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에 살어리랏다 1 / 모두 댓글 1
칠보산 어린이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습니다.
때로는 너무 가까워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그 지척의 거리가 힘이 되고 든든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칠보산 어린이집에 들어오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순간을 서로 확인하며,
또 힘내서 새로운 봄을 준비합니다.
우주인(아인 엄마)
무지무지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 있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은 것인지, 밥하기가 싫은 날인지. 구분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날은 늘상 이야기하는 아인이의 "집에 안 갈래~"라는 말도 괜히 흘려듣기가 싫어진다. 아이를 핑계 삼아 밖을 떠돌고 싶은 날, 그런 날은 터전에 슬며시 엉덩이를 붙이고 시간을 보내본다. 그렇게 아마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 "오늘 터전에서 뭐 시켜먹고 갈래요?"라는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기어이 터져 나오는 날이 있다. 그러면 아싸 성공!! 나는 그럴 때 "아, 여기가 너무 좋아~"하고 생각한다.
엄지(민서 엄마)
처음 몇 달은 생경한 분위기와 여러 가지 마음 쓰이던 일들로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건가?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나?' 등을 고민 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아라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기다렸고, 어른의 시선이 아닌 내 아이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보려고 노력하니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른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들, 교사와 아마의 벽 없는 소통과 가족처럼 함께할 수 있는 아마들이 있다는 것. 점점 빠져드는 칠보산의 매력! 칠보산 어린이집 교사, 가족 모두와 보낸 해보내기를 함께하며 내 아이가 이곳에서 웃으며 지내고 이 사람들과 같은 희망을 품고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현재는 매일 매일 이곳에 오길 잘했다 생각한다.
파랑(준우 엄마)
아직 등원한지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처음 등원하던 날부터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전 어린이집에서 적응이 5개월 가까이 걸렸던 아이이기에 이곳에 오면서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등원 3일째부터 어린이집 점심 먹고 싶다고 하고, 낮잠은 언제 자냐고 하고, 지금껏 가기 싫다는 말없이 울지 않고 들어가는 것을 보며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선생님들 별칭을 하나하나 말하며 모두 좋다고 하고, "○○어린이집 바깥놀이는 싫었는데, 칠보산 어린이집 나들이는 좋아." 하고 말하는 준우. 아마도 5세가 되어 보낼 수 있는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갔다면 준우는 또 몇 개월을 적응하며 힘들어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마치 그동안 계속 다니고 있었던 것처럼 "빠이빠이~"하며 터전으로 쓱~ 들어가버리는 건. 다른 곳이 아닌 칠보산 어린이집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뭉치(이든 엄마)
우리가족은 이 곳에서 3년을 보냈고 이제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내 아이가 다니는 곳이지만 엄마 아빠 모두 다니는 곳! 이곳은 가족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곳임이 분명하다. 이곳은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어떻게 커가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속상하다면 왜 속상한지 알 수 있는, 내 별칭을 모르는 아이가 없는, 기쁨과 슬픔을 모두 나눌 수 있는 신기한 곳이다. 이 큰 행복은 그냥 누리는 게 아닌 함께해야, 함께 나눠야 누릴 수 있는 행복 인 것 같다. 이렇게 말도 안 듣고 까칠한 강아지 같은 내 아이, 각자 개성 강한 자유분방한 모든 아이들을 내가 이렇게 예뻐하게 될 줄은 몰랐다.
햇살(서연 엄마)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아이 중심으로 하루가 흘러가는 것 같다. 아이를 생각하는 순간에 칠보산 아마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칠보산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순간들이 늘어갈 때마다 들어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가족을 공감해주고 함께 해 줄 수 있는 칠보산 가족이 있어 너무 좋다.
몽실(선율 엄마)
3년 동안 아침 일찍 눈도 못뜬 상태로 터전에 갈 때 피곤할 텐데도 싫은 내색 없이 가고 친구와 동생들을 귀엽다고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지치거나 힘들 텐데 항상 웃으며 반겨주시는 선생님과 아마들을 만날 때마다 칠보산 어린이집에 오길 잘했구나 생각한다. 하원할 때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도 볼 수 있고 궁금한 게 있을 때 수시로 선생님께 얘기하고 편하게 물어보면 친절히 답해주시는 것도 너무 좋다.
방울(시윤, 성윤 엄마)
일반(?) 어린이집 엄마들과 어울려야 할 때가 있다. 먹거리도 미디어 노출도 아이와의 관계도 유난스러워 보일까 신경 쓰이면서도 그냥하루인데. 하고 어울리기엔 너~~~무 마음이 불편하다. 터전에서 터전아마들과 마실 할 때의 편안함. 역시 이곳에 오길 잘했다!
지화자(찬영 엄마)
내가 흔들릴 때 주위를 둘러본다.
그럼 내 양옆에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아, 맞다.
나 혼자가 아니었지.
그래, 우리는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
나만 고민하는 게 아니었어.
그래, 우리 잘 가고 있어.
안심하게 된다.
넘어지는 이들을 같이 일으켜주기도 하고,
너무 앞서 가는 이들에게 우리 같이 가자 얘기도 하고,
뒤쳐지는 이들도 살펴보고,
혼자라면 끝까지 못 갈 길.
모두 같이 손잡고 나아가니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기꺼이 즐겁게 갈 수 있다.
가는 목적지는 어디인지 몰라도, 가는 길이 즐겁다.
책벌레(상준 엄마)
불현듯 상준이에게서 형들과는 다른 모습을 볼 때 칠보산 어린이집에 보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과일을 싫어하는 두 형들과는 달리 과일이나 새로운 음식에 거부감 없는 모습에서 칠보산어린이집의 먹거리 교육에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얌전하고 시큰둥한 형들과 달리 활기차고 개구진 모습에서 상준이는 어린이다운 모습을 일찍 발현한 게 아닌 가 싶다. (형들은 아직도 애어른이라는 평을 듣는다.)
새론(예주 엄마)
아직 내 눈에 어린 아가를 눈밖에 놓기 참 힘들다. 아침에 울며 손을 놓아야 하는 헤어짐도 싫다. 그래도 들락날락하는 선배 아마들이 "예주는 엄마 가자마자 잘 놀더라" 라는 말 한마디가 날 위로하고, 바쁘셨을 텐데 기억해 두셨다가 조근조근 들려주시는 선생님의 이야기들이 날 안심시켜준다. 내 아이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같이 추억을 쌓고 있는 걸 느낄 때 이곳이 참 좋다.
해님(솔이 아빠)
솔이가 칠보산 운동기구에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솔이가 마실 가서 달님이랑 단둘이 있을 때. 아침이 보고 싶어 한다고 햇살이 얘기해줄 때.
기타
학교에서 아빠들과 모임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 땐 난 담당 교사로서 참여한 아빠 모임이었다. 여기 터전에서는 아빠 모임에 '아빠'로서 참여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 기쁘다. 그런데 아빠들 참 가정적이고 특히 아이들에게 너무 잘한다. 듣다보면 자극도 받고 아이디어도 얻는다. 어느 어린이집에가서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을까? 지난 해에는 비정기적으로 모이다가 1월 부터 정기 모임을 갖기로 했다. 정기 모임의 첫 미션은 '햇님밧줄' 만들기였다. 참, 이런 멋진 장면을 만날 때 참 여기 들어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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