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1 금요일
역시 아침 10시 기상이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5시이니, 이 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건 욕심이다. 지난번 여행 때도 동일한 10시에 기상했지만, 당시에는 일정표를 의욕적으로 8시부터 짜 놔서 뭔가 오전을 통째로 날린 기분이었지만, 이번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애당초 10시 기상으로 잡아놨었다. 역시 인간의 몸은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하게 반응한다. 기상시간을 정확하게 맞춰 약간은 우쭐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와이프는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수영복부터 찾기 시작했고, 난 다시 한번 이 집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와이프가 어젯밤에 집을 둘러보면서 “이 집주인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뭔가를 아는 사람이야”라며 감탄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 부엌가전은 Bosch, 청소기는 다이슨, 쌍둥이 칼,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그릇, 의자, 소파 등 모든 제품들이 해당 품목에서 클래스가 느껴지는 브랜드 제품들로 갖춰져 있었다. 혼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 집을 꾸민 듯했다. 침구도 고급스러운 색감과 터치감의 이집트 면이었고, 벽장 안에 숨어 있던 여분의 담요도 너무 부드러워 살펴보니 Ralph Lauren이었다.
심지어 천장에서 돌아가고 있는 씰링팬조차 최고급 드론이 우아하게 떠 있는 듯 예사롭지 않은 디자인이라 찾아보니, 사람까지 알아보고 인테리어와 공기 순환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Haiku라는 제품이었다. 이런 하드웨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에 집주인의 애정과 관심이 녹여져 있었다. 예를 들면 샤워 부스 밑엔 욕실 거울 와이퍼가 놓여 있고, 샤워 후 와이퍼로 물기를 한 번 닦아 달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그러고 보니 거울 및 유리가 물 때 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렇게 집을 외부 사람에게 돌리는데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
와이프의 설명대로, 돈만 있다고 아무나 이렇게 꾸며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돈도 있으면서, 회사 생활도 해보며 시스템이란 것도 알고, 무엇보다 삶의 멋을 아는 사람인 듯했다. 그래서 나 역시 집주인이 정말 궁금해졌는데, 잠시 후 집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키 크고 삐쩍 마른 집주인은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고 독일어도 유창하게 쓰는 폴란드인이었다. 하와이에 콘도 두 채를 사서 6시간 거리의 캐나다에서 한 번씩 들어와 관리를 한다고 했다. 순간 몇 개 국가가 나온 거지? 캐나다, 미국, 독일, 폴란드, 4개국이 탑재된 글로벌한 분이었다. 그렇다고 뭐 내가 기죽을 건 없다. 따지고 보면 부산 출신에 영어 나름 알아듣고,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가. 독일과 룩셈부르크 살았던 지영이까지 더하면 우리 부부가 이긴 걸로.
테이블 밑에 그동안의 방문객들이 한 마디씩 적어놓은 날적이가 있었다. 난 우선 이 책의 보존상태가 놀라웠다. 2014년 12월에 집주인이 이 집을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 약 30여 명이 소감을 적어 놓았는데, 몰스킨 급도 아니고 양지사 노트 수준의 이 책은 말도 안 되게 깨끗했다. 중간에 아이들 데리고 와서 우유를 엎지르거나, 코딱지나 씹던 껌을 해결하기 위해 끝부분을 찢었거나, 잘못 접어 구겨진 부분이 있을 법도 한데, 놀랍게도 용비어천가 원본을 다루듯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날적이 첫 페이지엔 집주인의 인사말이 있었다. 집주인 부부의 이름은 Rafal과 Agi였고, 10살 된 딸 이름은 Bianca였다. 그래서 본인의 가족을 세 명의 이니셜을 따서 A+R+B라고 적어 놓았다. 나도 창우, 지영, 지우, 지아를 합쳐서 뭐라 부를까 고민했는데, 창GGG, 삼지손(지 세 명과 손), SK+Jj 따위의 유치한 단어만 떠올라서 그만뒀다.
날적이를 잠시 읽어봤다. 이 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마우이 여행을 하며 좋았던 레스토랑, 스노클링 포인트, 주의할 점 등 정보를 가득 담고 있었다. 인스타그램과 또 다른 살아있는 정보들이었다. 그중 'The air here feels like a glass of warm milk'라고 적어놓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응, 나도 배운 표현이다. A glass of milk. 두 잔이면 two glasses of milk다. 난 비록 어릴 때부터 우유를 좋아하지 않았고 - 만약 좋아했다면 키가 180이 넘었을 테고 역사가 변했겠지 - 특히 따뜻한 우유는 설탕을 넣어준다고 해도 끝 맛이 비려 잘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공기와 우유를 비유한 이 느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으나, 그나마 가장 눈에 들어온 표현이었다.
