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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Feb 11. 2019

칠보산 사랑은 정관 읽기로부터

시선 공유 3 / 해님(솔이 아빠)

 솔이, 달님과 함께 칠보산어린이집에 들어온 지도 슬슬 2년이 다 되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이제 솔이도, 달님도, 저도 진짜 칠보산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동안 저희 솔이네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솔이 곁에 좋은 또래와 어른들이 많아지고, 달님한테도, 저한테도 좋은 벗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사랑도 커졌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좀 힘에 부치기도 했습니다. 이것저것 신경 쓰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요. 그래도 이제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마음이 좋고 편안합니다. 바로 사랑의 힘이겠지요.

 언제나 그렇듯이 사랑은 쉽지 않습니다. 사랑한다면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움직여야 하니까요. 칠보산어린이집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여서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애써야 할 무언가가 떠오릅니다. 특히 총회나 방모임 등의 자리에서 칠보산의 현안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면, 사랑하는 칠보산어린이집을 내가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어린이집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정관을 틈틈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됐건 알아야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어린이집의 정식 명칭은 ‘금호 공동육아 조합 - 칠보산 어린이집’입니다. 정관에 그렇게 나와 있지요. ‘금호’는 금곡동과 호매실동을 이야기하는 것일 테고, ‘공동육아’는 아이를 함께 기른다는 이야기이겠지요. 막히는 건 이 ‘조합’이라는 말입니다. 평소에는 잘 안 쓰는 말이니 조금 낯설고 어렵잖아요? 얼핏 듣기로는 원래 우리도 ‘협동조합’이라는 말을 써오다가 ‘협동조합’과 관련된 법에 제한이 생기면서 ‘협동’이라는 말을 뺐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협동조합법기본법’에 나와 있는 다음과 같은 구절 때문일 것입니다.


제1장 제3조(명칭)

③ 이 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등 및 사회적협동조합등이 아니면 제1항에 따른 문자 또는 이와 유사한 문자를 명칭에 사용할 수 없다.  <개정 2014. 1. 21.>


 결국 우리 어린이집은 이름에서 ‘협동’이라는 말을 빼고 단순 ‘조합’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협동조합기본법’에 영향을 받는 ‘협동조합’ 대신 ‘민법’에 근거한 ‘조합’을 자처한 것이지요. ‘협동조합’을 포기하고 단순 ‘조합’의 길을 가기까지 아마 선배 조합원들의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으로 등록을 하게 되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쨌든 우리 어린이집이 속해 있는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는 우리처럼 단순 ‘조합’이 아닌 ‘협동조합’의 형태를 띤 경우도 많이 있으니 앞으로 이해득실을 꼼꼼하게 따져 우리 어린이집의 정체성을 더 고민해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민법’에서는 ‘조합’의 개념을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제13절 제703조 제1항)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집이 이렇게 ‘조합’을 표방하였기 때문에 ‘영유아보육법’에 따른다면 ‘협동어린이집’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규정 때문이지요.


제2장 제10조(어린이집의 종류) 
6. 협동어린이집
: 보호자 또는 보호자와 보육교직원이 조합(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조합에 한정한다)을 결성하여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 


2016년 8월 이전까지만 해도 ‘협동어린이집’은 ‘부모협동어린이집’이었습니다. 어린이집의 종류와 관련해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면서 ‘부모협동어린이집’에서 ‘부모’라는 말이 빠진 것이지요. 원래는 보호자만이 어린이집과 관련된 조합을 만들 수 있었지만, 법 개정이 된 뒤 “보호자 또는 보호자와 보육교직원”으로 설립 주체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부모’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관에서 제목과 제2조, 제3조, 제8조, 제10조, 제17조, 제19조, 제40조 등에 남아 있는 ‘부모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은 ‘공동육아조합’ 혹은 ‘협동어린이집’ 정도로 고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정관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는 만큼 지난 총회 때 정리한 내용과 함께 고민해 보자고요. 이 기회에 모두 함께 정관을 잘 살펴 잘 다듬고 잘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칠보산 사랑은 정관 읽기로부터. ^-^




* 칠보산 어린이집 정관 보기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치지 못한 탐험일지(과거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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