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사하라 사막 마라톤, 나미비아로 가자

12th 국가: 나미비아 15th 여정: 나미브 사막 4. 28-4.29

by GTS

현재까지의 여정(2017. 3.10 출발)


① 한국 → ②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 횡단 열차) → ③ 러시아 모스크바 → ④ 우크라이나 키이우 → ⑤ 그리스 아테네 → ⑥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⑦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⑧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비엔나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⑨ 체코 프라하 → ⑩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 ⑪ 네덜란드 뒤셀도르프, 노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⑫ 이탈리아 베니스 → ⑬ 이집트 카이로 → ⑭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국립공원 ⑮ 남아공 케이프타운 → ⑯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현재> 12th 국가: 나미비아 15th 여정: 나미브 사막 4. 28-4.29



사십춘기 방랑기 D+50일(2017.4.28.)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여기 공한이 매우 특이하다. 그냥 허허 발판에 펜스만 쳐져 있다. 진짜 아프리카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55분 비행기여서,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했다. 공항에 일찍 도착했고, 아주 조그마한 비행기(60인승)를 타고 나미비아 스바코프문트로 이동했다. 2시간 남짓의 비행으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 공항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인 없는 모습이었다. 사막 가운데 섬처럼 있는 공항.. 주위에 둘러놓은 펜스가 없었으면, 활주로와 사막이 구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남아공보다 훨씬 뜨겁고, 햇살은 따가왔다. 새삼 남아공의 날씨와 풍경이 사람 살기에 좋은 곳임을 깨닫는다. 입국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사하라사막 마라톤 집행처에서 준비한 택시를 탔다. 동승자인 호주인 2명은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3번째 참가하는 베테랑이었다. 잔뜩 쫄아있는 내게 염려말라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좌: 사마마라톤에서 절친이 된 싱가폴 친구 '폴' , 우: 내게 열정을 알려준 21살 여대생 '김채울'


하, 사하라 마라톤이라니, 왜 이걸 한다고 한걸까?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한 프로그램에서 사막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소개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한 남자가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사막을 달리는 도전을 하게 되었다는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 인터뷰가 오래도록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이렇게 세상을 떠도는 김에 참여하게 된 것인데, 사실 좀 고민이 많았다. 첫째, 참가비를 비롯해서 필요 장비를 준비하는 비용이 제법 비쌌으며(참가비만 무려 3,700달러), 대회 장소가 이집트에서 나미비아로 변경되는 것으로 인해서 여행 동선이 완전히 엉망이 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 이번 대회에는 참여를 안 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하라 마라톤 정보를 찾으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검색하던 중 중 알게 된 한 젊은 청년의 블로그에서 자극받아서,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김채울' - 그 때 아마 21살의 여학생이었다. 이 친구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 대학을 다니는 상황에서도 사하라 마라톤을 위해 준비해 왔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해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 뜨거운 열정이 참 부러웠던 거 같다. 옆에서 같이 있다면, 나 또한 뜨거운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하라 마라톤에 도전하겠다는 마음 절반과 아주 멋진 친구를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 절반으로 사하라 마라톤의 참여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결정은 참 현명했다.


안락한 숙소. 그래서 바로 다음날과 매우 차이가 컸다.

숙소에 도착하여, 사하라사막 마라톤 참가자의 신분으로 체크인을 했다. 그간 머물렀던 숙소 중에서 제일 좋다. 오늘밤과 대회가 끝나는 토요일밤을 여기서 머무른다고 한다. 내일 오전에 짐검사를 하고, 차량으로 타고 3시간 정도 이동하여 사막에 준비된 12개의 대형 텐트에서 야영을 하고, 일요일 오전에 사하라사막 마라톤은 시작된다. 여행전 마지막 여독을 푼다는 생각으로, 좋은 숙소에서 푹쉬어 보았다.


저녁이 되니, 참가자 단톡방에서 식당으로 모이자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한국인 참가자 13명이 모였다. 그간 여행을 하고 있던 나는 이분들을 처음 보는 날이었다. 48세부터 21세까지 참가자들의 나이도 다양했고, 기업체 이사님, 나이지리아 파견업체 근무자, 마라토너, 간호사, 수영 및 스키강사, 학생, 실업자 등등 참가자들의 직업도 다양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참여한 이유와 각오를 이야기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듣게 된 13명의 이야기는 궁금하고, 설레었다.

사하라 마라톤 한국인 참가자 13명. 전세계 참가국 중 2위. 미국 참가자가 1위. 한국에 사막 마라톤이 특명히 유명해진 것은 인스타 때문인가?

