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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Feb 11. 2019

'공동육아의 교육적 가치'

시선 공유 2 / 기타(찬 아빠)

이 글은 2018년 10월 20일 조합원 교육 - 이부미 교수의 '공동육아의 교육적 가치'라는 특강을 듣고 쓴 후기입니다. 
2018년 10월 20일 칠보산 어린이집 조합원 교육- 이부미 교수 특강 "공동육아의 교육적 가치"

 ‘사는 대로 생각하느냐 생각하는 대로 사느냐?’ 30대부터 내 삶이 피곤해질 때마다 생각해왔던 말이다.
 최근 한 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공동육아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하니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치켜세워주었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이란 피곤하다. 겉과 속이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태해지거나 비뚤어지는 나를 바로 잡아 보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 이전에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하여 나 스스로를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동육아의 교육적 가치’라는 주제는 내게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것이었다. 


 공동육아가 육아를 해본 가까운 선배들이 추천한 그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고 평소 ‘공동체’를 꿈꾸어온 내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동육아를 선택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보니 내 삶에서 비중이 생각보다 커져갔고 그만큼 요구되는 시간과 노력도 조금씩 커져갔기 때문에 공동육아에 대한 내 생각을, 그 가치를 명확하게 하고 싶은 참이었다. 오늘 강의를 듣고 공동육아를 선택한 내 판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또 새롭게 알게 된 부분과 그에 따른 느낀 점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중심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 공동육아의 묘한 양면성으로 진보성과 보수성을 동시에 갖는 특성을 확인했다. ‘공동육아는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고자 하는 운동적 성격으로 출발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부분은 사회적인 맥락으로 볼 때 진보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전래놀이나, 세시 절기 교육, 옛이야기 들려주기 등을 통해 ‘기본적인 민속 문화 능력’을 추구한다는 사실, 4차 산업혁명에 다들 호들갑을 떨지만 근본적인 교육적 가치와 의미, 아동의 발달과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점 등은 참 보수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진보성과 보수성을 동시에 지닌 것은 우리나라 교육운동을 한 집단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20년 전에 공동육아를 시작할 때 추구했던 가치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점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뜻이기에 반갑고 고마웠다. 앞으로 공동육아가 확대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둘째, 공동육아의 두드러진 성격을 알게 되었다. ‘삶과 육아의 가치, 의미를 공유하는 문화공동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부미 교수도 ‘아이들을 매개로 함께 모였지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지점이다. 아이들을 매개로 함께 모였지만 우리는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와는 다르다. 마실을 통해 서로의 가정을 열고, 나들이를 통해 가족 간의 관계를 긴밀히 하기도 한다. 오늘 이루어진 이러한 조합원 교육으로 우리의 육아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고 함께 경험한다.


 다른 일반적인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삶과 육아의 가치를 깊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몇몇 관계가 깊은 사람끼리는 사적으로 그러한 것을 나누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지만 공적 시스템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공교육 속의 학교에서도 대부분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학교에 보낼 뿐이지 학부모들의 삶, 아이들의 삶, 육아의 가치나 의미를 깊이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교육기관을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는 ‘공동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을 키우는, 맡기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공급자니 소비자니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고 ‘비리’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립 유치원’에 보내는 현상들이 생기는 것일 테다. 


 셋째, 공동육아의 교육과정과 선생님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들은 것으로, 엿본 것으로 대략적인 교육과정의 모습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강의를 통해 문화적 틀의 전개과정으로 생태교육, 생활문화교육, 관계 교육, 통합교육 등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 활동들을 연결 지을 수 있었다. 거꾸로 내 아이를 통해 알게 되었거나 오가며 보았던 어떤 활동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을 통해 기대하는 생태적 능력, 기본적 민속 문화 능력, 소통능력, 차이와 연대 능력은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크게 지지하고 싶었다. 이것들은 한마디로 하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막연히 친절하고 따뜻하다고 생각했던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동지와 같다는 느낌, 연대와 지지의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오늘 강의를 통해 알게 된 것, 느낀 것으로부터 나 스스로 ‘공동육아의 교육적 가치’를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첫째, 공동육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세상이 변해도 교육의 본질을 꾸준히 지켜가고자 하는 교육운동이다. 둘째, 공동육아는 삶과 육아의 가치, 의미를 공유하는 문화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장이다. 셋째, 공동육아의 교육과정과 그것이 지향하는 목적이 근본적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가위 행사 (좌), 교육소위 가족 나들이(우)ㅁ
홍보소위 가족 나들이(좌), 김장 담그기 행사(우)


 이것들은 순전히 공동육아에 입문한 지 일 년이 채 안된 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본 ‘공동육아의 교육적 가치’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교사의 입장에서 그 가치나 의미는 또 다를 수 있겠다. 또 다른 아마들이 생각하는 가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추후에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오늘을 지내며 들었던 생각으로 글의 마무리를 지어볼까 한다.


 가치나 방향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신념이다. 이것은 실천과 책임과는 별개이다. 좋은 생각이 반드시 좋은 행동이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칠보산 어린이집의 교사나 아마들이 지금껏 잘 해온 것처럼 보다 긴밀히 보다 따뜻하게 가치나 방향을 잘 실천해갔으면 좋겠다.


 강의가 끝나고  해님이 ‘우리도 연못을 만들어야 하나? 집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고 했다. 그 말에 웃긴 했지만 다른 공동육아와의 교류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가능성과 자극을 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옆에 있는 ‘사이좋은’이나 ‘숲에 노닐다’와 같은 가까운 공동육아와도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우리 아마들은 어떤 생각으로 공동육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시간이 되면 우리가 별칭을 어떤 이유에서 지었나 나누었던 것처럼, 어떤 이유에서 공동육아를 선택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표지그림 출처 :  정책브리핑의 시리즈 맘키즈 포스트 ( http://naver.me/F9d4yZ6N)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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