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드디어 동네리그를 뜁니다.
4회말 - #선물하시게요
첫 데뷔 이후, 종종 대타를 나가게 되었다. 삼진을 당하지 않고, 제법 1루로 진루하는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1루만 출루하면 거의 슬로우 모션 같은 내 발로도 2루로 도루를 할 수 있다. 2루 도루를 여성 아마추어 포수가 막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자 프로야구에서도 2019년 1군 포수의 저지율 평균도 약 26%정도 였다. 포수 중에서도 거의 선출, 국가대표급 선수들 정도만 도루하는 주자를 잡을 수 있다.
나는 허수아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익수 자리 대수비도 종종 나가게 되었다. 글러브가 갖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팀에서 공구하는 글러브가 제일 좋다고 언니들이 말해주었다. 팀에서 공구하는 글러브이니 가격대도 크기도 적정하다. 다 좋은데...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인생 첫 장비, 허영과 장비욕이 가득한 나는 너무 너무 글러브를 구경하고 싶었다.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팀 내 글러브 브랜드 점유율을 조사했다. 메인 글러브와 서브 글러브, 각 포지션 별 글러브이다. 또한 심층인터뷰를 통해 가격을 조사했다. 선출 선수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초보 경식글러브 입문 가격대를 설정했다... -이 쯤 하니 일과 똑같은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선정한 모 브랜드. 그리고 가격대는 10만원 대 중반. 초보라 올 라운드 및 외야 글러브를 위주로 봤다.
자신 있게 설정한 가격대와 브랜드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갔더니, 불쑥 나타난 매장의 남 직원의 첫 질문이 "선물하시게요?"로 시작했다. "아니요. 제가 쓰게요. 여자들 낄 수 있는 글러브는 없나요?", "아.. 여기 핑크색 없어요." 로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 됐다. 내가 말한 '여자들 낄 수 있는 글러브'는 핑크색 글러브를 말한 것이 아니었다. 여자들의 손은 남자들의 손에 비해서 평균적으로는 작고 얇다. 그냥 끼면 안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손가락 길이, 폭에 맞는 글러브가 있는지를 물어 볼려고 한 말이었다. 나의 질문은 의도를 벗어나 핑크색의 유무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여자의 야구에 대한 관심을 핑크색으로 일축한 것은 기분 나쁘긴 했다. 핑크색- 남녀노소가 사랑 할 수 있는 색이 아닌가. 남자친구들도 요즘 핑크색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여자야구팀의 공동구매 글러브 중에서 핑크색은 없다. -핑크색을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사고가 아닌가- 더군다나 내가 갖고 싶은 글러브 색은 갈색이다. 여성과 핑크색을 동일시 하는 그의 시각은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나에게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글러브를 사고 싶어하는 나의 관심의 수준이 선수를 준비하는 유소년이나, 비슷한 남자 사회인 야구인에 비해 깊이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무슨 포지션에, 어떤 글러브를 쓰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투수를 포함한 모든 포지션을 무난하게 해낼 수 있는 투수용/올라운드, 1루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로 나뉘어진다. 이 중에 포수/1루수 글러브는 미트(Mitt)라고 불리고 여느 글러브와는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글러브의 특징은 굉장히 엄지와 검지가 완전히 붙어 있고, 두텁고 크게 만들어져 있다. 두텁고 크기 때문에 비싸기도 비싸다. 초보가 포수와 1루수로 시작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우선은 알고 있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포지션과 용도에 따라 길이와 모양으로 세부적으로 나뉘면 수 십가지 종류가 넘게 나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사이즈 역시 조금만 생각해보면 글러브 사는 사람이 당연히 알고 있었어야 하는 정보였다. 발에 신는 신발은 발 사이즈와 금액, 브랜드를 정해야 살 수 있다. 손에 끼는 글러브 역시도 '손 사이즈'를 알아야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이다. 내가 물어본 질문인 '여자를 위한 글러브' 사이즈는 매장에서 팔고 있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프로리그도 없는 여성이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생소한 정보이고, 애시당초 전국에 1천명 남짓한 여자 사회인 야구 동호인을 위한 재고를 해당 매장이 갖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
그럼 1천명의 언니들은 어떤 글러브를 쓰고 있는 것일까? 선수 출신 언니들은 오더 글러브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오더 글러브란 '수제 오더'를 말하는 뜻으로, 직접 가게로 가서 손 사이즈를 잰 이후에 수제로 만드는 글러브를 뜻한다. 또는 한 두 사이즈 큰 글러브를 산 뒤에 '수비용 장갑'을 사서 사이즈를 맞추는 경우가 있다. 조금 헐렁한 정도는 손에 수비 장갑을 끼면 대충 맞다. 마지막으로는 '유소년용 글러브'가 있다. 색도 다양하고 질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제 어느 정도 글러브를 사야하는 사람이 필요할 법한 정보를 정리했다, 포지션, 사이즈, 이전에 정한 가격대를 가지고 가면 여러 종류의 글러브를 구경할 수 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걸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에 하나 조금 더 아는 척을 위해 추가하자면 웹(망)의 모양을 추가해볼 수 있겠다. 글러브의 웹이라는 것은 손가락으로 치면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있는 망인데 형태가 다르다.
