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달만 부추로 살겠습니다!
20명의 인원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쓴 지 벌써 열흘째다.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우리이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지켜가며 매일 23:59까지 인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모인 누구라도 혼자 했으면 벌써 타협하고 글쓰기를 멈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이기에 해내고 있고, 그렇게 매일 읽고 매일 쓰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읽고 쓰는 게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다.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 많이 있는데 아직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주는 책도 있고, 흥미를 주는 책도 있고, 위로를 주는 책도 있고, 정말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나도 독서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독서가 취미인 사람을 약간 고리타분하게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오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조건 책만 파는 팀이 아니다.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체화하기 위해 그것을 아웃풋인 글쓰기로 꺼내고, 필사로 다시 한번 다짐을 하면서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삶이 안 변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본인의 글로 약속을 하고, 그 글을 많은 이들이 보는 곳에 공개하고, 댓글로 그것에 관한 내용을 주고받으니 당연히 책에서 받은 인사이트가 내 삶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냥 공허한 말을 쓰거나, 우울한 말들만 쏟아내는 다소 허망한 글쓰기보다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유익할 수도 있고 초보자에게는 더욱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어쩌다 보니 나는 부추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것의 유래는 이러하다.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반달 쓰기를 자진해서 썼고, 밤 12시가 되면 반달 쓰기 탈락자 명단을 체크했다. 중간에 조금 애매한 글이 반달 쓰기에 올라왔을 때 리더들끼리 토론이 벌어졌다. 이것을 통과로 봐야 하는지? 단순히 인증만을 위한 글로 봐야 하는지? 그러나 내가 보기엔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고, 그렇게 본의 아니게 탈락자들을 선별하게 되었다. 너무 한다고 생각한다면... 뭐 할 말이 없지만 나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미리 공지된 약속과 규칙을 지켜야 어느 공동체든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HANDAL이기 때문에 서로가 더욱더 규칙과 공지를 준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이렇게 12시만 되면 탈락자 명단을 총알같이 올리다 보니 설계자(기획팀)들 사이에서 추노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러나 내 안에 추노의 모습만 있지는 않다(본인 피셜) 그래서 '부드러운'을 꼭 붙여달라고 했더니 채팅방에서 '부드러운 추노= 부추'가 되었다. 글을 쓰지 않은 채 다른 팀의 라이브가 재밌다고 채팅으로 1시간을 보낸다면 리더로서 솔직히 속상하다. 라이브가 즐거운 건 누구보다 인정한다. 잠깐의 즐거움을 선택할 것인지 약속된 미션을 먼저 수행할 것인지도 개인의 선택이다. 그렇지만 자꾸 타협을 하거나, 인증을 위한 글을 써 버릇하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한 달 서평을 똑같이 했어도 얼마큼 성장하는지는 각자가 어떻게 임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이제 3/2 지점으로 발을 내딛는것인데 각자 목표를 점검해보고, 만족할만큼의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있는지, 정성을 다해 글을 쓰고 있는지를 체크해봐야한다. (정량적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버려지는 시간은 없는지, 글의 퀄리티를 어떻게하면 더 높일 수 있는지는 스스로가 고민하고 중간목표를 설정해야한다)
우리는 모두 성인학습자이기에 발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기회를 제공하지만 엄마처럼 붙잡아놓고 공부를 시키거나 하지는 않는다.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서 글을 쓰면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고, 대충 중간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마음을 쏟지 않는다면 더디게 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다. 나의 수준에서 얼마 큼의 노력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핸드폰, TV, 각종 유흥, 치맥, 친구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당연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보다 자유롭게 놀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뇌이고 몸이다. 다행히 요즘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다들 외출이 자제되고, 조신하게 집에서 글을 쓰는 환경설정이 어느 정도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보통의 봄이었으면 꽃 보러 놀러 가고, 여기저기 식도락 여행을 가느냐고 자신도 모르게 타협을 했을 수도 있다.
원래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분석하려고 했는데 글이라는 게 내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흘러가기도 하니 오늘은 이 방향으로 그냥 써야겠다. 라이브를 할 때 우연히 다이어리를 공개했다. 다이어리에 직접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서 팀원들이 그날 몇 번째로 제출했는지, 다른 팀들 달성률은 어떤지 등을 기록 한다. 엑셀로 분석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체크리스트처럼 만들었던 것인데 가만히 살펴보니 제출 시간대의 패턴이 있는 게 신기했다. 적지 않으면 누적된 횟수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기에 그냥 내가 보기 쉽려고 적은 것뿐인데, 장부가 있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놀라신 듯했다.
기본적으로 20명 전원이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1명도 놓칠 수가 없다. 중간에 중도포기하는 인원이 나올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믿는 만큼 팀원들에게도 이 마음이 전해진다고 생각하고, 또 은근히 이렇게 글로 표현하므로 (전원이 읽지는 않으시겠지만) 더욱더 책임감을 갖고 함께 해주시리라 믿는다. 한 달 동안 매일 읽고 쓰는 경험이 없으신 분이 대부분이실 텐데 나는 작은 성공을 맛보게 도와드리고 싶은 것이다.
정말 바쁜 날이나 사정이 있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멤버십을 획득하지 못해 다음 달에 프로그램을 선택하지도 못하고, 반달 쓰기로 가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꼭 금메달을 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속해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멤버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되도록 메달권에는 무사히 안착하셨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어느덧 1/3 지점을 모두 무사히 왔다. 집에 방치되어 있던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던가, 벽돌 책을 쪼개가며 읽고 서평을 쓴다던가, 평소에는 안 읽어보던 책을 읽어보는 등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읽고 쓰고 있는데 읽고 쓰는 행위가 부담이 아니라 즐겁고, 점점 재밌는 행위가 되기를 바라본다.
누구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읽고, 매일 쓰는 "한 달 서평"팀이기에 오늘도 읽고 쓴다. 나도 사놓고 읽지 못한 새 책을 이제 꺼내서 읽어야겠다. 공부 후에 주어지는 독서시간은 힐링이다! 한 달 서평의 20명의 팀원들 이외의 놀이터에 있는 113명의 HANDAL 5기 모든 멤버들의 남은 20일도 응원한다!!!
HANDAL 5기 한달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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