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5 화요일
Hana로 가는 날.
아침 8시 30분에 눈을 떴다. 전날도 역시 잠을 설쳤다. 설상가상으로 아침에 보니 목도 잠겼다. 고난도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인데 아침 컨디션이 꽝이었다. 정신 차리자. 안전하면서도 느낌표 팡팡 터지는 하루를 위하여, 내 안의 비상발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술 취했을 때 말고는 대략 비상발전으로 인한 심신의 각성 효과는 괜찮은 편이다.
오늘 아침은 처음으로 엄마표 집밥 조식 뷔페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주는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달려간 곳은? 그렇다. 또 시나몬 가게였다. 이 가족 참 끈질기다. 삼세번 도전하는 시나몬 가게에서 달달한 브런치를 즐기기로 하고, 점심 도시락과 간식들만 챙겨서 집을 나섰다.
두둥. 드디어 시나몬 가게에 문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단 말인가. 가게에 들어가서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하시는 집이었다. 할아버지가 안쪽 주방에서 브런치 음식들을 만드시고, 할머니는 카운터를 보시며 시나몬을 담당하셨다. 두 분은 아주 느리게 움직이시는 듯하면서도 효율적인 동선과 인간문화재급 스킬로 긴 손님 행렬을 능숙하게 처리해 나가셨다.
노부부께서 아르바이트생도 쓰지 않고 직접 가게를 꾸려가시다 보니, 낮 두시까지만 운영하시나 보다. 이 분들은 돈도 많이 버셨겠지. 오후엔 바다가 보이는 저택에서 온 몸에 밴 시나몬 냄새를 핑거푸드 삼아 에스프레소 한 잔씩 마시며 여유를 즐기실 것 같았다. 순간 부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노부부라 해두자. 그게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우린 시나몬 두 개에 베이글 샌드위치를 하나를 주문했다. 세 번이나 시도한 보람이 있었다. 시나몬은 비주얼 깡패였다. 윤기가 좔좔 흐르고 자태가 너무 고와 먹기 미안할 정도였다. 내가 감상만 하고 있으니, 뇌에선 이건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포만감 신호를 보내지 않을 테니, 닥치고 빨리 먹으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
대망의 첫 포크질. "흠~ 흠~(speechless)~" 다른 말이 안 나왔다. 솜사탕처럼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누텔라나 크리스피도넛 따위는 개나 줘 버려야 할 것 같은 달달함의 끝판왕이었다. 시나몬을 먹은 후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입 안에서 바닐라 라떼로 변해버렸다. 이 정도면 식사나 간식이라기 보단, 향정신성 음식으로 봐야 한다. 이걸 먹다가 정신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쉽게 두 번째 포크가 가질 않았다. 인간적으로 너무 달았다. 뇌에서 달다고 느낄 수 있는 역치를 넘어간 맛이었다. 와이프와 꾸역꾸역 반 개 정도 먹고 나니, 설탕 냄새에 오바이트가 나올 것 같았다. 의욕적으로 두 개나 샀는데, 남은 한 개 반은 음식이라기 보단 도전과제로 보였다. 입안이 끈적한 시럽으로 붙어 버릴 것 같아 아메리카노로 가글을 하며 시나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잠시 바라보니, 대부분이 고도비만 사람들이었다. 아, 이거 향정신성 위험 음식 맞구나. 남은 한 개는 차에 넣어도 냄새 때문에 멀미가 날 것 같아 과감히 버렸다.
그렇게 니글니글 설탕 충만한 상태로 우린 Hana로 출발했다.
Road to Hana. 마우이 자체도 시골이지만, 마우이의 남동쪽 끝에 위치한 Hana라는 마을로 가는 길은 대자연의 원시 본연의 자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자연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아주 좁고 험한 일 차선 길만이 겨우 만들어져 있다 보니, 운전이 워낙 터프하고 왕복에만 하루가 소요되어 Hana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문명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untouched place로 남아 있어, 자연과 모험을 즐기는 여행객들에겐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다. 즉, 오늘 난 운전만 죽도로 하다가 돌아오는 코스일 듯하여 막판까지 가야 하나 고심을 했으나, 이 한 몸 바쳐 세 모녀에게 추억의 장소 하나 만들어주고 싶었다.
날씨는 화창했다. 마우이에 온 이후 최고의 날씨였다. 바람과 구름 때문에 망쳐버린 어제를 떠올리며, 일기예보에 맞춘 일정 조정의 연이은 성공을 파란 하늘을 보며 자축했다. 오늘의 날씨는 분명 Windy가 아닌 Mostly clear라고 했으니 저녁때까지 확실히 책임을 져주길.