투수는 공을 던지기 전에 그립을 잡는다. 그립은 공을 쥐는 방법인데 공을 쥐는 방법에 따라 어떤 구종으로 공을 던질지가 정해지기 떄문에 이 손모양을 가릴 필요가 있다.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꽉 막힌 웹(바스켓)을 사용한다. 포수와 마운드 위에서 회의할 때 입모양을 가리기 위함이기도 하다. 내야수는 취향과 용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뜬 공을 처리할 때를 위해서 뚫려있는 웹을 사용한다. 사회인 야구에서는 십자형으로 뚤린 웹을 많이 본 것 같다. 외야는 정말 각양각색인데 취향에 따라 이치로웹, 십자웹, V웹 등 다양하다. 높은 공을 가리는 면이 없이 보고 싶다면 자잘하게 나뉜 이치로 웹(trapeze)을, 시원하게 뚫린 면으로 공을 보고 싶다면 십자 웹(cross)을 고르기도 하는데 선호에 따라 다르다.
질을 따지자면 가죽이기 때문에 가죽 공법과 가죽 종류에 따라 같은 글러브라도 '급'이 다를 수 있다. 브랜드마다 부르는 명칭은 다르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에 묘하게 싸다면 '급'이 낮은 글러브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내가 알기로 **ㅇㅇ브랜드는 ㅇㅇ급으로 5가지 종류로 나뉘어져있다. 시간이 달라지면 상급과 하급이 세분화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스스로 알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본인의 실력과 맞지 않게 너무 높은 '급'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글러브로 평생 쓸 것이 아니다. 글러브도 소모품이기 때문에 소모된다. 최상급의 선수용을 너무나 갖고 싶다면 어쩔수 없지만, 내가 그 선수 글러브를 쓴다고 해서 선수처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맞는 적당한 급의 글러브를 사는 것에 집중 하도록 하자. 가능하면 해외 브랜드만 보지말고, 국내 브랜드도 추천하고 싶다. 생각보다 굉장히 퀄리티가 좋다.
포지션, 색, 길이, 웹종류, 급에 따라 나누면 글러브의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다시 처음의 '핑크'로 돌아와보자.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보면 대책없이 찾아 온 나에게, 대책없이 '핑크'를 추천한 그의 의견은 높은 확률로 손님의 요구에 맞을 가능성이 있었다. 종합적으로 그의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달라졌다. 다시 한번 오프라인 매장 앞에 선 것이다. 심지어 이미 온라인으로 다 알아봐서 구매만 누르면 그 가격으로 살 수 있을 정도로 알아 봐놓은 것이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내가 사려는 물건의 컨디션이 나쁜지 좋은지를 확인하기 위한 최종절차에 불과하다. 기분 상 금일 농산물 도매가를 다 알아보고 직판장에 온 도매상인의 마음이다.
"선물하러 오셨어요?", "아니요. 제거요. ㅇㅇ 브랜드, ㅇㅇ급, 모델명 ㅇㅇ이에요. 13만원 정도 하는걸로 보고 왔어요. 색은 ㅇㅇ이 좋겠네요' ,"아, 네. 잠시만요.", "그게 웹이 이치로 밖에 안남았는데 괜찮으세요?", "네네 그걸로 주세요."
