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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매일 써보니 어땠어?

첫 매일 글쓰기를 마감하며

by 햇살 드는 방


세상에나! 오늘이 왔네요!


2024년 12월 30일, 30일 매일 글쓰기의 서른 번째 글을 발행하는 날. 30일.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글을 쓴 시간이었습니다. 마감에 쫓겨 심장 쫄깃했던 날, 여유롭게 발행하고 뿌듯했던 날, 뜻밖에 조회수 급등으로 어리둥절했던 날, 뭘 써야 할지 막막해서 그만 포기하고 싶던 날, 무얼 위해 이걸 하고 있는걸까 자문했던 날...... 일상의 복닥거림 속에서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글쓰기 초보인 저에게는 꽤나 난도 높은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쓰는게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느꼈던 설렘, 다짐 같은 것들이 희석되기 전에 멋 모르고 즐겁게 도전해 보고 싶어서 시작한 30일 글쓰기. 저에게는 나름 스펙터클했던 30일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룬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30일 매일 글쓰기>,
무엇을 이뤘고 무엇을 잃었나요?



1. 이룬 것

하나,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

: 뉴스 기사를 인용한 시의성 있는 글, 유명한 시를 패러디한 글, 계이름으로 끝나는 시, 여러 장르의 문화 콘텐츠 후기글, 5분 만에 글 써서 발행하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어요. 여러 주제와 방법으로 글을 쓰며 어떤 글을 쓸 때 가장 신나는지, 어떤 글이 가장 라이킷을 많이 받는지, 어떤 글이 검색 유입이 제일 많은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사 인용]

03화 서울대생도 헷갈리는 ‘일소에 부치다’의 의미는?

09화 '한강 특별 사면'이 온다

24화 <카카오톡 선물하기>, 나의 디지털 산타 이야기


[시: 패러디 / 계이름 라임]

07화 과메기와 코다리와 별과 시

10화 도레미파솔라시도 응원가


[후기]

22화 카르페디엠

23화 국립무용단 <향연>, 한국무용에 반하다

26화 이 죽일 놈의 사랑 그리고 희망

27화 발레 <호두까기 인형>, 의외의 동심파괴 비하인드스토리


[플레이 리스트]

11화 넘어진 날의 마음 처방전

18화 내 오랜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



둘,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다

: 중학교 동창과의 7년 만의 만남 13화 쌍문동 덕선이들, 타임머신 타다! , <빵 매거진>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오프라인 모임 16화 빵순이들이 작정하고 익선동에서 모이면 생기는 일 , 만년필 선물 받은 날 17화 이번생에 만년필은 처음이라 등 기억하고 싶은 일상 속 순간들을 글로 남길 수 있었어요. 저는 일기도 다이어리도 쓰지 않아요. 그래서 브런치를 안 했다면 아마도 이 소중한 순간들은 인스타 피드 또는 스토리에 짧은 몇 줄로 남았거나 24시간 만에 증발했을 거예요. 매일 글쓰기 덕분에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을 자세히 기록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셋, 내 안의 나를 만나다

: 쓰기 전엔 보이지 않았던 나의 속마음을 만날 수 있었어요. 때로는 내 적나라한 진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 실망스럽기도 했고, 지난날의 실수를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큰 아이의 틱에 대해서 쓰면서 ( 19화 어머니, 틱은 뇌의 문제입니다. ) 내가 얼마나 아이의 틱에 집착하고, 연연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모르는 척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그 시절의 저는 어쩌면 그렇게 아이의 틱에 집중하고 또 집중해 있었던 건지. 글을 통해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비로소 그때의 제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신랑에 대한 글을 쓰면서는 신랑이 저와 우리 가족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죠. ( 21화 라면 중에 라면은 남편이 끓여준 라면 , 25화 크리스마스엔 산타보다 우렁신랑! ) 고마운 줄 알면서도 자꾸만 그걸 잊고 투덜거리는 제 모습이 떠올라 글을 쓰면서 내내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동생에 대한 글을 쓰면서는 동생이 저에게 왜 종종 서운해했는지, 저를 왜 냉정한 누나라고 생각했는지 알겠더라고요. ( 29화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 '미안함'이 제가 동생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기억이고 감정이란 걸 처음 알고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마음과 달리 댓글에 "동생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라는 내용이 많아 사실 많이 민망했답니다. '내가 나의 미안함을 한껏 꾸며서 쓴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처럼 글을 쓰며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나의 '가식'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결핍, 슬픔, 아쉬움, 실패나 실수는 미뤄두고 멋지게 포장된 내 모습을 주로 쓰고 있는 나. 저는 앞으로 글을 쓰며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 솔직해야 쓰는 이도 읽는 이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넷,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차리다

