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벤치입문 #여자야구대회 #여자야구입문기 #사회인야구
6회초 - #벤치도 공사가 다망합니다.
“따-악!”
내가 생각해도 요즘 나는 약 먹은 것 같다. 가히 김 테로이드 의혹이라 불릴만 하다. 전국대회 나가고 싶어서 갑자기 그러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찌된 일인가... 연속 3경기 안타. 생일 날에는 2타점까지 먹었다. 꼬박꼬박 2타수 2안타 2타점까지. 안경을 끼기 전과 후, 가히 스테로이드 했냐 안했느냐 만큼 차이가 난다.
“언니 얘 지금 8할이에요.”
10개 중에 8개는 쳤다는 말이다. 물론 이 숫자는 몇 번 경기에 나가지 않아서 가능한 숫자다. 프로 선수도 3할이면 스타, 4할이면 꿈의 영역인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꿈의 영역을 두 번 넘었을까.
“오-! 요즘 약빨았는데?”
“김 테로이드네-.“
“뭐 먹니? 노니?”
언니들의 시시덕이 달짝지근하다. 광대가 승천한다. 공을 칠 때 손에서 약간 저릿한 느낌이 든다. 그게 그러니까- 공이 날라가는 걸 보는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최근의 나는 좀 이상하다. 이 느낌이 약 먹은 느낌이라면 김 테로이드의 오명을 기꺼히 받아들이겠노라. (사실 안경 빨이지만) 잘 보인다. 그냥 공이 보인다. 리그경기를 할 때 뿐만 아니라 연습할 때도 감이 좋다. 이게 감이 좋다는 건가 싶다. 종종 가던 역 앞에 타격연습장이 있었다. 술집 앞에 자리 잡은 그곳은, 늘상 예쁜 언니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남자들로 가득했다. 그게 아니면 리더 격인 아저씨 한 명과 그를 위해 병풍처럼 서 있는 청년들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여자’인 내 옆에 굳이 와서 칠려고 한다. 술에 취한 와중에 뇌 속에서 빠르게 돌아가는 그들의 승률 계산. 아마도 (여자보다는)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 날도 내가 한창 가장 느린 80km 속도에서 새로운 스탠스와 자세를 연습하던 참이었다. 자세에 집중 하고 있어서 정타를 맞추는데는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걸 슬쩍 본 아저씨가 은근 슬쩍 내 옆에 와서 들으라고 말한다.
“여자한테는 힘들지 이게-!” 리더 격인 그의 선전포고.
“아 부장님이 좀 보여주세요.” 어쩔 수 없는 병풍들의 한 마디.
멘트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술에 만취한 아저씨는 멋지게 허공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즈음 나의 80km 연습이 끝나가고 싶었다. 아저씨는 2구도, 3구도 놓치고 있었다. 철문을 열고 내 연습칸을 나왔다. 그냥 나갈까 하다가 동전 교환기가 눈에 보인다. 만원짜리 지폐를 넣었다. 좌르르- 동전 뭉태기를 들고, 가장 빠른 150km 자리로 옮겼다. 그냥 정타를 맞추는 건 속도가 빠른 편이 더 좋다. 한 번 받은 승부는 피할 없다.
“캉-!, 캉-!, 캉-!”
빡친 나는 그저 정확하게 공을 맞추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모르겠지만 저 이 연습장, 여대생 시절부터 다닌지 10년이 넘었답니다. 리그에서는 초짜일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베테랑이다- 이 말씀. 안경 빨을 받은 이후로는 거의 20번에 16번은 캉소리가 난다. 우리 국가대표 언니들이 보기에는 아직 멀은 타구다. 깔끔한 정타도 아니고, 맹렬한 빨랫줄 타구로도 승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저씨를 물리치기엔 충분했다. 자신보다 두 배는 볼 스피드가 빠른 자리에서 캉 소리를 연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저씨 본인은 연달아 헛 스윙 중이시다. 그는 빠르게 패전계를 획책한다.
“오늘은 술을 너무 많이 먹었네... 얼른 가자. 내가 산다.”
“오 부장님!!”
퇴각. 손자님의 지혜, 삼심육계의 적용이 빠르시다. 들러리가 된 이들이 맛있는거라도 먹으니 다행인걸까. 아니면 회식이 더 길어지게 생겼으니 악몽인걸까.
이외에도 나는 본의 아니게 힐을 신고, 여자친구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귀여운 남자친구(들)의 마음에 상해를 입힌 적도 있다.
“힐 신은 저 언니가, 너보다 낫다야.”
“오빠, 저 분이 진짜 잘치네.”