나의 이야기 시간, 대략 이런 말을 했던 거 같다. "서울에서 사는 유성호라고 합니다. 40세입니다. 12년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가르쳤던 아이들을 올 초에 졸업시키고, 저 또한 학교를 떠나서 떠돌고 있습니다. 오늘이 50일째가 되는 날이네요. 사하라사막 마라톤에 품은 기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사막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은 했던거 같습니다. 완주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겠습니다. 홀로 처절히 생각하며, 어찌 살아야할지 답을 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을 마치고, 숙소에 와서 잠시 쓰러져 있었다. 눈을 떠보니 새벽 3시다. 짐검사가 아침 8시 30분부터 진행되니, 이제 대회를 위한 짐꾸리기를 해봐야겠다. 오늘 누워있는 침대가 많이 그리울듯 하다. 앞으로 6일간... 내 무릎과 발목이 나라는 몸뚱아리를 온전히 견뎌주었으면 좋겠다.


생명의 서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하게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어느 사구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사십춘기 방랑기 D+51일(2017.4.29.) 나미비아 둘째날


무엇을 준비해 왔는가


아침에 발대식 같은 것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호텔 중앙의 공간에 8시부터 모여서 대략적인 소개 행사와 눈인사들을 나눴다. 그리고 10시... 대회 참가를 위한 개인별 장비 검사에 들어갔다. 사하라사막 마라톤은 텐트를 제외한 모든 식량과 개인 물품을 준비하여 배낭으로 직접 들러메고 이동해야 하느니 만큼, 각종 장비와 식량등 준비물 일체를 검사받는 시간이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마치 군대에서 군장검사를 받는 것처럼 물품 일체를 바닥에 깔아놓고 주최측 관계자에게 항목별로 검사를 받는 것이다. 사람들의 표정에서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묻어났다.

짐 검사 통과 받는 것이 1차 관문. 나는 계속 떨어지다가, 최종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의 순서가 되어 장비 검사를 받으며, 내가 무척이나 많은 것을 준비해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안전핀, 알콜젤, 거울, Buvy, 압박붕대, 나침반, 레드 플래싱 등등 누락된 물품들이 많아서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대기를 하다가, 먼저 검사를 받은 한국에서 온 선수들이 자신들의 물품을 빌려주어서 검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하도 많은 물품을 빌리러 다니니까, 한국 참가 선수 중에서 가장 연장자이신 큰형님이 한 말씀을 하셨다. "넌 대체 뭘 가져온거야?"

남자 11명, 여자 2명 사하라 레이스 한국인 참가자 13명. 스포를 하자면, 모두가 완주했다.

이 말씀에 쑥스럽게 웃었다. 실상 나의 짐을 보면, 미흡한 부분 투성이다. 나에게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200일의 여정 중에서 10일 정도의 일정을 차지하는 중간에 거쳐가는 순서이다보니, 다른 참가자처럼 철저하게 준비해올 수가 없었다. 사막을 달리려면, 신발에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게이터가 필요하다고 해서 이것은 준비했지만, 나머지는 전부 여행 물품이다. 마라톤 기간 동안 식량도 짊어지고 가야 하는데, 이건 신혼여행을 온 친구가 전투식량을 사와서 전해 주었다. 마라톤 기간 동안의 배낭은 그냥 여행에서 사용하고 있는 배낭이다. 신발은 러닝용이 아니라, 일반 등산화로 이미 50일간 여행하면서 신고 있는 신발이다. 방한용 패딩은 그냥 겨울에 출발하면서 입었던 옷이고, 달릴 때에 입은 옷은 물놀이할 때 입으려고 가져온 래쉬가드이다. 거기에다가 사막에서 글을 쓰겠다고, 키보드와 보조배터리들까지 잔뜩 챙기고 나니 무게는 15.5kg이 나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더큰 문제는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레이스가 시작하기 전까지 내가 몰랐다는 것이다.


장비 검사 후에, 버스를 타고 레이스가 시작되는 사막으로 이동했다. 버스로 3시간이 넘게 이동을 했고, 낯선 그 곳에는 텐트가 쳐져있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나미비아 전통 원주민들이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아... 이제 시작된다는 생각이 부쩍 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가져온 특전 식량으로 저녁을 먹고, 사막에서 해지는 모습을 감상했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광경은 내가 감상한 유일한 사막의 광경이었다. 이튿날부터 끝나는 날까지는 나는 무엇인가를 감상할 만큼 여유가 있었던 적이 없게 된다.

사하락 사막 마라톤 집결지에서의 시작 전날 만찬. 이때가 가장 설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날부터 죽음의 일정이 시작된다.


아... 10년 가까이 꿈꿔왔던 사하라레이스가 내일 시작된다. 이 사실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어서 뒤척였다. 텐트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별이 엄청나게 많았다. 사막에서의 첫날밤을 그렇게 보냈다.

사막에사 늘 하늘의 별은 많다. 내가 올려다보지 못했을 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야하는데...



[사직서 쓰고, 사십춘기 방랑기] 이 전의 글들


# 1. 7년 전, 사직서를 썼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2


# 2.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3


# 3. 모스크바에서 제자를 만나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4


# 4. 미인을 찾아서 우크라이나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5


# 5. 아크로폴리스가 멋진 아테네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8


# 6. - 산토리니, 신혼여행지 답사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9


# 7. - 발칸 반도, 친절한 남자

https://brunch.co.kr/@b355e3bd564c4ea/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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