: 매일 쓸 결심을 하고 제일 걱정했던 건 역시나 '매일, 무엇을 쓸까?'였어요. ( 04화 무엇을 써야 할까? ) 매주 반복되는 비슷한 일과와 일상 속에서 과연 글로 쓸만한 알맹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것들이 특별해 보이는 마법이 일어나더라고요. 아무렇지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것들. 이를테면 아이들과 나눈 일상적인 대화, 독서교실 아이들이 만들어낸 풍경, 신랑이 보낸 카톡 한 줄, 주말에 신나게 먹고 마신 음식과 맥주 같은 것들이 전부 소중한 글감이 되어주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냐가 아닌 어떻게 보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의 일상을 과소 평가하지 말 것, 늘 보던 것도 다르게 볼 것, 작은 질문에 생각과 질문과 생각을 더해 더 크고 넓게 확장시킬 것.

06화 겨우 6일 쓰고, 어쩌다 자아성찰

08화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15화 '브런치'는 먹는 건 줄만 알았지



다섯, 최고 조회수 달성!! 최다 댓글 수 달성!!

: 매일 글 쓰기 전 일 최고 조회수는 279였어요. 평균 조회수는 100을 조금 웃도는 정도였죠. 그러다 매일 글쓰기 13일째 되는 날, 처음으로 1,533이라는 조회수를 확인하고 어리둥절했습니다. 새치 염색에 대한 고민을 다룬 <여보, 염색비 아껴서 소고기 먹을까?>를 올린 바로 다음 날이었죠. 뭐지? 왜 갑자기 이런 조회수가 나오지? 브런치 메인에도, 다음 메인에도 내 글은 보이지 않는데? 그런데 그 다음날엔 조회수가 2,641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알고 보니 다음 포탈에서 ‘염색’을 검색하면 제 글이 최상단에 보이더라고요. 맙소사! 새치 숨기려고 했던 염색이 오히려 새치를 홍보해 줄 줄이야. 하지만 조회수가 뭔지.... 기뻤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조회수 올리기 일등 공신은 <빵순이들> 글이었지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음 검색창에 ‘빵순이’를 검색할 줄이야! 빵순이 글은 누적 조회수 8,000을 찍어 제 브런치 사상 최고 조회수를 달성한 글이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빵 매거진 작가님들!

한편 조회수 대비 최고 라이킷 수와 댓글 수를 달성한 글이 있었으니… 너무나 뜻밖에도 5분 만에 일필휘지로 써서 발행한 <할머니표 손글씨로 만난 새해 다짐> 글이었습니다. 세상에나. 사진이 8할, 글은 2할이 될까 말까 한 이 글에는 올린 지 이틀 만에 100개에 가까운 라이킷과 4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건 진짜 할머님들 손글씨가 다 하셨다고 밖에는…..ㅎㅎㅎ 진짜 마음 비우고, 머리 비우고, 휘리릭 써서 발행한 글이었는데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걸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때론 힘을 뺄 줄도 알아야겠구나. 짧더라도 한 방이 있는 글은 힘이 있구나. 역시 할머님들! 인생의 진리와 더불어 글쓰기의 진리 또한 이렇게 배워갑니다.