나는 승부를 애써 걸지 않는다. 왠지 그 분들이 나에게 애써 승부를 건다. 단 하루도 승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인 걸까? 그리고 패퇴한다. 굳이 왜 그러십니까. 각자 재밌게 치고 갑시다. 혹시 여러분도 타격장에 갔을 때 잘 안쳐지면 괜히 “차장님!”, “부장님!”, “사장님!”을 외쳐보자. 타율이 3할로 껑충 오를 것이다. 여튼 요즘 나는 굳이 그들을 부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감이 좋다
그리고 전국대회 날이 왔다.
토요일 새벽 5시에도 눈이 번쩍 떠진다. 남들에게 말 못하지만 사실 은근히 기대가 된다. 몇 경기 아니지만 최근에 감이 너무 좋았으니 어쩌면... 같은 기대.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는 기대는 아니다. 로또를 하고 나서 ‘나 사실 로또 했어!’ 라고 자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남들에게는 말 못하는 약간의 고양감. 발표일인 토요일에 당첨을 기다리는 정도의 기대다.
“주장 오늘 오더지 불러줘.”
“아, 네!... 오늘 1번에 2, 12. 2번에 6, 10. 3번에 7, 51...”
나는 없다. 지난주에 로또가 당첨되지 않는 것처럼. 1번부터 9번까지 있는 타순에도, 1번부터 9번까지 있는 수비위치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몇 경기의 좋은 성적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마법과 같은 6할 타율도 몇 십경기를 몇 년을 해온 언니들이 있다. 고작 3-4 경기를 반짝하고 잘치는 정도로는 전국대회에 내보내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프로 선수 중에서도 몇 십년을 신고선수 시절, 2군 시절을 겪고 1군에 올라와 꽃을 피우는 선수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빠르게 올라와서 좋은 성적을 선수는 극 소수이다.
“경기 시간 전에 10분 몸풀고, 캐치볼, 10분 펑고, 10분 타격으로 하자. 선발은 몸 먼저 풀고, 나머지는 팀 장비 세팅 좀 해주고.”
나머지가 되었다. 스스로 로또가 안될 줄 알고 있어도, 막상 안된 걸로 발표가 나면 씁쓸하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 다음 날에는 일 해야 하는 것처럼 ‘나머지’가 해야할 일이 있다. 팀 장비를 얼른 세팅해야 얼마 안남은 연습시간을 쓸수 있다.대회 전에는 워밍업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많은 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얼마 없는 빈 공간을 나눠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벤치 입문. 나는 약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 때 큰 언니가 나를 불렀다.
“입문아. 일단 배트 세팅은 막내랑 내가 할테니까, 배트 가방에 있는 주루장갑 가져가고, 헬멧이랑 같이. 이거 팔꿈치 보호대도 가져가. 입구 쪽에 정리해주고. 헬멧은 사이즈 순서대로.”
언니가 차분하게 하나를 짚어주자 다음에 할 일들이 생각이 났다. 생각해보니 전국대회 벤치 입문은 처음이지만, 벤치 세팅은 처음이 아니다. 전국대회 건 리그 건 사실 게임 전 세팅은 크게 다르지 않다. 늘상 봤던 모양대로 헬멧이랑 주루장갑을 놔둔다. 다들 머리 사이즈가 다르니까 1-5 중에서 본인에게 맞는 사이즈로 헬멧을 가져간다. 슬라이딩 할 때 멘손이면 다치기 쉽상이다. 미묘한 차이지만 주루장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넘어지는 강도가 달라진다. 안 다칠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지는거랑, 다칠거란 걸 알고서 넘어지는게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팔꿈치 보호대도 필수다. 리그에서는 살살 경기하다보니, 공이 빠르지 않아서 별로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국대회는 평소에 비하면 대충 2배는 빠르고 센 것 같다. (기분상?) 안 하면 다친다. 그래서 다칠 걸 대비해서 다음의 것들을 준비한다.
“언니 여기 구급상자랑, 쿨 파스 꺼내놓을께요. 아이스 박스는 얼음만 있는데 이거 어떻게해요?”
“엉, 쿨 파스는 좀 잘보이는데 입구 쪽에 놔두고. 그거 등산로 앞에 음료수 파시는 아주머니들처럼 하면 돼. 박스 안에 수돗물 채우고 나서, 본부에서 준 생수병이랑 음료수, 커피 다 넣으면 돼.”
큰 언니는 이 팀 최장수 멤버 중 하나다. 허리를 다치기 전에는 투수를, 지금도 시간만 나면 주루코치를 나갈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 열정과는 다르게 침착하고, 차분하다. 언듯 보면 안경 낀 사서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언니가 그렇게 사납게 운동을 했다니 조금 믿기지 않는다.
