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Mar 05. 2020

오늘은 자뻑하는 날

혼자 김칫국 마시기

제가 긍정적인 사람은 절대 아니고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저를 Negative, 어둠의 자식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120% 인정합니다. 단점이 더 많지만 작은 실수나 실패에서도 남들보다 훨씬 크게 배워서 더 큰 실수, 실패를 막는 장점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퇴사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고, 요즘은 나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감히 하고 있습니다. 가정이 없는 솔로 남자라서 가능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퇴사하고 3년 동안 제 일만 하면서 저만의 삶을 살고 있고, 소소하지만 하고 있는 것들은 꾸준하게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해볼 만한 것들도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상화폐 폭락, 통장잔고 0, P2P 사기, 몇 차례의 고소(제가 피해자), 최근의 코로나 이슈를 퇴사 후에 연달아 겪으면서 제 선택의 확신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작업 공간

외곽이지만 공원이 보이고 햇빛이 들어오는 지상 오피스텔 사무실은 현재 회사 한 곳, 개인 네 분과 함께 사용하면서 월세와 관리비 걱정은 안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가 퇴사하기 1~2년 전쯤이었고, 퇴사 준비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리면서 가장 먼저 다루었던 내용이 지금의 이 작업 공간을 구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관련 글]

집 + 사무실 = 오피스텔

송도신도시 오피스텔 입성기 #1

송도신도시 오피스텔 입성기 #2

무실 진척도

공유사무실 책상 재배치


퇴사 이전부터 준비해왔던 거라 처음 글 썼던 시점이 2016년이네요! 지금의 모습이 처음에 계획했던 그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있고, 창문도 있고, 평수도 넓고, 돈도 들지 않습니다. 크게 불만은 없습니다.


[온라인]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도 지금의 제 김칫국 마시는 자뻑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출퇴근도 불안하고, 거의 한 나라의 산업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중국에 공장들이 멈추니 하늘마저도 푸르더라고요! 어쨌든 코로나로 인해 무급 휴직이다, 자영업자 죽겠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옵니다. 당연히 저도 크게 영향받고 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게 일단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코로나 이전에도 거의 반 자의적 고립 상태였지만 이 점은 지금이 상황에서는 굉장한 장점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와중에도 제가 하던 일을 끊기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은 스스로도 자랑스러울 정도입니다. 노트북과 인터넷으로 주문과 작업을 받고,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수익이 발생합니다. 해외 물류/직구/대행 업무는 분명 코로나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만 특정 상품, 국가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한쪽이 안되면 다른 쪽에서 일을 만들면 됩니다. 제가 고객들을 찾아다니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도 고객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분들이 매일 블로그, 카페, SNS를 통해 저에게 문의가 들어옵니다. 온라인이라는 세상은 너무나도 저랑 잘 맞는 세상입니다. 매달 월세와 관리비가 고정으로 발생하는 공간이 없어도 제 상품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고, 특정 지역이 아닌 나라를 상대로도 뭔가를 해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공짜로...


[경영]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주로 롤러코스터 타이쿤, 심시티, 대항해시대, 삼국지와 같은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을 많이 좋아라 했습니다. 스스로 일을 벌이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을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게임 안 합니다. 게임을 한번 하면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이유가 크지만 퇴사하고 있는 제 삶 자체가 하나의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이기 때문에 굳이 가상의 돈으로, 가짜 결과를 위해 게임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세이브가 되고 처음부터 혹은 내가 원하는 시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립기는 하지만 재미나 현실성, 그리고 예측 불가성, 스릴, 긴장감 적인 측면에서는 게임보다 제 현실이 훨씬 압도적으로 재미있습니다. 즉, 게임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가상의 계좌를 불리고, 가상의 캐릭터를 키우고, 가상의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현실의 계좌와 바로 나, 내 사업을 키우는 게임인 겁니다. 

게임 : 문명

문명 정도의 게임은 되어야 해보고 싶은 고민이라도 할 겁니다. 실제로 제일 해보고 싶은 게임이 문명인데 대학생 때 잠깐 해보고 이건 인생 망칠 게임이겠다 싶어서 바로 지워 버렸습니다. 문명은 정말 딱 제 스타일의 게임인데 그렇기 때문에 무서워서 시작을 할 수가 없는 게임입니다...


