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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Mar 17. 2021

[16] 8회말 - #솜사탕 같이 뜬 공

#사고는 누구나 갑작스럽다.

8회말 - #솜사탕 같이 뜬 공


        야구가 무서운 스포츠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니, 입고 있는 것들만 봐도 누구나 위험한 건 알 수 있다. 타자는 광부도 아닌데 헬멧을 쓴다. 포수는 맞을 틈이 없다. 타자가 쓴 헬멧은 물론이고, 얼굴에 맞을까 쇠창살 같은 것도 쓰고 있다.. 게다가 배에는 갑옷을 입고 있다. 심판도 비슷하게 입었다. 얼핏 보면 터널 들어가는 사람이나, 야구하는 사람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만큼 무서운 스포츠라는 것이다.

 


        야구가 무서운 스포츠라는 걸 '금전적'으로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바로 보험 가입할 때다. 그렇게 가입할 손님을 찾아 헤매는 그들이지만 '저 야구해요' 한 마디에 떨어져 나간다. 보험사의 가이드북 속에서 '야구'라는 스포츠는 스카이다이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된다고 한다. 익스크림 하긴 하다. 공 맞아서 쓰러지고 이빨이며 뼈마디가 부서지는 걸 보면. 그렇다. 야구는 위험하다. 딱딱한 돌 같은 공이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날아가고, 날아온다. 두 눈 똑바로 뜨고 공을 쳐다보고 있어도 공에 맞을 수 있고, 안 보고 있으면 더 공에 맞을 수 있다. 그리고 공에 맞으면, 최소 피멍 최대 골절,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아마추어라서가 아니다. 프로들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자동차 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익숙해지면 사고가 나는 것도 비슷하다. 초보 때는 시속 30킬로미터. 그야말로 거북이처럼 달린다. 조금만 세게 밟아도 빠르게 느껴진다. 이때는 사고가 나도 어디 조금 찌그러지는 정도다. 오히려 큰 사고는 ‘익숙해진다.’ 싶을 때 난다. 이미 30킬로미터는 졸업했다. 고속도로 나가서 100킬로 넘어야 좀 빨리 간다 싶다. 앞이 잘 안 보이는 다리 위에서도 그러다... 100중 추돌 사고가 났다. 익숙해진다는 건 그래서 참 무섭다 별 문제 아니다, 괜찮다. 남들도 그런다. 그런 말들을 하다 문득, 어느 날 그렇게 사고가 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내가 친 공은 약하다. 선수 출신이 아닌 나는 타석에 나올 때부터 상대팀 선수들이 만만하게 여긴다. 수비수 입장에서는 공이 날아올 확률보다, 안 날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겠지. 당연히 긴장이 풀리고, 어쩐지 기다리고 있다 보면 지루하기까지 하다. 선수들 사이에서 공 받던 내가 저런 애가 친 거 하나 못 잡겠어?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잊어버린 게 있다. 안전벨트를 안 하면, 누구라도 차 밖으로 튀어 나가 죽을 수 있다.  아무리 약한 내가 친 공도 결국 ‘돌공’이다.  공에 맞으면 누구라도 죽을 수 있다.


뜬 공도 맞으면 상당히 아프고 위험하다

    

            그 날도 그랬다. 해가 중천을 넘어가자 더웠고, 조금 멍해졌다. 우연히 내가 맞힌 아주 약한 타구,  붕 뜬 그 솜사탕 같은 뜬 공. ‘저건 누구나 잡겠네’ 싶었던 공이었다.  공을 따라 시선을 옮겼는데, 언니가 풀썩 쓰러졌다. ‘엉?’ 뭐야? 너무 천천히, 슬로모션처럼 모든 일이 일어났다.  믿기가 어려웠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잠시 생각했다. 배트를 놓고, 잘 안 보이는 외야를 쳐다봤다. 벤치에서 언니들이 뛰어나간다. 양 더그아웃에서 여러 명이 튀어나가고 나서야,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친 그 느린 공에 맞은 것이다.


        사고는 그래서 사고다.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맑은 날에 비 하나 안 오는 날 맨홀 뚜껑이 열려 있어서. 땅이 꺼질 일 없는 그곳에 땅이 꺼져서. 파도가 몰아칠 일 없는 그곳에 파도가 와서. 불이 날일 없는 그곳에 불이 나서 생긴다. 야구는 내가 친 솜사탕 같은 공도, 위험할 수 있는 스포츠다. 그래서 ‘익스트림 스포츠’인가 보다. 다행히 언니는 회복했다. 그렇지만 야구가 ‘익스트림’ 하다는 건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 늘 초보 때처럼 긴장하면서, 그렇게 운동을 해야 다치지를 않는다. 이번 주에도 누군가 다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고 오기를.


공을 쫓아가는... 누군가


p. s : 늦었지만 어떻게든 끝은 보고 싶어서 써봅니다.






1회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1회 초 - #왜 하게 되었나

              1회 말 - #어떻게 하게 되었나


2회          야구하는 여자들

              2회 초 - #첫 연습 가는 길

              2회 말 - #어떤 여자들


3회          소금 먹고 운동하기

              3회 초 - #식염포도당님 영접

              3회 말 - #냉탕과 온탕


4회          드디어 (동네) 리그를 뜁니다

              4회 초 - #얼마면 돼?

              4회 말 - #선물하시게요


5회          첫 안타 치던 날

               5회 초 - #패배감

               5회 말 - #첫 안타


6회          전국대회 벤치 입문

                6회 초 - #벤치도 공사가 다 망합니다

                6회 말 - #기세는 벤치가 가져옵니다


7회          여자야구 국가대표

               7회 초 - #국가대표의 대가

               7회 말 - #그 많던 언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8회          운동장에 엠뷸런스 오던 날

               8회 초 - #운동장에 구급차 오던 날

               8회 말 - #솜사탕 같은 뜬 공


9회          우승하던 날

               9회 초 - #금메달

               9회 말 - #모자를 던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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