날적이 대부분의 글들이 마우이와 이 집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래서 악플이 난무하는 국가 출신답게 혹시 그동안 악플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정교하게 오려냈나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있나 싶어서, 가제트 형사의 마음으로 페이지 by 페이지를 찬찬히 봤더니, 역시 뜯긴 자국은 없었다. 내가 예전에 가제트 형사를 닮았다는 말을 수차례 들어보긴 했지만, 이 집의 극찬 행렬에 대해선 더 이상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나와 와이프도 겨우 반나절 지냈는데 이 집에 반해버렸으니.
그런데 날적이의 절반은 필기체로 적혀 있다. 나 역시 중 1 때 필기체 전용 공책을 사서 남들보다 시원시원하게 쓰며 연습을 많이 했었다. 우리 때 허세 가득한 중 2들은 이승철의 ‘희야, 날 좀 바라봐. 너는 나를 좋아했잖아~’를 듣거나 장국영이 부른 영웅본색 주제가를 '헤이 왕 숀 쉐이 요 와 왕 노 쇼 완 뉘~' 발음 그대로 따라 부르며,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연습장에 필기체로 영어를 쓰곤 했다. 그때 멋들어지게 필기체로 쓴 허세 문장은 ‘I am going to read many books’ ‘Tomorrow is my birthday' 따위였다.
그렇게 배웠던 필기체인데 오래간만에 쌩으로 접하니 좀 당황되었다. 교과서의 필기체는 잘 읽었는데, 후려갈긴 라이브 생활 필기체는 정말 읽기 어려웠다. 그러다 필체가 딱 한국인으로 보이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제일 마지막 서명란에 보니 Kim, 역시 티가 났다. 영어가 내 수준이었다. 아무런 인사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문장을 시작해서 꽤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팩트와 정보만 나열하고, 문장도 3 형식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이를 보면 나름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던 공대생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나와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Mr. Kim, 반갑습니다.
날적이 글들 마지막에 'We already can’t wait for our next visit to Maui'라는 문장이 몇 번 반복되고 있었다. 직접 쓰는 글에도 Ctr+C, Ctr+V를 쓰는 게으른 사람들 같으니라고.
우린 늦은 아침을 먹고 콘도 수영장으로 갔다. 인터넷 상 사진보다는 실제 풀장이 작아 보였다. 하긴 우리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사진보다 실물이 다 못났으니 할 말은 없다. 이 곳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조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았다. 다들 일광욕을 하시거나, 일광욕을 하다가 진짜 주무시거나, 수영장에 몸만 담근 채 풀장 밖으로 책을 꺼내 읽고 계셨다.
나이 들어서도 여행 와서 독서를 하는 분들이 멋있기는 했지만, 저렇게 풀사이드를 장악하고 계시니 애들 데리고 놀기가 참 조심스러웠다. 18세 이하 금지 풀도 아니었는데 그분들에게 방해될까 봐 아이들에게 "수영장에서 너무 큰 소리 내지 마, 물 튀기지 마, 살살~"이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 좀 어이없긴 했다.
그러다 70은 확실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근처에서 책을 읽고 계신데,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크게 물을 튕겨서 – 수영장에서 물을 튕기는 걸로 죄스러워하다니 – 그 할머니의 책에 젖을 뻔했다. 한두 방울은 사실 튀었다. 내가 Sorry 했더니, 살짝 웃어주셨다. 우린 "I’m sorry"에 대한 대답은 기계적으로 “That’s OK”라 배웠는데, 미소가 훨씬 감정 전달이 잘 되는구나. 혹은 할머니가 영어를 모르시거나.
