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서문과 목차
저는 언젠가 서태지와 관한 이야기를 모은 브런치 북 '아무튼 서태지-서태지는 왜 10집을 내지 않는가'을 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제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아는 게 굉장히 많은 대중문화 평론가 뭐 그런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오래된 팬으로서 쓰고 싶어서 쓰고 있고 언젠가는 서 말의 구슬이 꿰어지지 않을까 바래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10집을 내지 않는 이유를 주절거리고 있으면 그가 혹시 10집으로 제게 뒤통수 한 대를 쳐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1부는 서태지의 음악 세계를 8집의 여덟개의 음악으로 나누어 서태지라는 음악가의 여덟개의 측면을 보고자 합니다. 그러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저는 그의 가사에 관심이 있어왔고 8개의 분석도 가사 위주가 될 것입니다.
이런 말 들으면 그는 억울할 거예요. 왜냐하면 많은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은 가사에 커다란 신경을 쓰지 않으며 음音, 즉 소리를 만드는 것에 자신의 관심이 있다고 거듭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3집을 듣고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발해를 꿈꾸며의 전주가 나오는 순간 맑고 청명하며 깨끗한 사운드가 미천한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의 겸손한 스피커를 뚫고 나오던 그 순간을. 그는 소리에 대한 갈증으로 3집을 미국에서 최고급 엔지니어들과 녹음했고 그 기술을 배워와서 자신의 앨범 녹음에 심혈을 기울여 직접 해왔습니다.
하지만 음학에 관한 것은 누군가 다르게 평가해주길 바라며 나는 그의 음악을 그의 가사로 나눕니다. 하나의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그의 생각과 정서의 갈래들. 이 노래는 그의 이러한 사색의 연장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8집이냐고요? 8집은 2009년 그가 2년에 걸쳐 3장의 싱글앨범을 발매하며 최장기간 활동한 앨범이며 리믹스를 합쳐 모두 12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서태지 음반의 리믹스는 그의 소리 집착을 잘 보여주는데 자신의 원곡을 자신이 새로 배운, 새롭게 관심 있어하는 스타일로 수없이 바꿔보는 실험의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1집(1992)의 수더분하고 단순한 '환상 속의 그대'는 제가 알기로는 공개된 것만 해도 약 6개의 리믹스가 있습니다.) 가사는 같고 음악 구성만 달라지는 리믹스를 제외해 보면 8집에는 모두 8개의 곡이 있으며 그의 음반에 흔히 들어가는 요태지 등의 인트로나 아웃트로 없이 다 타이틀곡이 될만한 존재감을 가졌습니다. 왜 이렇게 굵직한 곡들이 한 앨범에 다 들어가는지 그리고 왜 마지막 곡은 팬 송중의 최고봉인 '아침의 눈'인지 팬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아주 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8집으로 서태지 솔로활동이 하나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아마 이 글타래들 '서태지는 왜 10집을 내지 않는가'를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8집 활동은 서태지가 가진 걸 다 쏟아붓는 느낌이 활동 막바지로 갈수록 들었지요, 배필인 이은성씨를 이때 만나기도 했고.대한민국을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이혼 사건이 바로 8집 앨범 활동 후 2011년에 있었고 이은성 씨와의 결혼, 담이의 탄생이 이어졌고요.
그리고 6년 만인 2014년에 9집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앨범이 9집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엑스트라 선물같은 음반이 9집이었달까요.
하여간 저는 8집의 여덟곡의 가사로 사색할 것이고 그 외에도 서태지에게 붙은 이름들, 유달랐던 서태지 팬덤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나누고 소회를 밝힐 것입니다. 아래의 목차 중에는 아직 쓴 글도 있고 생각만 하고 있는 챕터도 있습니다.
1부: 8집 수록곡으로 본 서태지의 음악
102: 서태지의 자연사랑과 방랑벽 - 프리스타일, 모아이, 숲속의 파이터
103: 서태지의 반항과 비판의식 - 교실이데아, 틱탁, 시대유감
104: 서태지의 고유성, 지키기 위한 싸움 - 레플리카, 수시아
105: 서태지의 플라토닉 러브 - 줄리엣, 10월 4일, 영원
106: 서태지의 이성애적 사랑 - 버뮤다[트라이앵글]
107: 서태지의 본업, 기계취미 - 휴먼드림, 로보트
108: 서태지의 절망, 고독, 비탄 - 코마, Take 3, Zero
2부: 서태지 이야기
3부: 서태지 팬 이야기
301: 서태지와 응원봉
301: 감정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