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코로나 19사태를 맞아 디지털 시대로 대대적 전환이 예상된다. 지난 시간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본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금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 사례를 차례로 살펴보겠다.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우리 고객들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강한 욕망’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고객을 '집단'차원이 아닌 '개인' 단위로 세분화하여 이전보다 고객들 삶 속에 깊숙이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기업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
8. 애플(Apple)
9. 나이키(Nike)
10. 던킨(Dunkin')
11. 언더아머(UNDER ARMOUR)
12. 버거킹(Burgerking)
- 업데이트 예정 -
(2편에 이어 계속)
2000년대 초 버거킹은 성장에 한계를 맞이한다. 메뉴는 복잡해지고, 조직은 비대해졌다. 매장 평균 수입은 맥도날드 절반밖에 되지 않았고 매출은 횡보를 거듭했다. 2010년 버거킹 최고재무관리자(CFO)로 합류한 월스트리트 금융종사자 다니엘 슈워츠(Daniel Schwartz)는 2013년 32세 나이에 버거킹 CEO로 발탁된다.
그는 비용 부담이 큰 직영점을 대폭 줄이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확대했으며 대표 메뉴 12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없애버리고 건강을 고려한 저 칼로리 감자튀김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다.
2014년에는 캐나다 커피 프랜차이즈 '팀 홀튼'과 합병하고 2017년 파파이스(Popeyes)까지 인수하며 현재 기업가치 약 350억 달러의 다국적 대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버거킹은 2016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되살아났다. 2018년 버거킹 매출액은 기준 216억 달러 규모다. 참고로 2019년 맥도날드 매출액은 362억 달러 규모이다.
국내 시장에서 선전이 눈에 띈다. 2020년 현재 국내 맥도날드 매장은 400여 곳이며 버거킹 매장은 391개에 이른다. 현재 버거킹 코리아는 주력 제품인 '와퍼'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광고, 가격, 판매방식 등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맥도날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버거킹 비결은 무엇일까? 그 정점에는 버거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녹아있다. 먼저 버거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환경을 살펴보자.
1. 제품(Product)
앞선 시간에 2008년 Whopper Virgins 캠페인을 소개한 바 있다.
2008년 태국과 그린란드, 루마니아의 오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버거킹과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와퍼’와 ‘빅맥’ 중 더 맛있는 쪽을 고르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전에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결과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와퍼의 승리였다. 버거킹이 ‘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맛을 평가해보자!’는 취지로 기획한 이 프로모션은 7분짜리 다큐멘터리 제작되어 버거킹 광고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와퍼가 빅맥보다 충분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버거킹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는 요소로 가격을 꼽는다. 맛은 있는데 가격이 높다는 점은 버거킹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실질적인 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
2. 가격(Price)
2010년 '와일드 웨스트 와퍼 주니어'의 가격은 단품 3,900원, 세트 5,700원이다. 무려 10년 전 가격이 세트 메뉴가 5,700원이었다. 2018년 10월 한국 시장 진출 이후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 오던 버거킹은 ‘가성비’를 강조한 마케팅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사딸라’ 한 단어로 전국을 강타한 ‘올데이킹’ 메뉴가 큰 성공을 거뒀다. 2018년 10월 시작한 ‘올데이킹’은 인기 버거 세트를 하루 종일 4,900원에 판매하는 메뉴다. 맥도날드가 하루 종일 4,900원에 버거를 즐길 수 있는 ‘맥 올데이’ 행사를 지속해서 진행하자 버거킹 역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맥도날드 대표 프로모션인 ‘맥 올데이’를 살짝 바꾼 버거킹 ‘올데이킹’은 맥 올데이 = 4,900원이라는 등식을 잘 활용한 전략으로 올데이킹 = 4,900원이라는 등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버거킹은 올데이킹 출시 13개월 만에 누적 1,500만 세트 판매라는 기록을 세운다.