호기심이 생겨 그 할머니가 무슨 책을 읽고 계신지 살짝 봤더니 Michael Palmer의 'The five vial'이라는 책이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실제 의학박사인 유명 작가 Michael Palmer 씨가 쓴 의학 스릴러 물이었다. 저 연세에도 의학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스릴러 물을 읽으시다니, 다시 한번 물을 튕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계신 분들을 피해 놀고 싶었지만 그쪽은 물이 너무 깊었다. 풀장도 별로 크지 않은데 4분의 3은 지우의 긴 머리를 무스로 빳빳하게 세워도 끝이 잠길만한 깊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방 속에 수술용 메스를 가지고 계실 것 같은 의학 스릴러 할머니 근처에서 계속 놀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중동 물놀이를 한 시간 반 정도 하고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수영 후 점심은 수학 공식과 같다. 치킨과 맥주, 오징어와 땅콩, 피자와 콜라처럼 수영 후엔 무조건 라면이다. 잔뜩 준비해 간 햇반을 사람 수만큼 뜯었다. 햇반, 반찬, 라면 등 준비해 간 식량들이 줄어들수록 짐꾼으로서 너무 뿌듯했다. 지아가 라면을 잘 안 먹어 다시 반찬들을 꺼내 왔는데, 미역국, 장조림, 젓갈, 불고기, 김, 깻입, 동그랑땡 등등 별의별 음식들이 다 나온다. 도대체 캐리어 어느 칸에 저 많은 음식들이 실려있었단 말인가. 공항에서 마약탐지견이 우리 캐리어 냄새를 맡았으면, 본분을 잊고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 듯.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후엔 Hookipa beach로 갔다. 그곳을 첫 번째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마우이 여행의 꽃인 Haleakala 일출, Road to Hana를 갈 때, Hookipa Beach가 있는 Paia 지역을 지나간다. Paia는 앞으로 몇 번 더 가 볼 전략지라 사전 답사를 해보는 목적이 있었다. 또한 Hookipa Beach는 마우이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파도가 센 곳이라, 바다만 보면 뛰어들려고 하는 아이들도 그 세찬 파도를 보면 거기서 수영하자고 조르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엔 거북이를 꼭 봐야 한다.
지난번 오하우에서는 거북이를 보러 North shore 바다에 두 번이나 갔다가 실패했다. 운 좋으면 거북이를 볼 수 있다는 하나우마베이에도 해파리 때문에 두 번이나 돌아온 것까지 포함하면 총 네 번의 실패를 맛본 터라, 거북이와의 악연은 이제 털어내야 했다.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아이들에게 거북이를 보여줘야 한다.
다시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했다. #turtle #maui로 뜨는 거북이 사진에 해시태그가 가장 많이 달려있는 곳이 Hookipa beach였다. 숙소에서 30분 거리라 수영으로 피곤한 아이들이 차에서 쪽잠을 자기도 적당한 거리다. 자, 출발하자. 기다려라, 거북아.
어젠 밤에 이동하느라 보지 못했던, 마우이 허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MokuleleHwy 주변 경관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서쪽으론 웨스트 마우이 산맥이 펼쳐져 있고, 동쪽으론 할레아칼라 산이 구름들을 거느리고 웅장하게 서 있다. 드라이브 길 주위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과거 사탕수수 밭이었다가 지금은 버려져 있는 듯한 건조한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지아가 쉬! 를 외치더라도 언제든 차를 갓길에 세우고 편안하게 볼일을 보며,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손까지 흔들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다.
Paia 지역으로 올라가는 동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지난번 하와이 여행에선 비를 맞은 기억이 없어서 이러다 말겠다 싶었지만, 불행히도 이 비는 이번 여행 내내 우리를 괴롭혔다. 다행히 Hookipa Beach에 도착했을 땐 비구름이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Hookipa Beach는 표지판이 없고 입구가 애매해서 찾기 쉽지 않았지만, 이럴 땐 다른 차를 믿으면 된다. 앞 차량들 행렬을 따라갔더니 그곳에 주차장이 있었다. 정말 별 특징 없는 한적한 바닷가였다. 주변에 횟집이나 모텔만 있었으면 부산 외곽의 일광이나 기장 바닷가에 온 기분이었다.
곤히 자고 있던 애들을 차에서 조금 더 자게 내버려 두고, 내가 먼저 내려가서 상황을 살폈다. 조리 슬리퍼를 신고 모래사장을 걸으니, 발을 내딛을 때마다 조리 뒷부분이 모래를 힘차게 차올려, 모래가 머리 부근까지 힘차게 튀어 올랐다. 비 온 뒤 모래가 온몸을 찰싹찰싹 때리니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특히 옷이 지저분해지는 것에 민감한 지우 지아는 분명 싫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리 슬리퍼를 벗어 들고 사람들이 조금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앗. 멀리서 거북이로 보이는 검은 물체 하나가 포착되었다. 드디어, 마침내, Finally, at last, in the end, 오늘에서야 거북이를 보게 되는 건가. 그래도 확신은 금물이다. 지난번에도 거북이인 줄 알고 지우와 뛰어갔다가 뭉툭한 바위 덩어리만 보고 실망하며 돌아선 적이 있었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더 속도를 내서 뛰어갔는데, 그 물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거북이 맞구나.