[투자]

돈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지 말고, 시간이 돈을 벌게 만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이 말을 잘 알아서 그에 맞는 행동을 멋지게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퇴사를 한 지 3년이 된 지금도 하루의 대부분을 제 시간을 들여서 사람들 응대하고, 직접 일 처리하면서 돈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시간을 소모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벌고, 더 나아가서 계속 흘러가는 시간들을 제 편으로 만들기 위한 것들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까지도 괜찮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 같아서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도 굉장한 의지가 됩니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관여하고, 직접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당장 해야지만 결과가 나오는 일들은 점차 줄여 나가고, 내가 가만히 있어도 결과가 나오는 것들을 만들고 늘려 나가야 합니다. 그런 것 중에 가장 쉬운 것 중에 하나가 블로그입니다. 이렇게 글 한번 써놓으면 제가 지우지 않는 한은 계속 사람들한테 읽히고, 그로 인해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 주며, 최종적으로는 다른 사업의 기회와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 줍니다. 제가 다른 일하고 있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있어도 제가 써놓은 글들은 항상 저를 위해 일을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제 편이 될 수 있는 것 중의 가장 유망한 건 역시나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돈과 시간이 저를 위해 일을 해주는 거죠. 물론 엄청 위험하고, 실제로 지금까지 누적된 결과는 압도적 손해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손해를 보면서 계속 방법을 바꾸고, 또 다른 방식의 투자를 하면서 확인은 안 해봤지만 최근의 결과는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을 겁니다. 최근 2~3주 사이에 코로나 때문에 주식 시장이 제가 퇴사한 시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러더니 한 3일 전부터 다시 팍팍 오르고 있네요. 


부동산 폭락, 전쟁 위험, 질병, 외교로 인한 영향에 우리나라는 굉장히 취약하고 반응도 너무나 크고 빠릅니다. 하지만 나라가 망하지 않을 거라면 이러한 특성은 엄청난 투자의 기회입니다. 그리고 나라가 망한다고 하면 어차피 제가 투자한 것들은 휴지가 될 것이고, 그때는 투자를 했든 안 했든 다 똑같이 리셋이 될 겁니다. 어쨌든 그런 큰 변동폭은 저한테는 한 없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민감한 사항이고, 코로나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코로나 영향이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 분위기가 생기자 종합주가지수가 이틀 사이에 1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0.x% 변동폭에서 놀다가 이틀 사이에 10%가 뚝 떨어졌습니다. 투자의 관점에서 이건 위기가 아니고 기회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우리나라가 망한다면 어차피 제가 가진 모든 건 의미가 없어집니다. 바로 투자금을 늘립니다. 하지만 절대 올인은 안 합니다. 단지 평소보다 좀 더 투자를 할 뿐입니다. 대신 코로나는 대형 이슈에 속하기 때문에 그 평소보다도 좀 더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종합주가지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3일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망하지 않을 거라면 결국 문제는 해결이 된다는 것을 또다시 한번 경험을 했고, 이전의 경험들을 통해 이번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했으며, 이런 방식이 지금까지도 저에게 도움을 줬으면 줬지, 손해를 끼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필요한 건 총알과 시간! 시간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흐르고 있고, 제가 총알을 어이없이 난사만 하지 않는다면 적절하게 유지가 되면서 계속 전쟁을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투자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단지 브런치에 처음 동전 주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들을 썼을 때부터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을 뿐입니다.


관련 글 : 

주식시장에서 동전주 매수하기#1 

주식시장에서 동전주 매수하기#2

주식시장에서 동전주 매수하기#3

주식시장에서 동전주 매수하기#4

주식시장에서 동전주 매수하기#5


참고로 지금은 동전주 거래는 안 합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투자 방식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코딩]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유일하게 나름 전문 기술에 속하는 것이 프로그램 개발 능력입니다.

이 스킬이야말로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능력입니다. 뭘 하든 도움이 되고, 특히나 밖으로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글로벌 한 접점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녀석입니다. 지금의 IT 기술과 온라인의 힘을 극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코딩/프로그램 개발 능력입니다. 계속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좀만 알고 시간을 할애하면 그 새로운 것들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분야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입니다. 정말 이거 할 줄 몰랐으면 억울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습니다... 정말 많은 기회와 도움, 실질적인 결과와 가능성을 저에게 제공해 줍니다. 무조건 계속해야 되고, 최대한 이용해야 됩니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정말 너무 신기하고, 유용하고, 몰랐던 새로운 것들이 공짜로 온라인에 올라와 있고,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불친절한 가이드 문서와 처음에만 좀 많이 높아 보이는 진입장벽만 넘으면 제 역량 이상의 것들을 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한테는 실질적인 cash-cow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망하기까지 합니다. 저와 같이 사업을 계획하고 계시거나 더 나아가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한테 코딩은 정말 괜찮은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힘들고, 벌이는 시원치 않고, 결혼은 물 건너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간이 갈수록 저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좀 더 커지고 있고, 김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그러다 보면 나이는 먹고, 그래서 두려움도 생기지만 흐르는 시간에 맞춰서 저의 성과들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기 때문에 기대감은 더 큽니다. 가족이든 동료이든 이 과정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걸 다 만족시킬 능력이 저한테는 없습니다. 일단 재미있고, 현실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갈 뿐입니다. 아직 철이 좀 덜 든 거 같기도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위기에서 빛나는 온라인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