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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Oct 20. 2022

도시로 떠나다

엄마의 이름






막내가 돌이 되기 전이었다. 김포로 이사를 가서 포도밭 관리를 시작했다. 시골 살림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어디에서 살든 강원도 촌구석보다는 나을  같았다.  달에  오천 원을 받았다. 남편은 인부들과 일을 하고, 나는 밥과 새참을 해대느라 눈코 뜰  없는 날들을 보냈다. 만만한 생활은 없는  같았다.  날은 포도밭 주인이 밭을 살피러 왔다. 주인 사내는 주인이 왔는데 인사도 제대로  한다며 구시렁대었다. 거들먹거리며 주인 행세하는 모양새 울화가 치밀어 사내와 대판 싸우고 말았다. 포도밭 관리를 그만두고  마을로 이사를 했다. 딱히 괜찮은 일을 찾을 수 없어 하루 벌어먹고 사는 궁핍한 생활이 이어졌다.


어느 날 큰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올케 친정 쪽 아는 사람이 울산에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을 거들었는데, 뭘 해 먹고 살아도 강원도 보단 나을 거라는 말에 오빠는 식구들과 엄마를 모시고 울산으로 이사를 간 터였다.

"오빠 잘 지내요? 생활은 괜찮아요?"

"지금 현대중공업 들어가려고 이것저것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니들도 애들 데리고 울산으로 내려와라. 울산은 공장이 많아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울산! 울산이 어디지? 어디 붙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시골은 아니다. 평생 시골에서 살아온 나는 팔다리가 쑤시도록 일이 널려있는 시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한편 깍쟁이들이 가득하다는 도시에서의 삶이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앞날이 빤한 여기서는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다.


딱 피난 가는 행색이었다. 남편은 이불 보따리와 몇 안 되는 살림살이를 머리에 이고, 나는 막내를 업고 두 아이 손을 잡고 울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저녁에 출발해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울산역에 도착했다. 먼 길이었다. 역에서 내려 어스름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원도에서 울산으로, 생애 처음 도시에 터를 잡았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이 막연하게 느껴져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역에서 내려서도 한참 버스를 타고 엄마가 미리 구해놓은 집으로 향했다. 집은 다세대 주택이었다. 기역 자로 생긴 좁은 툇마루에 방이 몇 개 있었는데 그 단칸방 하나가 우리가 살 집이었다. 동네는 계획 없이 들쑥날쑥 지어진 집과 낮은 건물들로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긴 도시였다. 남편은 한동안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다가 큰오빠 소개로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엄마의 이름 앞 이야기>

1. 시작

https://brunch.co.kr/@miyatoon/20

2. 프롤로그-영웅 영숙이

https://brunch.co.kr/@miyatoon/37

3. 우리 영숙이는 선생님 시킬 거라......

https://brunch.co.kr/@miyatoon/38

4.호랭이는 뭐하나 저 간나 안 물어가고!

 https://brunch.co.kr/@miyatoon/41

5. 와야국민학교

https://brunch.co.kr/@miyatoon/43

6. 뽕따러 가세

https://brunch.co.kr/@miyatoon/44

7. 남의 집 살이

https://brunch.co.kr/@miyatoon/45

8. 진모 엄마는 키가 시집가서 컸어.

https://brunch.co.kr/@miyatoon/46

9. 내 살림과 아이들

https://brunch.co.kr/@miyatoo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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