정말 큰 바다거북이였다. 두꺼운 앞 발을 보니 확실히 조오련보다 수영을 잘해 보였다. 너무 기뻤다. 드디어 우리 가족을 위해 와 줬구나. 나도 감사의 윙크를 한 번 날려주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늘어져 있는 이 거북이보다 저 쪽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 있었다. 저기도 한 마리 나왔나 싶어서 가봤더니, 헉! 거북이 20여 마리가 떼 지어 누워있다. 이것들이 너무 처절하게 누워 있어서 마치 대지진의 전조로 뭍으로 올라왔다가 떼죽음 당한 것처럼 흉측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두 마리만 있었으면 훨씬 좋았으련만, 너무 많은 거북이 떼는 몰입을 방해하고 감흥을 떨어뜨렸다.
그래도 거북이가 없는 것보단 백 배 낫다. 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다시 차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깨웠다. 자고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짜증 한 번씩 부려주는 아이들도, “거북이, 거북이, 저기 밑에 거북이 있어. 거북이 보러 가자”라고 깨웠더니 눈을 번쩍 뜨고 빛의 속도로 안전벨트를 푼다.
거북이 주위론 접근하지 말라는 선이 그어져 있다. 거북이가 움직이면 이 선도 움직이는 건가? 이것만 하는 공익근무요원 같은 사람이 따로 있나 보다. 해변에 Lifeguard도 보이던데 그들의 업무가 거북이 관리까지 일 수도 있겠다. 거북이 Life도 Guard 해야 하니까.
우린 거북이 근처에 해변용 의자를 두 개 깔고 앉았다. 거북이는 생각보다 아이들의 주목을 오래 끌진 못했다. 눈도 껌뻑거리지 않고 누워만 있으니, 거북이 박제를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관심을 바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Hookipa Beach는 바위와 산호가 많아서 나름 스노클링 하기는 좋을 것 같았다. 운 좋으면 저기 박제처럼 누워있는 거북이들이 모래사장으로 출퇴근하는 동안 물에서 마주칠 수 있지도 않겠는가. 다만 파도가 너무 강해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설픈 어른들도 호기롭게 들어갈 바다는 아니었다. 바다에선 나 역시 어설픈 어른에 속하는지라, 아이들과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서만 찰랑거리고 놀았다.
해가 떨어지고 거북이들과 작별인사를 한 다음, 우린 넉넉하게 사놓은 생수로 옷과 다리에 묻은 모래를 다 씻겨내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바다를 빠져나오려는데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저 거센 파도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누군가가 사고를 당했나 보다. 누군가가 누워있고, 주위 사람들이 주변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가벼운 사고거나 아니면 아예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인 듯했다. 하와이 관련 인스타그램에는 멋진 서핑 사진들만 넘쳐나는데, 이런 앰뷸런스 사진도 중간중간 넣어서 서퍼들의 판타지에 초를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 이미 갈 곳은 정해 놓았다. Hookipa Beach에서 3분 거리에 있는 mama’s fish house였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마우이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가 있다는 대목에서, 또 한 번 완벽한 동선 계획에 대한 가족들의 찬사를 받았다. Mama’s fish house는 YELP에서도 가장 평점이 높은 곳이며, 우리가 Maui에 묶을 동안 가 볼 가장 비싼 레스토랑일 것이다. 사전 준비의 승리다. 하지만 주차를 맡기려고 하니, unfortunately 예약을 안 했으면 자리가 없단다. 아, 여긴 예약을 해야 들어가는 곳이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이 불금이었다. 그래, 사전 준비가 완벽할 순 없지.
PAIA 지역에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집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들의 요청으로, 지난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남겼던 Whole Foods Market에서 장을 봐서 집에서 먹기로 했다. 우린 그곳에서 과일, 빵, 저녁 먹거리를 샀다. 역시 진열된 음식들의 라인업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화장실이 너무 멀리 있었는데 “아빠 쉬!” 시간차 공격을 한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갔다 오느라, 장을 보는 즐거움을 누리진 못했다. 많이 사지 않았는데 70불이 훌쩍 넘게 나왔다. 역시 이 곳은 다 좋은데 너무 비싸다. 여행마다 한 번씩만 가자.
마우이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내일은 더 재미있는 하루가 기대된다.
Good-bye 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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