치를 설명합니다.

03.
사람이 말소리를 만들어 쓰는 것은 머릿속에 있는 말소리 차림법을 좇아서 이루어진다. 사람은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말소리 차림법을 바탕으로 삼아서 쓰고자 하는 낱낱의 말소리를 헤아려서, 그때그때마다 갖가지 말소리를 만들어 쓴다.

오호.. '씨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언젠가 선생님과 통화에서 들은 듯도 합니다.)

04.
사람이 만들어 쓰는 말소리는 모두 말소리의 조각인 씨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은 머릿속에서 씨소리의 구실을 헤아려서 씨소리를 떼고 붙이고, 어우르고 아우르는 방법으로 낱낱의 말소리를 만들어 쓴다. 사람들은 말소리의 조각인 씨소리를 음소(音素/phoneme)라고 일컫는다. 한국말, 중국말, 일본말, 영국말 따위에서 볼 수 있는 말소리는 모두 말소리의 조각인 씨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원에 있을 때) 형태소 공부를 조금 한 적이 있는데, 형태소에 앞서 '씨소리'라는 더 작은 단위가 있네요.

05.
한국말, 중국말, 일본말, 영국말은 사람들이 말소리를 만들어 쓰는 점에서 같고 다름이 있다. 사람들은 이들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또렷하게 알려면, 낱낱의 말소리를 말소리의 조각인 씨소리로 나누어서, 말소리의 차림새를 깊이 묻고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낱소리 ‘가’를 씨소리인 ‘ㄱ’과 ‘ㅏ’으로 나누고, 낱소리 ‘눌’을 씨소리인 ‘ㄴ’와 ‘ㅜ’와 ‘ㄹ’으로 나누고, 낱소리 ‘쪘’을 씨소리인 ‘ㅉ’과 ‘ㅕ’와 ‘ㅆ’으로 나누어서 말소리의 차림새를 깊이 묻고 따질 수 있어야, 사람들이 말소리를 만들어서 말을 차리는 일이 어떤 것인지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알 수 없는 끌림에 이끌려 '뿌리 깊은 나무'를 다시 보며 세종의 놀라운 업적에 처음 볼 때보다 더 놀랐던 기억이 그대로 살아났습니다. 또한, 밀본의 본원이 목숨 걸고 한글 반포를 막으려던 장면도 최봉영 선생님의 글을 배우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하 내용은 다음 글에서 계속 묻고 따져 보기로 합니다.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연재

(7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7. 물, 물지, 물다 그리고 겿씨말 '~지'

8. 저에서 파생된 말들 그리고 저희와 우리의 차이

9. 배를 엮는 일을 해 보려고 합니다

10. 바람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그 매듭이다

11. 차려진 바람과 막연한 바람 그리고 바람의 시각화

12. 한국말 차림의 뼈대는 S+O+V, 영어는 S+V+O

13. 섬을 보며 서다를 말하고, 감을 보며 가다를 말하다

14. 함께 써야 말이 되는 이치 그리고 씨말을 따져 보는 일

15. 인공지능이 어원 찾기를 돕습니다

16. 지식과 정보의 바탕에 놓인 줏대, 감정, 지식, 성향

17. 지식과 정보의 관계를 한국말로 배우기

18. 차림의 의미를 따지기 위해 지난 기록을 추려 보다

19. 내가 가진 역량과 욕망과 여건이 결합하는 성취(成就)

20. 줏대와 관점: 비슷한 듯 다른 두 낱말을 두고 따지기

21. 항상 내 재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걸까?

22. 사람이 말을 만들어 쓴다는 것의 의미를 따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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