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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Nov 17. 2019

[06] 3회말 - #냉탕과 온탕

3. 소금먹고 야구하기

3회말 - #냉탕과 온탕 

3회말 - #냉탕과 온탕


           그렇게  온 몸의 전해질을 빼고 소금 먹고 양갱 먹고, 진까지 다 빼고 나면 드디어 운동이 끝난다. 끝에는 무슨 메뉴를 먹자고 해도 대충 다 가자고 하게 된다. 갈비탕이라도 뜯게 되면 가히 동네 개 마냥 뼈를 뜯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운동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가도 밥 먹고 나면 '아 여튼 재밌었다.' 하면서 들어간다. 이제는 이 정도로 전해질 빼면서 운동하는 일은 잘 없다. 대회를 앞 두고 있으면 모를까, 왠만하면 무리를 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체력에 맞춰 훈련 중간에 쉬어가며 한다.  


           물론 선수출신 언니들이 ‘편하게 한다.’ 싶은 운동도 호주에서 했던 야구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템포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놀이처럼, 우리로 치면 동네에서 베드민턴 치듯 여유로웠던 그들과의 캐치볼과 야구는 여기서 살벌하게 경쟁하는 야구와는 많이 달랐다. 그래서 호주 야구가 약한거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마추어 범주에 있는 현재의 여자야구가 엘리트 야구와 똑같이 굴러가야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반면에 선수출신들이 느끼기에는 지금의 여자야구가 너무 느리고 갑갑하다. “전, 팀원들이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긴 하는데 너무 여유롭다고 해야할까. 저도 가끔은 이기고 싶고 우승도 해보고 싶어요.” 늘상 순위권에 들어보지 못하는 어떤 팀의 에이스가 한숨을 푹 쉬며 한 이야기이다. 같은 야구를 두고도 이렇게 온도 차가 크다. 어쩔 수가 없다. 목욕탕의 물 온도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뜨겁고, 누군가에는 너무 차갑기 마련이다. 애석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럴 때,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하나는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는 애매한 물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손님이 많은 쪽 물 온도만 맞추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다양한 온도의 목욕탕을 늘리는 방법이다. 


           한국의 ‘남자야구’는 그나마 다양한 온도의 목욕탕이 많은 편이다. 프로야구는 천상계다. 프로1군 리그와 프로2군 리그로 나누어져있다. 흔히 프로 리그라고 하면 프로1군 리그를 지칭하고, 프로2군 리그는 퓨처스 리그 또는 2군 리그 다소 잘못표현해서 2부 리그라고 표현한다. 2군 리그에는 경찰팀, 군인으로 이뤄진 상무팀 등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군 복무에 준하는 이 팀의 선수들은 타 2군 선수들에 비해서 강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선 즈음에 있는 중간계 리그가 ‘독립리그’와 ‘실업리그’이다. 1997년 IMF를 기점으로 몰락을 거듭한 실업리그(Korea Amature Baseball Assocication, KABA)와 그 대안으로 떠오른 독립리그(Independent League)가 있다. 두 리그는 KBO에 진출하지 않은 선수들이 모여있는 리그이다. 크게 프로와 아마추어로 구분하면 아마추어로 구분되지만, 우리 동네리그에 비하면 실력이 프로에 매우 가까운 이들이다. 아마추어 오브 아마추어인 동네 야구에 비해 하늘 같은 실력을 지닌 이들, 이른바 ‘중간계’에 가깝다고나 할까. 


