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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진 Jun 27. 2017

4.2. 진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4. 이상한 나라를 준비하기 위한 지침

천천히 사는 사람은 또 다른 천천히 사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 남효진

해외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시간, 누군가로부터 더 이상 일이 주어지지 않을 때, 내 직업과 진로를 이어가는 일은 온전히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래서 더 불안하기도 하다.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Massey University의 커 잉슨 Kerr Inkson 교수 등은 호주와 뉴질랜드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중화되어 있는 ‘런던 체류’가 그들의 경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연구 링크). Big OE (Overseas Experience)라고 불리는 이 기간에 호주와 뉴질랜드의 젊은이들은 사회문화적으로 모국에 해당하는 영국으로 순례를 떠나 여행과 탐험을 하며 자기계발에 집중한다. 이 연구에서는 영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다 귀국한 지 5년 이내의 40세 이하 뉴질랜드 거주자 50명을 찾아 인터뷰했고, 귀국 후 초기 수개월 내의 직업 현황을 비교 분석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평균 4년을 거주했고, 대부분 해외 체류 경험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대답했다. OE 기간을 통해 개발된 기술과 능력에 대한 질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인·의사소통 기술, 자신감, 글로벌 시각을 언급했다. 그러나 리서치에 참여한 사람들의 절반 가량은 해외 체류 경험이 직업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외 경험의 효과가 귀국 후 커리어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여질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사는 시간 자체가 무조건 경력과 진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이후의 삶이 달라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직장을 떠나 일에서 거리를 두는 시간은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자기 길을 계속 걸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쉬는 시간을 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쉬는 시간을 단절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시간을 자신의 가능성을 놓지 않고 다음 진로를 위해 변화하는 시간으로 삼기 위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배우고 일하는 기회를 찾는 데 보다 유연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만의 일과 역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어디에서 사는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진로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일을 쉬는 기간을 자신의 진로를 다시 생각해보고 조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이전 직업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직업에서 원하는 바를 잘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일과 기회를 찾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일을 쉬는 동안 자신의 진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행동지침과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쉬는 기간에 내 진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좋을까. 조너선 페이더는 “거대하고 장기적인 목표는 일상적인 행동과 의사결정을 자극하는 궁극적인 동기 부여의 원천이 된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야구선수는 지루한 훈련 시간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정의 일부로 볼 때, 지루함과 게으름 같은 인간적인 한계에 맞설 수 있다. 일을 쉬는 사람도 다시 일로 돌아가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쉬는 기간을 계획할 때 쉬는 시간을 자신의 길을 이어가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지침 1. 미래를 위해 내 진로를 조정하는 기회로 삼기


리서치를 위해 만난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지금 당장 소속이 없고 직업이 없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대개는 이전에 하던 자신의 전공과 일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고자 했다. 11명 중 ‘미래 전망’을 고려해 자신의 진로를 다시 고민하고 계획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취업 가능성’, ‘육아와 병행 가능한 근무 형태’와는 또 다른 기준이었다.


미래학자인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의 최윤식 소장은 그의 책 <최윤식의 미래준비학교>에서 100세 인생의 시대에 “1~2년을 투자해서 더 멀리 보고 미래의 행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인 전망을 보지 않고 진로를 정하면 지금보다 더 늦은 나이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각자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의 조언을 고려하면, 일을 쉬는 기간은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자신의 진로를 다시 평가하고 조정하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나 역시 회사에 속해 있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좋아하는 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박사까지 마쳤기에 더 이상 다른 길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일을 다시 찾아야 하는 입장에 놓이고 보니 현재의 내 강점과 열정에 대해 솔직하게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와 SNS로 변화의 소식이 끊임없이 전해지는 때를 살면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고 보니, 현재 있는 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침 2. 어디에서든 이어갈 수 있는 나만의 일과 역할을 만들기 


회사에 취직을 하려는 경우 일반적인 면접 질문 중 하나는 팀워크이다. ‘팀워크를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라던지 ‘팀워크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내가 얼마나 팀에서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고, 한 팀으로 일하기에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도 많은 일들이 팀 단위 프로젝트이다. 팀 리더 혹은 팀 멤버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결과물을 만들고, 팀 안에서 내가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잘했는지 인정받길 원한다. 그러다 어느 날 직장을 떠나 일을 쉬게 되면, 나는 더 이상 팀원이 아니라 홀로 서있게 된다.