“막내는 지금 꺼낸 경기용 배트 길이 순으로 입구 앞에 배트걸이에다가 걸어주고. 같은 길이면 온즈(Oz) -무게- 순으로.”
“네, 언니!”
큰 언니의 정확한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정리되는 덕아웃. 덕아웃 밖을 보니 스타팅 멤버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 다치지 않게 몸을 꼼꼼히 풀고 있다. 캐치볼 전에는 세팅이 끝나야할 텐데. 비록 스타팅 멤버가 아닌 ‘나머지’ 멤버도 전국대회는 참가할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천연 잔디’일 것이다.
몽롱한 새벽시간에 약간 젖어있는 잔디냄새가 착 갈아앉은 구장의 공기. 이 공기를 사러 돈을 내나 싶다. 회비에 소금까지 먹어가면서 야구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나는 이곳이 정말 좋다. 도착하자마자 봤던 안개가 자욱히 낀 구장, 그리고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 소리도 매력적이다. 빨리 정리하고 나도 나가서 캐치볼 하고 싶다. 잔디를 밟고 싶다.
“언니가 허리가 아파서, 엄살은 아닌데 정말 볼 가방은 못가져오겠다. 막내랑 입문이가 볼 가방만 여기랑, 연습하는 홈플레이트 쪽에 갖다 줄래?”
이제 거의 끝나가나보다. 큰 언니가 신난 김에 볼가방에도 손을 댈까자 조마조마했다. -볼가방에는 팀 볼. 145그램의 공이 약 150개. 약 20Kg 예상된다.- 막내와 내가 한쪽씩 나눠서 볼가방을 들었다. 팔꿈치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묵직함. 꽤나 무겁다. 발을 빠르게 굴려서 잔디를 향해간다.
‘이런 데를 밟아 볼 수 있다니-!’
한국은 “잔디를 밟지 마시오.” 표지가 있는 나라다. 그런 곳에서 천연잔디를 (어른이) 마구 밟으며,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묵직한 볼 가방을 감독님과 포수인 주장님 옆에 놔뒀다. 드디어 업무종료.
감독님이 불러세운다. “막내랑 입문이는 몸 가볍게 풀고, 캐치볼 하러 나오고 너네 큰 언니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봐. 몸 상태가 안좋으면 쉬어도 된다고하고.”
“네!” 힘찬 막내의 대답. 우리는 운동장을 가로 질러 큰 언니에게 뛰어 간다.
“언니, 캐치볼 하실래요?” 내가 묻는다.
“잔디라도 밟아봐야지. 가자!” 역시 열정이 넘친다.
큰 언니와 우리는 신나게 3인 캐치볼을 했다. 허리가 아픈 그녀는 여기까지. 막내와 나는 스타팅 멤버를 위해서 가상의 주자가 되어 1루-2루 사이에서 진루와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주루연습을 했다.
이 다음엔 펑고다. 헥헥거리며 공 쫓아 다니기. 인간이나 개나 비슷한 것인가.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공은 왜 이렇게 쫓아 다니고 싶은건가? 퍼덕퍼덕 뛰어다니는 건 힘든데도 멈출 수가 없는걸까?
마무리로 타격연습. 감 좋은 나. 토스배팅도 타구 소리가 경쾌하다. 토스를 던져주던 2루수 언니가 감탄한다.
“일취월장이다. 진짜- 안경 안꼈으면 어쩔 뻔 했어.”
응. 안경에 대한 감탄이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타격연습이 끝나자 어느 새 경기 시작할 시간이 다됐다. 가볍게 사인을 확인한다. 그 야구경기에서 보면 선수나 감독이 수화처럼 하는걸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걸 사인이라고 하는데, 그에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들을 지시받고, 확인하기도 한다. 현장 느낌에서 아니라고 생각하면 고개를 젓기도 한다.
“오늘 키 싸인 이거. 스퀴즈랑 희생 플라이만 햇갈리지 말고!!”
감독님의 신신당부. 벤치 멤버인 우리 둘은 아무리 봐도 스퀴즈와 희생플라이 사인이 비슷하게 보인다. 이를 어쩌나. 불안감을 안은 채로 일단 자리에 앉았다. 양 쪽 경례!
전국대회 첫 경기가 시작 되었다.
1회초 선공. 원정팀으로 시작한 우리. 허망하게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며 쓰리아웃 체인지.
1회말. 우리의 수비는 왠지 불안하다. 투수부터 시작해서 작은 실수들이 이어진다. 어영부영 출루, 2루수 언니의 뼈아픈 실책. 2점을 내어주고 0-2.
