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새넷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Nov 02. 2019

티처뷰_김임곤 선생님의 살며 가르치며

티처뷰 / 김인곤_내서중학교

내서중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새경넷(새로운학교경북네트워크) 김임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는 58세이고요, 올해 내서중학교로 전근하여 3학년 담임과 학생자치회와 학부모회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과는 수학교사입니다. 지금(18시 33분경)은 저녁 7시에 학부모 독서 모임이 있어서 참석하러 가는 중입니다. 


Q. 학부모 독서 모임은 어떤 모임인가요?                        

학부모 독서 모임 ‘달빛우리’는 11분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독서 토론 모임이고요. 한 달에 한 번 토론 모임을 하는데 저는 학부모들과 독서 토론을 통해서 학교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의견들을 주고받는 소통의 시간이라고 여겨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Q.현재 재직 중이신 학교는 어떤 학교인지 말씀해 주세요.                        

A. 우리 학교는 시골에 있는 3학급 소규모 학교입니다. 경북 지역에는 소규모 학교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내서중학교는 조금 특별하여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희망하여 선택하는 학교입니다. 교복이 없고, 머리 염색, 장신구, 화장에 대한 생활규정을 굳이 적용할 일이 없는 자유로운 학교입니다. 예전에는 폐교 얘기까지 나왔다는데 지금은 58명으로 학생들이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 우리 학교가 ‘미래학교’로 지정되었습니다. ‘미래학교’는 경북형혁신학교를 말하는 것으로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혁신학교정책입니다. 내서중학교는 교사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배려와 존중과 성장이 있는 학생자치를 표방하는 멋진 학교입니다.


Q. 폐교 직전에서 희망 학교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10여 년 전쯤에 남한산초등학교가 알려지기 시작할 때 비슷한 시기에 상주남부초등학교가 ‘작은학교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학교의 졸업생들에게 ‘작은학교운동’을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학교를 만들고자 하여 찾아낸 내서중학교가 여러 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되어 폐교 직전에서 희망학교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현재 전교생 58명 중 면 소재지 학생은 7명이고, 나머지는 상주 시내에서 버스로 통학하는 학생들입니다. 


Q. 학생들은 어떤가요?                        

A. 우리 학교 학생들은 매우 밝고요,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입니다.여러 이견이 있지만, 올해 처음 만난 내서중 학생들은 제가 보기에 감수성이 또래보다 풍부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알아서 공동체 의식도 강한 편입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선후배 간에 경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경어가 익숙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경어를 사용하면 ‘한자리모임’ 등에서 토론을 거쳐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하게 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의 장을 학생들 스스로 마련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내서중학교에 다녀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Q.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니까 최근 들어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며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는데 내서중학교 학부모님들은 굉장히 적극적인 편 같은데 어떤가요?                        