이렇게 뿌듯하게 이룬 것이 있다면 잃은 것 또한 있었습니다.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는 자, 포기와 상실의 무게를 견뎌라! 매일 글 쓰는 동안 제가 잃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2. 잃은 것

하나,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 "잠깐, 이것만 쓰고!", "앞으로 딱 두 시간만 집중할게! 엄마 찾지 마!", "뭐라고? 방금 뭐라고 했어?" 지난 30일 동안 제가 아이들과 신랑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들이에요. "당신, 뭐 돼?", "엄마가 진짜 작가라도 된 줄 아는 거야?", "이거 쓴다고 돈이 나와, 밥이 나와!!"라고 버럭 했을 법도 한데...... 가끔 작게 한숨 쉬고, 찡찡대긴 했어도 큰 불평, 불만 없이 지내준 우리 가족들. 고마워요. 이제 나만의 방에서 잠시 나와 가족들에게 좀 더 집중해 볼게요.


둘, 책 읽고 걷는 여유

: 수업하고, 살림하고, 애들 챙기고, 가끔씩 약속도 나가고 여기에 '매일 글쓰기' 하나 더해졌을 뿐인데 좋아하는 책 읽기와 걷기를 할 시간이 사라져 버렸어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네요. 시간이야 어떻게든 쪼개서 쓸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자투리 시간에 한 줄이라도 써놔야 오늘 안에 발행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간들이었어요. 수업 준비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들은 의무감에 꾸역꾸역 읽어냈지요. 문제는 독서 모임과 필사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들이었어요. 지난 한 달 동안 독서 모임과 필사 모임에서 같이 읽기로 한 책들을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제가 이렇게나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를 다시금 느낀 시간이었네요. '마감'을 앞둔 초조함과 불안감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어요. 이제 당분간은 매일 마감에서 자유로워질 테니 다시 열심히 읽고, 차분히 필사하고, 꾸준히 걸어보는 걸로!


셋, 정성스러운 집밥과 깔끔한 마룻바닥

: 글 쓰면서 밥 하고, 청소하기 왜 이렇게 힘들어요? 저만 이런 거 아니죠? '집이 깨끗한 이유는 글을 안 썼기 때문'이라는 말,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어요. 쓸 시간도 부족해 죽겠는데 언제 밥을 하고, 언제 청소기 돌리고, 언제 설거지를 하나요? 애들 밥은 그래도 어찌어찌 밀키트와 반찬 가게 덕분에 집밥 흉내라도 내서 차려주겠더라고요. 문제는 제 밥이었어요. 소화 이슈, 다이어트 이슈로 멀리했던 빵, 과자, 라면을 어찌나 애용했던지. 30일 동안 제 식단의 대부분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의 향연이었습니다. 운동도 못해, 식단도 엉망이야...... 체중계에 올라가기 두려워 2주째 체중계 위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화장실 청소도 대충, 먼지와 머리카락 청소도 대충 대충, 설거지는 탑 쌓기가 기본이던 지난날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건, 예전에는 청소나 설거지 미뤄두면 그게 그렇게 신경 쓰이고 짜증 났거든요? 그런데 글 쓰느라 미뤄둔 집안일은 왜 전혀 신경이 안 쓰일까요? 신경이 안 쓰인다기보다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네요. 아무래도 이런 나는....... 천상 작가? ( 예, 죄송합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ㅋㅋㅋㅋ)




자, 이렇게 결산까지 끝냈으니 이제 정말 마감할 시간이네요!

30일 동안 신나게 썼고, 즐겁게 달려왔습니다.

별거 아닌 제 글이 별거인 거 처럼 느껴지게 댓글 달아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신 여러 작가님들과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지치지 않고 설레며 쓸 수 있었어요. 더불어 매일 글 올리자마자 조용히 글 읽고 간 우리 신랑, 친정 엄마, 꼬마 이모 그리고 나의 찐친과 언니들! 너무 고마워요. 오프라인에서 전해준 응원의 마음과 진심어린 조언들 큰 도움이 되었어요.


잠깐! 쓰다보니 무슨 수상 소감을 적고 있네요? ㅎㅎㅎ

이러다가 새치 염색해주시는 미용실 원장님까지 나와야 할 판입니다. 아이고. 마감까지 이제 5분 남았어요! 이제 정말 발행을 눌러야 하는 때입니다. 오늘도 여지 없이 선 발행, 후 퇴고의 글이 되어버렸네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첫 번째 매일 글쓰기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즐겁게 써볼게요. 2024년 따뜻하게 마무리 하시고, 2025년에 뵙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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