2회초. 점수가 안난다. 초조하다. 0-2를 유지하고 종료. 사실 아마추어 여자야구는 9회가 끝이아니다. 애석하게도 시간 제한이 있다. 그 시간 제한이 되기 전에 새로운 회를 들어가지 못하면 종료된다. 보통 4-5회면 끝난다. 그러니까 지금의 초조함은 2회의 초조함이 아니라 5-6회의 초조함과 긴장감인 것이다.
바로 벤치에서 분위기가 안 좋다. 대기 선수가 많은 공격 타임. 왜 못치는지 서로 궁시렁거리거나, 괜한 짜증을 부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 함께 약간 신경이 곤두서고 분위기가 가라 앉는다. 막내한테 괜한 일을 시키기도 한다. 지금 유격수 양의 행동이 그렇다.
“(슬라이딩 한 바지를 가리키며) 아-!! 쿨 파스 좀 빨리 줘.”
“(정리한 렐멧을 보며) 헬멧이 너무 섞여있나 아-!”
“(아이스 박스보며) 아-! 물이 없네. 커피는?? 막내는?”
막내는 왜 찾냐.
경기 중에도 벤치 멤버가 ‘봉사 정신’으로 돕는 부분이 있다. 많은 시간을 쓰고, 같은 회비를 냈지만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이들. 하지만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기에 우리는 팀이다.
그런 마음으로 벤치가 어지럽거나 하면 서로 치워주고, 물이나 간식도 비지 않게 채워준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달려가는 체력’도 아까울까봐 가능하면 벤치 멤버가 뛰어간다. 그리고 타자가 공을 치고 내동댕이 치는 배트를 주으러가는 체력도 아까울까봐 배트걸 -이번엔 막내가- 을 해주기도한다.
우리가 프로라면 누군가 이렇게 희생하는게 당연하겠지만 취미인 이 팀에서는 누군가가 좋은 마음으로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저렇게 엘리트 시절을 잊지 못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가히 집에 와선 손하나 까딱 안하는 남편이 따로 없다. 그러면서 궁시렁거리기는 잘한다.
“(TV 위 먼지를 보며) 아-! 먼지가 많네. 집이 왜이래”
“(구겨진 셔츠를 보며) 아-! 입을 옷이 없네.”
니가 나보다 더 잘 다리는걸 난 알고 있다. 먼지는 니 손으로도 닦을 수 있다. 니가 안보이는 곳에 먼지를 닦고 있는걸 모른단 말이냐? 라는 포청천의 마음으로 그를 심판해 본다. 내 남편은 아니다. 언니들의 남편임을 밝혀둔다. (과연?) 여튼 그 남편들과 유격수양의 행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짜증이 슬슬 치밀어 올라서 일어설려고 하던 참이었다. 큰 언니가 나를 붙잡는다.
“어어... 내가 갈게. 유격이 뭐가 필요하니?”
큰 언니가 물이랑 커피를 자지고 간다. 뭐가 필요하니. 어느 쪽을 던져줄까? 작작하면 어떨까? 라는 함축적인 눈빛. 한 없이 상냥한 저 얼굴.
“아, 언니 그게 아니라요. 제가 가져올게요.”
유격이는 빠른 퇴각을 실행했다. 훌륭한 전략적 판단이다. ‘강약약강’이 따로 없다.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은 언니는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강’이었나 보다. 그녀는 실력은 좋은데 저런 모습은 좋지 않다. 큰 언니가 일어서서 정리하기 시작하니, 유격이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가 술렁술렁이다. 허리 아픈 언니가 몸을 움직이니 각자 할 수 있는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 분노를 다른 곳에 보내기로 집중했다. 맹렬하게 기록도 하고, 사진도 찍고, 쿨파스나 찾고, 저 놈의 헬멧도 순서대로 놓기도 한다. 각자 갖다 놓을때 조금만 신경쓰면 누군가의 일이 되지 않는데, 그런 마음을 가지는 건 역시 쉽지 않은 것일까?
그러는 사이 어느새 2회 초가 허망하게 종료. 2회 말에 들어섰다. 냉랭한 분위기로 나가서 그런지 수비도 왠지 얼어있다. 2회 말 또 점수를 내주고 4-0. 늘상 시드 지정을 받던 강팀인 우리가 초전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1회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1회 초 - #왜 하게 되었나
2회 야구하는 여자들
3회 소금 먹고 운동하기
4회 드디어 (동네) 리그를 뜁니다
5회 첫 안타 치던 날
6회 전국대회 벤치 입문
7회 여자야구 국가대표
8회 운동장에 엠뷸런스 오던 날
9회 우승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