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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Jun 26. 2023

[리더십][제37강] 협력을 끌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

전략컨설팅[H] 한봉규 

안녕하세요. 전략컨설팅[H] 한봉규입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흔든 지진은 분명 인류의 비극입니다. 오늘은 140일째 되는 날입니다. 복구 소식을 간간이 듣곤 있지만 늘어나는 인명 피해는 매일매일 우리의 충격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기꺼이 지구 반대편에 온정을 보내고 기도를 올리며 기적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협력 유전자 때문인 듯싶습니다.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 가면 희극인 이 사건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니컬라 라이하니 런던대학교 진화생물학과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면 기부를 하는 것은 우리의 '공감적 관심 emparthic comcern' 또는 ‘온정 효과 warm-glow giving'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되레 '인식 가능한 피해자 효과 identifiable victim effect'라는 기이한 심리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식 가능한 피해자 효과, 말이 어렵고 낯섭니다. 무엇일까요?




출처: 서울신문




튀르키예 한 방송국 디지털 프로듀서 셀린 규네르의 한글 트윗이 촉발하기 전부터 유명 연예인의 기부 행렬은 줄을 이었습니다. 그중 한 연예인은 "사망한 아이의 손을 잡고 넋이 나간 아버지 사진을 보고 ··· 같은 아버지 마음으로 ··· 깊은 위로를 전한다"라며 기부 동기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 개인의 슬픔(사진)을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식 가능한 피해자 효과'입니다. 중요한 점은 수많은 사람이 시련을 겪고 있는 모습에는 웬일인지 기부 행동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출처: AP




인간은 가치 있게 여기는 개인에게만 감정 이입을 할 뿐 그것이 집단일 경우 눈 감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감'과 '온정 효과'로 협력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남을 돕는 것이 즐거워서'라는 말은 되레 말장난이라고 니컬라 교수는 핀잔을 줍니다. 이런 주장 때문에 니컬라 교수는 간혹 적잖이 비난을 받는다고 합니다.   



니컬라 교수의 관심은 '그럼에도'에 있습니다. 요컨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 기꺼이 자기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타인을 돕는 까닭은 뭘까라는 것입니다.  



결론을 말하면 '평판 이익을 얻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역시 비판받는 지점이며 기부자의 사심 없는 행동과 너그러움,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을 도우려는 순수한 이타적 동기를 폄훼하는 망언이라고 질타를 받곤 하는 데 이는 설명 기법에 따른 차이라고 쿨하게 넘깁니다. 덧붙여 자신이 진화 생물학자임을 고려해 달라는 당부도 있습니다.




A corner of the garden of Bellevue, 1880. Édouard Manet.




니컬라 교수가 말하는 설명 기법이란 진화 생물학계에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즐겨 쓰는 '근접 설명 proximate explanation'과 '궁극 설명 ultimate explanation'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왜, 밥을 먹는가?'라는 물음에 '배고파서'라는 답변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기제입니다. 이것이 바로 근접 설명입니다. 마찬가지로 '왜, 기부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넋이 나간 아버지 사진을 보고 아버지 마음으로'라는 답변 역시 생리적 기제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왜, 밥을 먹는가'라는 똑같은 물음에 '생존과 번식 때문에'라는 답변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 즉, 진화적 결과라는 것인데, 니컬라 교수가 기부 행위를 평판 이익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인을 도울 때 얻을 수 있는 평판 이익이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데 이점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궁극 설명'은 '궁극적인'이란 뜻은 아닌, 진화 생물학계에서만 쓰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니컬라 교수의 이러한 설명을 차근히 들으면 일리 있어 보입니다. 기부금을 낸 연예인이 '넋이 나간 아버지'에게 공감을 한 것도 맞고(근접 설명), 그 보도로 인해 그 연예인은 좋은 평판을 얻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궁극 설명). 하지만 이것으로 협력이 사회적 인지 능력의 매력 포인트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한다고 볼 수 있을까? 는 또 다른 관점입니다.  



그 또 다른 관점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사람이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 Robert Trivers입니다. 트리버스는 '호혜주의 principle of reciprocity'를 제시합니다.  



'호혜' 즉, 서로 특별한 혜택을 주고받는 것이 또는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그것은 협력이 일어날 충분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증명한 실험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두 차례 모두 우승한 팃포탯 전략입니다. '받은 만큼 갚아 줘라!'라는 이 간단한 이치가 협력을 끌어내는 '황금률'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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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전략컨설팅[H] 한봉규

▷ 문의 : hfeel@naver.com / 010 6366 9688

▷ 프로필 https://blog.naver.com/hfeel/22313268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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