           친근한 하계인 우리 동네리그는 어떻게 이뤄져있을까?  동네리그는 사회인 야구라고  부른다. 남자리그에서는 1부에서 4부리그로 나뉘어져있는데 개인별 실력을 기준으로 나눈 것은 아니다. 즉, 잘하는 사람들이 4부리그에 없다는 뜻이 아니고, 1부 리그라고 개인 실력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1-4부의 구분은 팀 내에 선수출신 선수가 몇 명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팀의 실력은 단순한 구성원 개인의 실력의 합과는 다르다. 한국 프로야구 우승팀이 각 부문별로 우수한 선수를 많이 보유했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각 부문별 1위 선수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팀이 우승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평가하고 리그를 나누는 기준이 선수출신 선수의 보유 수라는 것은 선수출신이 얼마나 팀 승리에 기여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여주지 않아도 사회인 야구인에게 선수출신 선수란 그야말로 신처럼 보인다. 내가 휘두르는 배트가 흔들거림이라면 그들은 선풍기 바람 같다. 한낱 인간의 미물같은 움직임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움직임을 비교할 서 있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 앞에 숨겨진 첫 번째 분류가 있다. 바로 '남자/여자’리그의 구분이다. 이도 약 10여년 전엔 전혀 없었다. 프로1-2군, 독립/실업리그, 사회인1-4부로 자잘하게 나뉘어진 한국 남자야구와는 다르게 지금의 한국 여자야구는 첫번째에 가장 가까운 애매모호한 상태인 것 같다. ‘프로’여자야구팀도 ‘프로’여자리그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프로리그는 현재 일본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리그 규모도 크지 않다. 4개팀이 현재 전세계에서 유일한 프로 여자야구 팀이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마저 프로여자야구팀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세계2차대전이 한창이었던 1943년부터 53년까지 운영된 전미여성프로야구(All-American Girls Professional Baseball League)의 역사가 유일하다. 


           프로리그도 독립리그도 없는  한국 여자야구는 신과 미물이 모여 만들어진 카오스와 비슷한 상황이다. 프로에 준하는 선출 그리고 국가대표가, 달리기도 못하는 미물들과 함께 한 리그에 있다. 당연히 프로급의 실력이 하락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팀 내에서도 연습 레벨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근 10년간 여자야구인구가 늘어나면서 전국대회를 챔프, 퓨처스로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게다가 뛰어난 10대-20대 청소년 중에 야구를 목표로 하는 재능있는 친구들이 보인다는 점도 희망차다. 이들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힘들고, 철저한 야구가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두번째 방법을 통해 여자프로야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기껏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14세의 야구소녀 박민서 같은 친구들은 왜 이승우, 이강인처럼 달릴 수 있는 리그가 없는걸까? 그들을 위한 무대가 언젠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박민서 선수

        나와 같이 취미로 야구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어떨까? 그들에게는 취미로, 여유롭게 야구를 할 기회가 필요하다. 남자 사회인 야구가 커져가면서 1-4부 리그로 나뉘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여자야구도 다양한 리그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여유로운 탕도, 빡신 탕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며 땀을 빼는 어머니들처럼. 


           여러분 오해입니다. 제가 소금먹고 야구하고 싶지 않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라구요. 그래도 어제보다는 많이 뛰고, 많이 잡고, 많이 칠거에요. 여유롭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란 말입니다. 아이고- 사실 좀 빡시긴합니다. 야구하고 나면 수요일까지 허벅지가 뻐근합니다. 그래도 다리 풀리는 목요일부터 야구장에 가고싶고, 금요일에는 신이나서 괜히 히죽히죽 웃습니다. 뭐 그렇다구요.    






1회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1회 초 - #왜 하게 되었나

              1회 말 - #어떻게 하게 되었나


2회          야구하는 여자들

              2회 초 - #첫 연습 가는 길

              2회 말 - #어떤 여자들


3회          소금 먹고 운동하기

              3회 초 - #식염포도당님 영접

              3회 말 - #냉탕과 온탕


4회          드디어 (동네) 리그를 뜁니다

              4회 초 - #얼마면 돼?

              4회 말 - #선물하시게요


5회          첫 안타 치던 날

               5회 초 - #패배감

               5회 말 - #첫 안타


6회          전국대회 벤치 입문

                6회 초 - #벤치도 공사가 다 망합니다

                6회 말 - #기세는 벤치가 가져옵니다


7회          여자야구 국가대표

               7회 초 - #국가대표의 대가

               7회 말 - #그 많던 언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8회          운동장에 엠뷸런스 오던 날

               8회 초 - #운동장에 구급차 오던 날

               8회 말 - #솜사탕 같은 뜬 공


9회          우승하던 날

               9회 초 - #금메달

               9회 말 - #모자를 던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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