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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메이 Jan 13. 2019

금요일 밤의 불꽃놀이

일주일이 행복한 이유

하와이에서 가장 좋았던 게 뭐야?


불꽃놀이


하와이까지 가서 불꽃놀이라니,
하와이에 즐길 게 얼마나 많은데!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불꽃놀이가 뭐가 그렇게 좋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와이에서의 불꽃놀이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는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서서히 물드는 석양이 어둠이 되어 내리는 걸 기다리다 맞는 환희의 순간이라는 걸...


사실 나는 불꽃놀이를 제대로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지역에 살다 보니 불꽃놀이는 벚꽃잔치의 노래자랑 다음 순서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 이벤트였다. 상대적으로 그 규모도 아담했다. 운이 좋아 보게 되더라도 너무 먼 발치에서 바라보거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 불꽃의 뒷모습만을 마주했다. 그 기억조차 크지 않은 조각으로 남아 있는 걸 보면 아마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시든 꽃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처럼 불꽃을 대했는지 모른다. 


하와이에선 셀 수도 없는 불꽃들이 눈 속으로 쏟아져 내렸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불꽃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완전히 매료되었다. 더구나 이 황홀한 불꽃놀이를 금요일마다 볼 수 있다니...


진한 여흥의 깊이와 감동의 여운은

금요일을 기다리는 충분한 이유가 되어 주었다.   


Aloha Friday


처음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간 곳은 알라모아나 비치 파크였다. 불꽃놀이 현장인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공원이었다. 넓은 잔디밭이 잘 꾸며진 공원에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바비큐를 하는 가족들, 웃음소리 가득 게임을 하는 아이들, 떨어질 줄 모르는 다정한 포즈의 연인들이 공원을 가득 채웠다.


요트 선착장 앞 잔디밭에 나와 내 친구 썸머도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긴 했지만, 정확하게 언제 불꽃놀이가 시작되는지는 몰랐다. 우리는 손을 잡고 주먹을 콩콩거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불꽃놀이의 시작을 기다렸다. 멀리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소리가 퍼지자 웅성거리던 소리들은 단숨에 숨을 죽였다.


  팡! 팡!


하늘로 올라간 하나의 불꽃을 기점으로 불꽃들의 릴레이가 시작된다. 기다리던 불꽃들이 터지자 사람들은 핸드폰과 카메라로 촬영하기 바빴다. 나 역시 네모난 프레임에 온 신경을 집중해 셔터를 눌렀다. 초점을 새로 맞추고, 각도를 바꾸고, 줌을 당겨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 작은 프레임에는 지금 이 순간을 전부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올려다본 밤하늘엔 환상적인 불꽃들이 가득했다. 사진으론 순간을 담고 시간을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소유하는 기록 대신 온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순간을 기억하기로 했다.


불꽃의 울림이 커질수록 황홀한 두근거림이 이어졌다.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 위해 폭죽이 터지는 소리는 마치 심장 소리 같았다.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커질수록 눈이 부시도록 환한 불꽃들의 세례가 이어졌다. 밤을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불꽃들은 퍼레이드를 펼친다. 직선을 타고 올라간 한 줄기의 빨간 불꽃은 초록의 원으로 변해 사방으로 쏟아져 내렸다. 노란 불꽃은 360도를 돌며 주황으로, 다시 여러 갈래로 나뉘어 빗줄기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화려한 무대를 펼친 불꽃은 밤하늘로 사라져 갔다. 화약이 터지면서 나는 냄새를 희미하게 맡을 즈음, 다시 조용한 어둠이 주변을 감쌌다. 그와 동시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두가 함께 밤하늘의 무대를 감상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두 번째 불꽃놀이부터는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라군*(Lagoon :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인공 해변)에서 보기 시작했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레인보우 타워가 보이는 라군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불꽃놀이는 시작은 7시 45분, 끝나는 시간은 8시. 나는 보통 그보다 앞선 6시쯤 도착했다. 불꽃놀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시작하기 훨씬 전에 도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람들이 북적이기 전에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레인보우 타워가 정면으로 보이는 라군 앞 모래사장이었다. 일찍 도착할수록 나만의 불꽃놀이 명당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시간은 늘 나의 하우스 메이트이자 친구인 썸머와 함께 했다. 우리는 에코백에 항상 넣고 다니는 돗자리를 꺼내 사이좋게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포장해 온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주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푸드코트인 마카이 마켓에서 원하는 음식을 포장해 갔다. 참치와 가리비로 만든 포케와 달콤한 LA 갈비 바비큐가 주 메뉴였다.