손님이 이정도까지 준비해와야하나 싶긴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가 사전에 많은 예습을 요구하는 것 같다. 입문자를 끌어 들이는 장벽이 너무 높지 않은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인구도 적은 땅에서 야구를 하는 사람은 더 적은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매니아 스포츠의 폐쇄적 기질이 있는 것 같다. 마치 간판도 문도 제대로 안 열리는 숨겨진 바(Bar)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그래서 입문이 어렵기도 하지만, 일단 들어오고 나면 매니아들끼리는 괜시리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러브 사는 일이 선수 출신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써 놓은 것 같아서 의미가 없을 것도 같다. 하지만 선수와 일반인 사이의 정보격차가 너무 큰 것 같다. 생활 체육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모든 것이 너무 새로웠다. 선수들이 다 똑같은걸 낀 줄 알았는데, 다 다른걸 끼고 있다는 것도. 가격도 너무 다르다는 것도 몰랏던 이야기였다.
여튼 겨우 원하던 갈색 글러브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비록 내 손에 맞지 않아 수비장갑을 하나 더 사야했지만- 이제 외야의 허수아비에게도 제 짝이 생긴 것이다. 이 글러브는 사고나서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길들이는 것부터가 더 큰 일이라는 것을 이때는 알 수 없었다.
드디어 본인 글러브가 하나 정도 있는 야구인이 되었다. 글러브가 생길 때 쯤, 신입 딱지를 떼고 팀원이 되었다. 팀원이 되면 본인의 등번호와 선호하는 포지션을 신청한다. 팀에서는 "그 번호 되요." 라는 말 대신 내 번호가 인쇄된 유니폼을 전달해주었다. "39번 중견수를 희망합니다."
포지션과 등 번호를 부여받고 사회인 야구 사이트에 가입했다. 리그에 등록하고 리그비를 낸다. 이 등록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야구복을 입은 증명사진이 필요하다. 차마 사진관에서 야구복을 입을 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필사적으로 집에 있는 가장 깨끗한 흰 벽을 배경으로 셀프 증명사진을 만들어냈다. 이제 나의 경기기록이 이 기록에 차근차근 쌓이게 된다. 출전횟수 0, 타율 0.000. 조촐한 내 야구 기록의 시작점이다.
이 모든 등록을 하고나서는 종종 신입들을 대 수비로 내보내곤 했다. 나도 가뭄에 콩나듯 나가게 되었는데 주로는 허수아비처럼 수비위치에 서 있다가 들어오는 정도의 활약만하고 나온다. **대수비란 수비수 선수교체를 말하는데, 프로리그에서는 주로 타율이 높은 스타급 선수의 체력 보존을 위해서 수비수를 교체한다.
중견수는 꽤나 고단한 자리이다. 야구장의 홈플레이트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수직으로 그어지는 센터라인(포수, 투수, 유격수, 중견수)의 수비는 팀의 핵심이다. 고로 초보에겐 잘 맡기지 않는다. 투-포수는 게임의 핵심이고, 유격수는 내야의 대장, 중견수는 외야의 대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바램이었던 중견수는 밟이 빠르고 체력이 좋아야한다. 본인의 수비범위를 커버하는건 물론이고 좌익/우익수 양쪽의 커버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두 포지션에 비해 역할이 1.5배는 힘들어진다. 그래서 안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마지막 이닝이었다. 내가 중견수를 하고싶어한다는 걸 아는 언니들이 좌익/우익에 아주 쎈 언니들을 넣어 주었다. -아주 쎈이라니 왠지 웃기다. 무슨 공이든 잡을 수 있는 마법의 언니들이다.- 그리곤 나에게 중견수를 맡겼다. 한 여름, 잔디가 없는 모래구장에서의 중견수는 뭐랄까 알라딘의 첫 장면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아련하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나 빼고 모든 수비수의 소리가 멀게 들린다. 내야수의 소리는 웅얼웅얼로 들린다. 순간 '정말 언니들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7이닝을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지면의 열기가 후끈 후끈 올라온다. 야구는 시간 제한이 없고, 끝날 때까진 끝나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지만, 아마추어의 야구경기는 시간제한이 있고, 갑자기 끝난다. 모든 선수들이 자비를 들여서 하는 경기다 보니 리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두시간 정도면 마무리를 해야한다. 보통 4회-5회 쯤에 끝난다. 그것만 해도 꽤 진이 빠진다. 전국대회나, 리그 결승전 정도에는 시간 제한 없이 7회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좌, 우에 있는 언니들은 그런 7회 경기도 너끈히 혼자서 소화해내는 사람들이었다.
