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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Mar 14. 2021

퇴사를 하고, 강연을 해 보았다.

퇴사를 하고 총 4번의 강연을 하게 되었다. 

2번은 단독 강연, 2번은 다른 연사와의 대담 방식으로 참여하였다. 영화 마케팅, 영화 카피 쓰는 법 등에 대해서는 단독 강연을. 영화 포스터 디자인과 해외 제작에 대해서는 대담을 함께 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고, 발표를 하고, 누군가에게 지식을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10여 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어떤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고 나니 다양한 대상으로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찾아오기도 하였다.


강연을 갔다가 10대에게 배우고 왔다 (brunch.co.kr)

브런치를 시작하고 2달 후 강연 제의가 들어왔다 (brunch.co.kr)

70명을 대상으로 디자이너와 온라인 강연을 진행했다. (brunch.co.kr)

브런치 글 조회수가 30만을 넘으니 생기는 일들 (brunch.co.kr)



브런치를 통해 받은 강연 제안은 2번이었다. 

아쉽게도 이런저런 이유들로 둘 다 실제 경험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다만, 확실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들도 브런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지식들을 얻고자 할 때는 브런치를 종종 찾게 되었다. 오랜 시간 공들여 탄생한 책을 접하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지만, 덜 다듬어진 채 생기를 뿜어내는 지식과 정보들을 브런치에서 발견할 때면 기분이 좋았다.



청자로서 만족스러운 강연의 경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꼰대처럼 자신의 경험담이나 노하우를 가르치려 들고, 청중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묘하게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강연자들을 나 역시 꽤 만났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강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박수와 긍정의 피드백을, 불성실하고 예의 없는 강연에는 수정을 요청하는 피드백을, 급기야는 강연을 듣다 나가버리는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 청자였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대학교 재학 시절, 취업 노하우 팁을 전해주는 취업 컨설팅사 대표의 강연이었다. 시간을 쪼개 참석한 학생들을 취업에 실패한 패배자, 문제 많은 낙오자 취급을 하며 자신의 콘텐츠를 소개하던 강사. 그 방식이 일방적이다 못해, 폭력적이고 기괴해서 수업을 마치고 강연을 주최했던 학교 취업지원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강사의 사과 요청을 했다. 결국 강사의 사과는 받지 못했지만, 기성세대와 어른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게 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았다. 



내가 원하는 강연은 일방적인 전달이나 가르침이 아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강연에서 만난 청자들은, 내가 짐작하고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참여와 의견을 보여주며 놀라게 할 때가 더 많았다. Speaker 로서 화두를 던지고, 생각의 단초를 제시하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과 실패 사례를 간접 경험하게 하는 것. 이 내용들을 청자들이 어떻게 소화하고, 활용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전부 제각기의 방식이 필요했고 나는 그 자율성을 건드리는 화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성실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의 수준, 그것을 효과적으로 딜리버리 하는 전달 능력, 청자와 수시로 교감하며 분위기를 리드해가는 감각, 적절한 선을 지키며 화자와 청자 모두가 서로를 상호 존중할 수 있는 균형, 마이크를 잡는 행위를 권력이나 권위로 착각하지 않는 주제 파악. 나는 말을 하는 순간에도 화자보다는 청자가 중심이 되는 방법을 계속 찾고 싶은 Speaker로 나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싶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언제나 공생과 다양성이었다.

Speaker로 나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인싸력이 있다거나, 나대는 것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다. 내가 Speaker로 나서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은 한정적인 범위에 한해서였다. 내가 전하는 내용이, speaker 로서의 역할이 '공생'과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행위인가. 


나는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다수보다는 소수가 선택하는 길을 택하기도 하였고, 그때마다 다수의 조언을 듣고 두려움에 떨곤 하였다. 그 다수의 조언 역시 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한 감사한 마음이었겠으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기꺼이 소수의 조언자를 자처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품고 있는, 하나도 같을 수 없는 꿈과 생각의 씨앗을 틔워주길 바란다. 






오늘 제가 하는 이야기는 법칙이나 정답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틔워 줄 하나의 경험일 뿐입니다.
여러분만의 방법과 길을 찾아 나서는데 작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남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 세상이 원하는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기보다는, 나 하나쯤은 기꺼이 해야 하는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것이 글이든, 말이든, 그림이든, 또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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