인터뷰에서 경력단절의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일수록 언제든 자신이 단독으로 개업을 하거나 취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기대되는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에 대해 동경하는 것을 보았다. 또 경력단절의 부담으로 취직 대신 사업을 고민하며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상상해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자격증이 있어야만 전문직이라 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 고용되지 않아도 자신만의 방법론과 기술로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전문직이 아닌가?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리드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남이 의뢰하는 일만이 아니라 내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 또한 전문직이고 사업이 될 수 있다. 비록 익숙한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는 없다 해도, 어디에서든 이어갈 수 있는 자신의 능력과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늘 팀 사람들과 함께 일해온 나도 회사를 떠나 혼자 있게 되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당황스러웠다. 큰 회사든 작은 컨설턴시든, ‘늘 팀에 소속되어 있던 내가 팀에 속하지 않으면 나는 과연 디자이너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내가 전문가라면 회사에 소속되는 것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자성도 있었다. 혼자서 일할 수 없다면, 팀에서 나오는 순간, 더 이상 다른 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순간, 내 일은 끝이 난다. 그러나 혼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면, 나는 혼자 있는 시간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모두 내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디자이너인 나는 반드시 팀에 속해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팀에 속하지 않을 때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회사라는 조직도 결국 원하는 일을 계속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아니던가. 조직적인 대기업과 작은 인원이 치열하게 일하는 컨설턴시 양쪽에서 일해본 경험이 생각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됐다. 큰 회사라 해도 프로젝트를 맡은 팀 안에서 팀원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은 컨설턴시 안에서도 그 일을 책임지고 방향과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소수다. 대기업과 소규모 컨설턴시 모두 똑같은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려 명이 중복해서 하고 있다면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결국 내가 회사와 팀 안에서 하던 내 일은, 내가 팀에 속해있지 않고 혼자 있을 때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그 부분을 다듬고 키우면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고 일의 크기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지침 3. 일의 범위에 대해 유연해지기


커 잉슨 Kerr Inkson 교수 등은 해외 체류를 결정하는 데 직업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사람들을 세 가지 타입으로 구분했는데, 그중 두 가지 타입의 사람들은 해외에서 직업 선택 시 대비가 되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범세계주의자 Cosmopolitan’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들은 특정 분야의 자격증을 활용해 직업을 찾고자 했다. 이른바, ‘어디든 갈 수 있는’ 전문직들이다. 여행을 목적으로 해외 체류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여행을 하면서 일에 대한 열망이 더 높아졌고, 결국에는 자신의 직업이 해외에서 사는 주된 이유가 됐다. 여행 자체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의 삶이 자신의 전문직과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이와 대비되는 타입은 ‘경계 없는 커리어리스트 Boundary-less careerist’였다. 이들 역시 원하는 직업의 방향이 있지만 직업이나 전문성의 범위에서 좀 더 유연했다. 이들은 특정 직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스킬의 조합 a portfolio of skills을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직업을 찾을 때 보다 자유로웠고, 새로운 산업이나 회사로 진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여행과 일을 전략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


새로 살게 된 나라에서 자신이 해오던 일을 이어갈 수 없는 경우 당황하기 쉽다. ‘미국 유학생 와이프’들의 대표적 경로 중 하나인 ‘나의 일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격동기’가 그러했다. 자신이 해온 일이 비교적 전문적이거나 역할이 명확할수록 그 일을 이어갈 수 없을 때의 당혹감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의 삶을 장기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해오던 그 일을 이어가기 위해 진학이나 현지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했고, 몇 년 내 한국의 직장으로 복귀가 예정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유보하고 가족 중심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1 아니면 0을 골라야 하는 이진법과 같이 사람들의 선택은 둘로 나뉘었다. ‘범세계주의자 Cosmopolitan’과 같은 선택이다. 이런 ‘범세계주의자 Cosmopolitan’로 살아온 내게 ‘경계 없는 커리어리스트 Boundary-less careerist’의 사고방식은 신선했다. 자기가 가져온 직업의 형태를 그대로 온전히 가지는 데 집중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스킬의 조합 a portfolio of skills으로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 이러한 유연성은 그동안 익숙했던 직업을 통해 일할 수 없는 시간에 자신을 단련하고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하영 씨는 한국에서 학원 사업을 하다 남편의 공부를 위해 미국에 왔다. 고립되고 재미없는 생활의 해결책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하영 씨에게 카페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을 때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하영 씨는 어렸을 때부터 베이커리 카페를 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래서 지금의 카페 아르바이트를 배우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 오너가 어떻게 애들을 경영하고 전체적인 경영을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것도 배우고 있고. 제가 알바니까 알바생끼리의 고충, 나중에 나는 어떻게 해야지라는 생각도 하고 있고. 배울 점도 있고 버릴 점도 있고 그런 거를 계속 생각하면서 아직까지 딱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속 생각을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이 있는 시기에 그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자신의 미래 계획과 연결함으로써 하영 씨는 다음 진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진로를 위한 아이디어