이 밖에 버거킹은 사이드 메뉴 역시 맥도날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 21cm 치즈스틱 1개 1,000원, 콘 아이스크림 800원, 바삭킹 4조각 2,900원, 아메리카노 커피 1,500원 수준이다.
3. 프로모션(Promotion)
2015년 말 SNS에서는 2003년 방송된 야인시대 드라마 중 김두한이 미군과 협상하는 장면이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어, 행동 등 모방해 만든 사진이나 영상)과 짤방(짤림방지용 사진)으로 사용되며 재생산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19년 1월 버거킹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이 유머 코드에 착안해 양질의 햄버거 가격을 흥정해서 4달러에 판매한다는 컨셉으로 광고를 제작한다. 배우 김영철이 버거킹 매장에 들어가며 ‘사딸라(4달러)’를 외쳐 4900원보다 싸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버거킹은 올데이킹 성공 이후 2019년 11월 더블패티 버거 세트를 하루 종일 5,900원에 제공하는 '더블올데이킹'을 런칭한다. 광고모델로는 영화 '타짜'에 곽철용 역을 맡은 김응수 씨가 선정된다. 2019년 한해는 영화 '타짜' 속 곽철용이 했던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김두한 사딸라' 후속작품으로 제품 속성과 버거킹 특유의 유머코드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
2020년 버거킹 코리아는 이덕화, 주지훈 등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유머코드를 이어가고 있다.
4. '모바일 앱' 개편
버거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서막은 모바일 앱으로부터 시작한다. 버거킹은 2018년 10월 ‘올데이킹’ 프로모션과 더불어 버거킹 모바일 앱을 활성화한다. 제품을 넘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리제이션(Digitalization) 2.0’ 전략이다.
지난 2018년 8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신호상 버거킹 코리아 마케팅 총괄이사는 QSR(Quick Service Restaurant) 최초로 옴니채널(Omni-Channel) 구축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12월 버거킹의 모바일앱을 전면 개편하며 30~40% 할인을 제공하는 쿠폰 서비스를 대폭 늘렸다고 한다. 다운로드 수는 1년 만에 2배(240만 건)로 늘었고 매출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기존에 배달을 위해서만 이용했던 앱이 구매를 유도하는 툴로 재편된 것이다 신 이사는 “쿠폰을 통해 버거킹을 접해보지 못한 신규고객을 끌어들인 점, 기존 버거킹 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강화한 점, 두 가지 효과를 얻고 있다”며 “스토어채널(매장)과 홈 딜리버리(배달) 채널 간의 시너지를 구현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모바일 앱으로 매장 방문 없이 미리 오더 후 픽업이 가능한 킹오더(King Order) 서비스를 론칭하고 무인주문기(키오스크)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서비스 활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버거킹뿐만 아니라 소비자 대상으로 하는 대다수 기업이
앱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앱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이용자 정보를 파악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스타벅스 활동을 살펴보자. 현재 모바일 앱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는 2009년 업계 최초 선불식 충전 카드인 ‘스타벅스 카드'를 런칭했고 2012년에는 앱 서비스로 확대했다. 2014년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O2O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를 통해 IT기술을 접목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스타벅스 페이'를 매번 충전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별 적립(1회 주문 시 1개 별을 적립할 수 있으며 12개가 적립되면 무료 음료 쿠폰이 발행된다), 생일 무료 음료 쿠폰 등과 같은 혜택이 있고 5만 원 이상 자동 충전 시 무료 쿠폰을 제공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편을 감내할 수 있다.