플라이를 몇번 잡아본 적은 있었지만, 아직 공에 비하면 내 발은 한참 느렸다. 서 있으면서도 '제발 내 쪽으로 오지마라' 하고 있었다. 왠걸 내야만 친다는 타자는 '따-악!' 경쾌한 소리를 내며 안타를 쳤다. 중전안타. 내 앞에 떨어지는 안타이다. 나는 저 (평범한) 바운드 볼을 안전하게 잡아서 눈 앞에 2루수에게 던지면 된다. 라는 생각만 있고, 공은 내 다리사이를 멋지게 지나며 이른바 '알 까기'를 하고 있었다.
주자는 필사적이지 않았다. 알을 깐 나를 보고 안심했다. 오히려 나를 필사적으로 불신한 우리 언니들이 일을 쳤다. 좌익수 커버로 들어온 나의 동갑내기 친구가 쿨하게 굴러가는 공을 낚아채고, 강견을 뽐내며 3루로 던졌다. 3루에서 런다운에 걸린 주자는 슬픈 표정으로 아웃이 되었다.
혼자서 ‘오지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수비는 구멍으로 가득했다. 다들 괜찮다고 했지만, 스스로는 너무 괴로웠다. 야구는 함께하는 경기인만큼 내가 공헌하면 기쁨도 크다. 반면에 내가 남에게 피해를 줬다는 슬픔도 크다. 민폐를 끼쳤다는 기분이 나를 휘감았다.
이상하게 공은 자꾸 중견수 쪽으로 날아왔다. 생각해보면 내가 좌/우익 커버를 들어가는 공들도 내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더했던 것 같다. 2루수 정면으로 달라온 공이 빠지면서 중견수 앞으로 굴러왔다. 3루에서 2루로 포스아웃을 노린 공이 2루수의 글러브를 맞고, 중견수 앞으로 왔다. 슬슬 뭔가 마가 낀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 쯤이었다. 갑자기 경기가 끝났다. 다 같이 우루루 들어갔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걸 알았다. 남들이 들어가니 나도 들어가나보다 하고 들어간 것이다. 허수아비처럼 서 있던 운동장에서는 관중석에서 늘상 보이던 전광판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열악한 구장이라서 전광판 자체가 없었다. 경기를 같이하면서 서로가 카운트를 불러주고 기억하면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허수아비 같이 나갔던 경기에선 지금이 몇 회였는지, 아웃카운트가 몇 이었는지, 주자 상황은 어땠는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알 수 있었던건 건 지금 끝났고, 우리는 라인업을 하러 나간다는 사실 정도였다. 줄을 서서 상대팀과 인사하고, 악수하고 우리팀과 손바닥 하이파이브를 하고 벤치로 돌아가서 정리를 시작했다. 허수아비처럼 경기도 몰랐던 자신이 부끄럽고, 선출언니들의 발목만 잡아서 민망하기만 했다. 이 운동장에 내가 있어도 되는걸까? 불안과 걱정이 가득하다. 운동장에서 벤치로 들어가는 길이 천리길 같다. 벤치로 돌아가자 좌익수 언니가 위로해준다. “걱정한 거보다는 덜 빠졌어” 라고 되려 위로해주었다. 태권도 마스터인 언니에게 정권 지르기로 한 방 맞으면 차라리 속이 시원할텐데, 되려 머쓱하다. 주장님이 지나가면서 “언니 괜찮아요.” 하고 지나간다. 우익수 언니는 “됐어 잘했어. 밥 먹으러가자.” 하고 지나간다. 다들 짐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아직 약간 멍하다. 다시 운동장을 보니 내가 저기 서 있었다는게 신기하다. 그냥 왠지 헛헛하다. 빈 그라운드. 드디어 동네리그를 뛰기 시작했다.
1회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1회 초 - #왜 하게 되었나
2회 야구하는 여자들
3회 소금 먹고 운동하기
4회 드디어 (동네) 리그를 뜁니다
5회 첫 안타 치던 날
6회 전국대회 벤치 입문
7회 여자야구 국가대표
8회 운동장에 엠뷸런스 오던 날
9회 우승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