A. 아이들 학력은 부모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사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자발성과 자기 주도적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합니다. 입학식, 4박5일 체험학습, 졸업식 등의 모든 행사를 학생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그래서 자치역량이 매우 강화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중학교 단위에서는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이나 배움의 기쁨을 몸소 겪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입시를 겨냥한 학력, 지식 측면의 학력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우리 학교는 입학 초기에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지 말아 달라고 권유하고, 대부분의 학부모가 이런 제안을 수용하고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몰입도가 높고, 탐구하려는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경북에는 이러한 교육과정을 연계한 고등학교가 없어서 우리 학교 아이들은 풀무학교나 간디학교, 지평선고등학교처럼 대안교육 기관이나 남다른 철학을 지닌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학교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신뢰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남다른 학부모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경북 혁신학교인 ‘미래학교’로서 내서중학교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서중학교는 민주적 학교경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교무회의가 의결기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만 전문적학습공동체나 윤리적생활공동체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통해서 교사가 성장하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다보니 우리 학교가 교사들에게 업무가 많은 힘든 학교가 되어 근무를 꺼리는 모습도 보여요. 일을 덜어내고 교사의 배움도 깊어지는 그런 학교가 되기를 바라고 차차 선생님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학교로 나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Q.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키워주고 싶은 역량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자기 주도적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싶어요. 학교나 부모는 아이들을 날려 보내기 위해서 키운다고 하잖아요. 지금 대부분 학교의 학생들은 엄격한 생활규칙이나 경쟁적 공부 등에 의해서 자기 삶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인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학생들이 자치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사들은 애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입학식부터 졸업식까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게 합니다. 각종 행사를 준비위원회를 꾸려서 기획하고 진행하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믿고, 맡기고, 기다려줍니다. 노작 활동은 학생회 두레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모든 학생이 학생회 7개 부서 ―복지부, 매점부, 체육부, 기획부, 방송부, 진행부, 도서부―로 나눠서 구성되는데 그 부서를 ‘두레’라고 하고 그 두레가 각자 나름의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스스로 수행해 내게 함으로써 학생 자치역량이 강화되게 됩니다. 학급에서 달리 애쓰지 않아도 학교의 시스템을 이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Q. 선생님의 수학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저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둠을 구성해서 매 수업에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해 설명하라’와 같은 주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주제 질문과 연관된 활동지를 나눠줍니다. 그러면 아이들끼리 토의하며 원리를 찾고 문제도 풉니다. 그러다 잘 안 풀리면 전체 되돌리기도 해보고, 연결 짓기도 하면서 주제 질문을 분석하고 탐구하면서 배움을 형성해 나갑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아이들이 잘 따라 주고 인정해 줍니다. 수학 수업 시간을 좋아하고 기다려주니까 할만은 합니다. 


Q. 현재 경북 혁신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A. 경북 혁신학교는 지난해 교육감이 새로 당선되면서 뭔가 다른 지역과 같이 혁신학교의 필요를 인정하기 시작하게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뒤늦게 올 1학기부터 경북형 혁신학교인 ‘미래학교’를 지정하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3개교, 중학교 2개교 총 다섯 학교를 지정했는데요. 초등학교 2개교와 중학교 1개교에는 새넷 회원이 있는 학교입니다. 그러니 현재 경북교육감은 전교조나 새넷 교사들이 만들어 놓은 학교를 미래학교로 지정한 셈이에요. 하지만 혁신의 후발주자인지라 미래학교 간 네트워크화가 되지 못하고, 각자 혁신적 요인들을 모색하는 중으로 보입니다.


Q. 새학교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새넷에 참여하게 된 것은 10여 년이 되었는데, 그 전에 서길원 선생님이 보평초등학교 교장으로 계실 때 전국 활동가를 대상으로 열흘간 연수를 개최했었습니다. 그때 스쿨디자인으로 함께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경북에서도 새넷이 성장 발전해야 하는데 경북에는 그런 동력이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깃발을 놓치지 않고 계속 들고 있으면 언젠가는 크게 쓰임이 생길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경북 새학교네트워크의 자랑거리는 무엇입니까?                        

A. 경북 새넷은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새넷 존재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여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기도 하고요. 그런 와중에 11월 2일 황호영 이사장님을 모셔서 미래 교육에 대한 이해와 경북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할 장을 마련했는데 여러분의 생각도 듣고 달라져야 할 경북 새넷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확실한 것은 새넷이 학교혁신 운동에 있어서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잖아요. 목표를 잃지 않고 함께 어깨동무하고 나아간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전국 및 지역 새학교네트워크의 발전을 위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A. 경북 새넷이 모두에게 제언하기에는 가당찮다고 생각해요. 전국 포럼이나 연수에 참가하면 다른 지역의 상황은 경북 상황과 너무 다르거든요. 새넷 겨울연수나 전국단위 워크숍에 가보면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경북 상황이 너무 느려서 핵심 논의 사항이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괴리감이 상당히 큽니다. 미래교육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지역 실정에 맞게 세우고 나름의 혁신교육이 가능한 터전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늦게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가는 글 _ 새넷 2019 Autumn


1. 시론


2. 포럼 & 이슈


3. 전국 NET


4.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5. 티처뷰_teacherview



+과월호 보기+

2019년


2018년



매거진의 이전글 티처뷰_박해준 선생님의 살며 가르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