기업이 저마다 OO 페이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소비자 개개인 취향, 소비패턴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정보가 쌓이면 쌓일수록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별 추천, 프로모션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아마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처럼 개인에게 최적화된 추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스타벅스는 국가마다 별도 맴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스타벅스에서 충전한 원화는 한국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미국 스타벅스에서 충전한 달러는 미국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2018년 스타벅스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백트(Bakkt)에 투자했는데 블록체인 업계에선 스타벅스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로 전 세계 스타벅스 페이를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현재 스타벅스는 1,500만 이상의 회원을 가진 모바일 결제 분야 선두 주자인데 고객들이 지불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용처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스타벅스 페이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대규모 선불 충전금을 활용해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2017년 8월 러시아 버거킹은 '와퍼코인(WhopperCoin)'이라는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교환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토큰이다. 고객들은 1루블(18.8원)을 지불할 때마다 1개 와퍼 코인을 받는다. 지급된 포인트는 고객 개개인의 계좌에 보관된다. 와퍼코인 1,700개로 와퍼 1개를 교환할 수 있다. 러시아 버거킹은 웨이브(Wave)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2017년 8월 기준 발행된 와퍼코인은 대략 10억 개로 추산된다.
현재 와퍼코인이 스타벅스 페이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버거킹 위상이 높아질수록 와퍼 코인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다. 와퍼코인 활성화를 위해 스타벅스처럼 선불충전금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 버거킹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자사 페이를 활성화한다면 단순히 해외에서 버거킹을 이용할 때 환전 수수료나 해외 카드 결제 수수료를 면제받는 것 외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스타벅스가 염두에 두고 있는 금융업 서비스에 진출해 투자하거나 대출 서비스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5. 구독 서비스
2019년 3월 미국 버거킹은 '카페 구독(BK cafe subscription)`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5달러만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프로모션이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으로 매일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커피 체인과 패밀리 레스토랑은 선불카드 도입에 적극적이었는데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버거킹이 최초다. 넷플릭스가 일으킨 '구독경제'가 패스트푸드 영역까지 확산한 것이다.
당시 버거킹 측은 "월 정액제 고객은 매장을 방문해 팬케이크와 소시지 등 다른 메뉴도 시킬 수 있다. 이는 아침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구독 서비스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버거킹 코리아는 2019년 12월 OK캐쉬백과 손잡고 아메리카노 30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 5월에는 버거킹 정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역시 OK캐쉬백과 함께 진행한 프로모션으로 버거킹 앱 내에서 구독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다. 버거킹 햄버거 구독 서비스는 4주 이용권(4,900원)과 정기 이용권(4,700원)으로 구성되었다.
버거킹은 구독 서비스로 고객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추가수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버거킹 구독 서비스가 동네 마트 미끼 상품과 다른 점은 고객 데이터가 수치화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구독 서비스 가장 큰 특징은 고객 성향에 맞는 영화, 음악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있다. 버거킹 역시 진짜 고객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공하길 원한다.진짜 고객은 누구인지 알고 싶은 기업들에 고객 데이터는 핵심자산이다.출근길에 커피 한잔을 위해 버거킹을 방문한 고객이 어떤 메뉴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버거킹 메뉴 전략도 바뀔 것이다.
이상으로 버거킹 최근 전략까지 살펴보았다.
버거킹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최근 활성화된 앱을 중심으로 구독 서비스까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회사답게 타 업종보다 점진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되는 추세다. 버거킹 이러한 디지털 전략은 매우 현실적인 모습으로 띄고 있다.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버거킹 등 디지털 전략을 살펴보면 주문방식, 결제방식, 리워드 방식, 추천방식 등 곳곳에 이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화(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이제 해당 기업 고유의 감성이 녹아들 시기다. 버거킹 특유의 유머 코드와 유쾌함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유심히 살펴보자. 기업들은 벤치마킹을 통해서 차별화를 이뤄내고 차별화를 위해 벤치마킹을 한다. 결국 해당 기업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2017년 4월 스타벅스 창업주인 하워드 슐츠는 주주 컨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리테일 회사가 이기려면
그 회사의 매장은 경험을 제공하는 유일한 목적지여야만 합니다."
적어도 리테일 기업에 있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오프라인 매장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상.
본 칼럼은 지속적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