1. 나를 위한 러닝 프로그램 Learning Program 설계


나를 위한 러닝 프로그램 설계 예 © 남효진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학교를 갈 수도 있지만, 꼭 학교를 가야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위가 필요하고 몇 년에 걸쳐 하나의 전공에 매진하고자 한다면 학교가 답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분야와 필요로 하는 경험과 스킬을 학교 밖에서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직접 나를 위한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디자인 컨설턴시의 스튜디오 디렉터로 일하는 동안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로부터 정말 많은 자기소개서와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받아 검토했다. 대부분은 학교를 졸업하며 학교 수업이나 산학 과제에서 진행했던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주거나, 학교를 졸업한 후 몇몇 회사와 프리랜서를 거치며 진행해온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한 디자이너의 자기소개가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학사를 마친 이 디자이너는 자신이 스스로 석사 프로그램 Master program을 디자인해서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교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설계에 따라 각 6개월간 미국, 싱가포르, 유럽의 디자인 컨설턴시에서 일하며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고 경험을 쌓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석사 학위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주제에 집중하면서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신만을 위해 최적화된 석사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 그 디자이너처럼, 일을 쉬는 시간, 경력단절이 고민되는 공백의 시간에,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면 어떨까. 내가 원하는 공부와 경험을 적절한 기간 동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에,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 공부나 훈련이 될 수도 있고,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고, 자격증이 될 수도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내가 채우고 싶은 목표를 만들고 그에 따라 나만의 커리큘럼과 일정을 계획하면, 내 앞의 빈 시간은 나를 위해 꽉 채워진 특별한 기간이 될 수 있다.


진로를 위한 아이디어

2.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찾기


찾아보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다 © 남효진


프로젝트

프리랜서나 자원봉사자들에게 프로젝트를 연결해주는 웹사이트들은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웹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 중인 진주 씨는 freelance.comSocial Coder를 통해 웹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freelance.com은 다양한 직종의 프리랜서들과 프로젝트를 가진 회사들을 이어주고 양쪽 사이에서 계약, 운영, 지불을 관리한다. Social Coder는 자선단체들과 자원봉사를 원하는 개발자들을 이어준다. 진주 씨는 이러한 플랫폼들을 통해 그동안 일하고 공부하며 쌓아온 기술들을 활용하면서 취업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보충하고 있었다. 또 작업을 하면서 다른 개발자들과 화상회의를 하며 협업을 하기 때문에 소속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비영리단체들과 자원봉사를 원하는 전문가들을 이어주는 TAPROOT이라는 사이트도 있다. 직종 별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미리 확인하고 활용하면서 잠시 자신의 속도에 맞게 일을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원봉사

일보다는 경험을 위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VolunteerMatch는 미국 내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자원봉사 기회를 연결해준다. 호스피스 기관의 사무보조부터 소상공업자를 위한 멘토 역할까지 자원봉사의 범위 또한 넓다. 친구들 중 한 명은, 임산부들의 출산을 위한 의사결정과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신정보센터에서 1년간 리셉셔니스트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사무실 문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의료, 사회복지 서비스와 여성 건강에 대해서 배운 바가 많았다고 전했다. 일이 아니라 경험을 위해 기회를 찾아보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공부

학위 취득에 대한 계획이 없더라도, 언어 공부나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스킬을 늘려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자신의 동네에서 가까운 Community College(CC)를 통해서 영어수업(ESL)이나 다양한 주제의 non-credit course를 수강할 수도 있다. 각 CC의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수업과 등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드문 경우지만, 미국에 와있는 상태에서 한국에서 시작했던 사이버 대학교를 통해 유아교육을 전공하면서 미국 현지 학교 수업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친구도 있었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들은 장기보다는 단기적으로 기회를 찾기 위한 방법이다.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다양한 기회에 대해 차차 알게 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고 없다고 생각했던 기회들이 사실은 많이 가리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기회들이 가리어져 있었을 수도 있고 내 눈이 가리어져 있었을 수도 있다.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더 많은 기회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찾고 계획하는 동안 혼자서 멈춰 있지 말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다 보면 그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를 준비하는 참고서' 목차 및 이전 글 보기  

'이상한 나라를 준비하는 참고서' 소개
1. 배경

    1.1. 우리 안의 ‘미국 유학생 와이프’

    1.2. 기대와 다른 현실

    1.3. 이상한 나라를 만드는 요인들
2. 다양한 경로와 이슈들

    2.1. 새로운 진로를 찾는 거대한 고민

    2.2. 현재 직장과 새로운 가능성 사이에서 고민과 저울질

    2.3. 나의 일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격동기

    2.4. 정해진 계획 안에서 살며 여유를 즐기는 시간

    2.5. 육아에 집중하며 향후 진로의 방향성 고민

3. 11명의 ‘미국 유학생 와이프’들에게서 찾은 인사이트

    3.1. 준비와 실행

        3.1.1.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결심

        3.1.2. 좋은 하루를 위한 노력

    3.2. 진로

        3.2.1. 진로 재설정        

        3.2.2. 진로에 대한 불안

        3.2.3. 해외에서의 신분, 면허, 언어의 제한

        3.2.4. 비우고 채우는 시간

    3.3. 가족

        3.3.1. 부부, 동반자 혹은 희생자

        3.3.2. 가족, 후원자 또는 상사

    3.4. 주위 사람들

        3.4.1. 친구, 선배, 선무당

        3.4.2. 편견과 나
4. 이상한 나라를 준비하기 위한 지침

        4.1.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4.2. 진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월요일, 목요일마다 업로드 예정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인터뷰 참가자들의 이름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대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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