이야기의 주제는 보통 일주일간 하와이에서 지낸 시간이었다. 강한 자외선을 피하려 로스(Ross)*에서 산 4불짜리 선글라스, 차이나타운의 국물이 끝내주는 쌀국수 맛집, 서툰 영어 주문에 불친절한 서브웨이* 점원 등 소소한 일상들이다. 때론 엉뚱하게도 패리스힐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유명 상속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불꽃놀이 이벤트를 매주 진행할 수 있는 규모의 호텔이 하나도 아니고 전 세계에 있다니... 우리는 그녀의 막대한 재산을 부러워하는 한편, 공짜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기도 했다. 이벤트의 주최가 그녀가 아닐지라도... 그리고 나중에 돈을 많이 벌고 하와이에 오면 꼭 힐튼호텔에 묵자는 농담도 했다. 그때는 투숙하는 객실 발코니에서, 더 가깝고 더 높은 곳에서 불꽃놀이를 보자고. 유명 호텔의 가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지불하고 불꽃놀이를 보는 날에도, 우리는 이 감동을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불꽃놀이를 기다리다 보면 예쁜 선셋은 덤으로 만났다. 힐튼 라군에서 보는 석양은 노을마저 화려한 와이키키 비치와도, 고요한 매직 아일랜드에서의 시간과도 달랐다. 가장 하와이스러운 선셋이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에서 펼쳐진다. 잔잔한 라군의 물결 너머 야자수들은 평화롭게 서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바닷가가 아니기 때문에 시야에는 오직 야자수와 하늘만이 들어온다. 캠퍼스 같은 하늘에는 주황, 보라, 핑크 등 색색의 물감이 마블링되어 있다. 점점 파란색과 먹색이 범위를 넓혀 스며들기 시작하면 바람의 온도가 변한다. 그렇게 하늘과 바다와 구름을 뒤덮었던 빛들의 향연은 어둠으로 물들어간다. 완벽한 밤의 시간이 되면 15분간의 축제가 시작된다.


화려하게 피고 사라지는 불꽃들을 보다 보면, 잊혀있던 감정도 불꽃처럼 타닥타닥하고 타는 소리를 낸다. 내 안에 깃든 기쁨도, 슬픔도, 흥분도, 사랑도, 감동도, 쓸쓸함도 밤하늘의 불꽃처럼 피었다가 사라져 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다.  



*로스(Ross) : 미국 전역에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

*서브웨이(Subway) : 빵부터 야채, 고기 등을 직접 선택하는 샌드위치 전문점


<하와이 로망일기, 와이키키 다이어리>                    

평범한 대한민국 30대가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떠났던 하와이 한량 생활기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하와이를 만나고 돌아온 85일간의 와이키키 다이어리가                    

궁금하시다면 링크를 눌러주세요! Aloha.                                    

1.Aloha from the Hawaii https://brunch.co.kr/@alohamay/1                

2.당신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의 주소, ALOHA STATE https://brunch.co.kr/@alohamay/4   

3.불시착, 그 순간의 기록 https://brunch.co.kr/@alohamay/5           

4.와이키키 가는 길(TO WAIKIKI) https://brunch.co.kr/@alohamay/6                

5.무지개의 나라에서 보내는 편지 https://brunch.co.kr/@alohamay/16                

6.홈리스, 그들에게도 천국 https://brunch.co.kr/@alohama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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