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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3부 리그 팀의 코치로 일하기까지.

DIVE IN 17화. 김태웅 님.

by 코리안 야야뚜레

1. 안녕하세요 태웅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에서 Strength and Conditioning 석사 과정을 졸업 후 잉글랜드 EFL 리그 원(3부 리그) 피터버러 유나이티드 FC 아카데미의 리드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김태웅이라고 합니다.


2. 현재 잉글랜드 3부 리그 팀에서 일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어떤 팀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팀은 현재 EFL 리그 원에 소속되어 있는 팀이고, 아카데미는 카테고리 2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리그에서 그렇게 큰 구단은 아니지만 꾸준히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팀이고, 저번 시즌에는 아쉽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져서 승격에 실패했지만, 리그컵(구 Bristol Motors Trophy, 현 Vertu Trophy) 타이틀을 가져왔었습니다.


아카데미 역시 카테고리 2에 있는 아카데미로 가장 높은 카테고리 1 바로 아래에 있어서 어린 선수들이 꽤나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어린 선수들 육성을 통해 좋은 성적을 내려고 하는 팀이라고 소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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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잉글랜드 3부 리그 팀에서 일한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현재 하시는 일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요?

현재 팀에서는 리드 아카데미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책으로 근무 중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피지컬 코치와 비슷한 직책으로 많이들 알고 계신 것 같아요. 물론 피지컬 코치의 개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직책이지만 선수들의 퍼포먼스 향상과 더불어 훈련 부하를 조절하고,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훈련량이나 부상 위험도에 대해서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팀은 피지컬 코치 직책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이전에 제가 Strength and Conditioning 코치 직책이었을 때 한국에서의 피지컬 코치와 가장 비슷한 역할을 했었는데, 지금 역시 이전에 해왔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기에 선수들별로 개인화된 짐 세션(gym)이라든지 피지컬 테스팅 역시 관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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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피지컬 코치 쪽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다른 선수 출신 분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짧게 선수 생활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는데, 선수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프로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 이후 체육대학에 입학해 재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선수 트레이닝을 먼저 전공했었어요. 물론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과 프로구단에서 일할 수 있다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저는 조금 더 팀 단위의 훈련과 더불어 부상 선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들의 경기 준비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물론 재활과 퍼포먼스 트레이닝(피지컬 트레이닝)이 시작점이 다른 것이지 완전하게 다른 움직임과 목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팀 단위의 훈련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학부에서 재활을 전공하고 공부한 것은 저한테 정말 큰 무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 선수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고민하면서도, 팀의 피지오(한국에서는 AT)와 소통하면서도 더 큰 장점으로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피지컬 코치를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께 선수 트레이닝도 함께 공부하시면서 다양한 부상이나 선수들의 역학적인 움직임도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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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에서 체대를 전공하시고, 석사를 영국으로 가셨는데 그때 유학을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한국에서도 대한축구협회의 피지컬 코치 자격증을 통해서 피지컬 코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저는 조금 더 깊게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십과 같은 정말 좋은 팀들이 아니어도 축구가 가장 발달되어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스포츠 과학이 적용되고 있는지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어요.


6. 누구나 유학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직접 도전하는 것은 또 다를 것 같아요. 가기 전에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그걸 이겨내셨던 당시 마음도 궁금해요.

사실 너무 걱정이 많았죠. 영국에 가서 이루고 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혹시나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유학을 준비하거나 현재 유학을 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거든요.

저는 그래서 제가 준비해 왔던 과정들을 돌아봤었어요. 지원하면서 작성했던 서류들, 학교와 컨택했던 이메일 등을 보면서 스스로 충분히 준비해 왔다는 것을 상기시켰던 것 같아요. 충분히 잘 준비해 왔다고 스스로 믿으면서 비행기에 올랐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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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석사를 하시면서 지금의 팀에 인턴으로 들어가셨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팀에 들어가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영국에는 다양한 인턴 기회를 여러 공고나 학교와 연계된 곳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현지에 있는 영국인들과 경쟁해서 기회를 찾는다는 게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 역시 30개 이상의 팀을 지원하면서 4~5개 팀의 인터뷰를 통해서 지금 팀에 인턴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정말 ‘포기해야 하나’ 싶은 순간들도 있었기에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8. 경력이 오래되지는 않으셨지만, 한 팀의 일원으로 일한다는 게 엄청 큰 경험일 것 같아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하루하루가 저한테는 꿈같은 날들이고 소중한 날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프로에 오고 싶다는 꿈을 이룬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도 가장 행복했던 날을 생각해 보면 처음 워밍업을 리드했던 날인 것 같아요. 인턴이 되고 생각보다 기회가 금방 왔지만, 그날의 설렘과 긴장은 아직도 기억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의 워밍업은 제가 이 팀에 와서 했던 워밍업 중 최악이었지만, 그날의 기억만큼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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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국가대표팀의 피지컬 코치가 되고 싶다는 명확한 꿈이 있으신데, 그 꿈을 갖게 된 시기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지도자분들이 꿈꾸는 목표일 것 같아요. 국가대표가 되어서 한국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것이요. 물론 저와 비슷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배운 것들을 토대로 한국 축구가 더 성장할 수 있는데 정말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어요. 아직 저 스스로도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있지만, 제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만큼 설레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10. 외국 프로 구단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딱 한 가지를 조언해 줄 수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디서든 좋으니 자그마한 경력이라도 먼저 쌓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꼭 영국이 아니더라도 외국에 나가게 되면 그 나라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조금의 경력이라도 더 있으면 그만큼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무기가 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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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굉장히 어린 시절부터 확고한 꿈과 목표를 갖고 달려 나가고 계신 것 같아요. 그것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재미와 행복인 것 같아요. 사실 축구팀에서 일한다는 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만큼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팀 스케줄에 맞춰서 모든 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프시즌이 아닌 이상 휴가를 쓰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며, 스스로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도 많이 적거든요. 아마 이 일이 재미있고 행복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하루하루가 꿈같거든요. �


12. 영국에서 석사를 하고, 지금 팀에서 일하기까지 후회되는 순간은 없으셨나요?


전혀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팀에 오게 되었고, 그동안 바라왔던 일들을 하고 있는 거라서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모든 사람들이 꿈꿔왔던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영국에 온 이후로 한국에 한 번도 못 간 게 후회되는 일은 아니지만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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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앞으로 본인의 꿈을 위해 어떤 도전들을 이어나가실 건지 궁금합니다.


우선 지금 팀에서 정말 많은 지원을 받고 있고, 영국에서 이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너무 감사한 일들의 연속이라 현재 팀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더 많은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서 프로 데뷔를 하는 것들을 돕고 싶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도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그전에는 몰랐던 것들, 그리고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가면서 결과적으로는 한국에 돌아가 한국 선수들을 위한 것들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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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도 점점 피지컬 트레이닝 혹은 피지컬 코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생기고 있는데, 피지컬 코치라는 직업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국내여도 좋고, 저처럼 해외에 나오셔도 좋고, 주어진 환경에서 함께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더 발전할 수 있는 분야고 계속해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함께 많은 것들을 이루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학생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요. 꼭 스스로에게 쉴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일주일 내내 힘들게 운동하고 레슨도 하는 거 알지만, 그 스케줄 안에서 적어도 하루 정도는 그동안 밀린 잠도 자고, 잘 먹고, 회복에 필요한 것들을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훈련과 경기에 무리 없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제 기준에서는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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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웅 님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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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E IN은 축구에 뜻과 꿈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영감과 용기를 얻고 축구판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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