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살이 1 / 구들나이(진우 아빠)
2017.1.13. 눈
조금 늦은 시간 진우와 함께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몽실이와 지화자가 아마를 하고 있었다. 가자마자 무학사로 나들이를 나갔다. 마침 눈이 내렸다. 길가에 온통 눈이 내려서 미끄러웠다. 큰 형들과 누나들은 익숙해진 길에 나름대로 이 길 저 길을 뛰어 다녔다. 여러 번 "조심해. 위험해, 위험하니까 천천히 걸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찬영이는 도로를 건넌 후 내리막길에서 전속력으로 내리 달렸다. 찬우와 유하형이 내달리니 따라서 가고 싶었나보다. 속으론 무척이나 당황하고 조심스러웠다. '저러다 다치면 어쩌지?' 그런데, 균형 잡힌 달음질로 나를 안심시켰다. 찬우는 졸업생 형아답게 '아이템'획득 놀이로 유하와 찬영이를 벌써부터 사로잡았다. 자연 속에서 어울려 노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따로 신경 쓸 필요 없이 그저 어떻게 노는지 큰 애들을 지켜보았다. 통신전봇대를 만지고, 바위를 만지면서 아이템을 획득하고 점수가 쌓이는 방식이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있는 놀이였다. 나조차도 그네들이 하는 놀이가 무척 흥미로웠다. 나중에 생각하니 피카츄 AR게임과 비슷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바꿔서 칠보산을 자기들끼리 열심히 몰입해 이곳저곳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깨닫는 바가 있었다. 어른들은 처음부터 이런 놀이 저런 놀이를 만들어 주면서 일을 많이 한 듯 생각한다. 그런데 참 ‘헛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서 더불어 스스로 찾아서 노는 것, 각자가 궁금하고 즐겁고 신나는 것을 함께하면 그 자체가 놀이가 아닐까?' 뭔가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 이면에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이가 스스로 즐거움을 발견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최고의 놀이이다.'
은영이는 '눈 먹기'를 했다. 하늘에 혀를 쏘옥 내밀었다. 나도 같이 따라하면서 무척 재미있었다. 하늘에서 맛있는 눈이 자꾸자꾸 내 입속으로 하나 둘 들어왔다. 차가웠다. 달콤했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았다. 이든이가 뒤에 쳐져서 전자검 소리를 내며 "띠용","띠용" 하면서 자극했다. 반응이 왔다. 그렇지! "제다이 용사여 적들을 물리쳐라. " 무척 즐거워 하면서 난이도 높은 7번 코스를 질주했다.
칠보산 무학사에서 잠시 놀다가 논두렁으로 들어갔다. 눈이 오는 통에 얼음이 모두 눈 속에 파묻혀버렸다. 무얼할까 하다가 우린 얼음 깨기 경주를 하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찾았다."는 큰소리와 함께 "바지직 바지직 콱" 소리가 났다. 와장창 깨지는 얼음소리였다. 눈에 뒤덮인 논을 헤집으면서 그 곳에 있는 거의 모든 얼음들을 찾아서 깼다. 그런데 얼음을 깨면서 보니 논에는 파란 풀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은영이는 "여기도 있어요."라며 말했다. 추운 겨울 온통 식물들은 모두 사라져 버린 듯 아니 숨바꼭질 하듯 여기저기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었다.
얼음깨기가 끝날 무렵 논 귀퉁이에서 깨진 얼음조각들을 가지고서 아이들을 모았다. "얘들아 이건 무슨 노래일까?", "딱딱딱 딱 따 따딱 딱......", "꽃들 꽃들", "딱지치기" 서로 자기가 맞추겠다고 야단이다.
이젠 아이들이 자기가 낸 문제를 풀란다. "딱딱 딱 딱 따 따 딱..." 아무 것도 아닌 죽은 줄 알았던 얼음덩이들이 아이들의 춤사위에 덩실덩실 살아서 숨을 쉰다.
구들나이가 2017년 1월 선생님들의 겨울방학에 종일 돌봄아마를 경험하며 썼던 아마일지입니다.
과거에서부터 날아온 편지이지요. 지금 6,7세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새로워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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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에 살어리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