Hana까지는 내비게이션의 예상대로 총 3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PAIA 지역을 지나고 10분 후부터는 꼬불꼬불 길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뻑뻑한 핸들만 좌로 끝까지 우로 끝까지 돌려가며 2시간을 달렸다. 직선거리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무조건 급커브 일 차선 길이었고 일부 구간은 그 차선마저도 하나로 합쳐져서, 반대쪽에서 차가 지나가면 기다려야 했다. 힘 좋은 큰 차를 렌트한 의미가 없었다. 이곳에선 차라리 코너링과 핸들링이 좋은 차가 필요했다. 뱃속에선 시나몬도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노래도 부르며 기분 좋게 잘 견디던 뒷자리 아이들도, 출발 두 시간을 넘어가니 멀미를 호소했다.
그래서 우린 한 시간 정도를 남겨놓고 폭포 밑 조그만 공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뛰어드는 걸로 봐서 나름 유명한 폭포 중 하나인 듯했지만, 폭포 이름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은 이 곳에서 여행객들의 잔반을 먹고사는 듯한 고양이들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고, 와이프와 난 그런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밥과 장조림을 김에 싸서 입에 넣어주기 바빴다. 다음에 Hana를 다시 오게 될 때를 대비하여 이 곳을 '고양이 폭포'라 해두자.
이 곳엔 고양이 가족뿐만 아니라 몽구스도 보였다. 우린 몽구스를 처음 봐서 신기했는데, 사람들은 귀여운 고양이 가족에게만 관심을 줄 뿐, 몽구스는 존재감 없이 혼자 어슬렁거렸다. 몽구스는 뱀의 천적이라는데 마우이에는 뱀이 없다. 그래서 천적도 없는 동네에서 먹고살기 위해 여행객들에게 빵을 구걸하고 있는 몽구스가, 마치 영어 시간에 수학 공부를 하고, 수학 시간에 국어 공부를 하다가 국영수 모두 점수가 안 나오는 학생을 보는 것 같아 애처로워 보였다.
역시 배를 좀 불려 놓으면 아이들은 밝아진다. 다시 Hana로 출발했다. 정확하게 Hana 마을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고, Hana 근처에 두 개의 유명한 해변인 Black Sands Beach와 Red Sands Beach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상대적으로 Black Sands Beach가 더 유명하고 가까워, 운전을 싫어하는 내 성향상 그곳을 선택할 확률이 높았지만, 이번에도 파도로 결정했다. Red Sands Beach가 Kalepolpo Park Beach와 비슷하게 바위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파도가 더 잔잔해 보였다. 그래서 Black은 다음에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다시 찾는 것으로 하고, 이번 최종 목적지는 Red로 정했다.
다시 출발할 때, YMCA Camp가 떠올랐다. 인스타그램으로 #RoadtoHana로 검색하여 사진을 감상하던 중, 한 사진작가가 Maui에 대한 작품 사진을 많이 올려놓은 곳을 발견했는데, 그중 내 시선을 강탈해간 곳이 있었다. 주소가 나와있지 않아 구글 맵을 확인 해 보니 근처에 있는 YMCA Camp가 있어서 내비게이션에 그곳을 찍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되어 YMCA Camp만 떠오를 뿐, 그래서 어디를 가려고 했었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 나이 40 즈음이 되면 이게 정상이다. 견과류를 챙겨 먹어야겠다.
나중에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인스타그램에서 다시 찾은 그 사진에는 @keanae, Maui Island라는 태그가 붙어 있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Keanae Church였다. 나도 정확하게 그곳을 찾아서 동일한 풍경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미 경훈이에게 좋은 카메라도 빌려놓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인생 사진 한 번 찍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마지막 한 시간도 가는 길이 정말 터프했다. 본격적인 숲 속에 들어오니 Wifi와 내비게이션도 끊겼다. 그래, 문명의 흔적인 Wifi와 내비게이션이 되면 Road to Hana가 아니지. 뒤에선 지우가 계속 언제 도착하냐고 30초에 한 번씩 묻기 시작했고, 우리 모두는 과연 이 길이 끝이 날까 영혼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드디어 꼬불 길이 다림질을 하듯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여기가 Hana 마을이구나. 너무나 평화로운 동네였다. 이곳 사람들은 생필품과 식량을 사기 위해 마트라도 가려면 왕복 네 시간은 걸릴 이 꼬불 길을 다녀야 하는데, 어떻게 사나 싶었다. 트럭 타고 다니면서 한 달치를 사놓겠지.
Hana 마을부터 Wifi가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보니, 7분이었다. 계속해서 남은 시간을 묻던 지우에게 7분 소식을 알려주자 만세를 부른다. 그렇게 우린 아무런 안내 푯말도 없는 Red Sands Beach를 찾아갔다.
주차장도 따로 없었다. 정말 가고 싶었던 Travaasa Hotel의 뒷 문 쪽에 차 6~7대를 주차할 공간이 있었는데, 마침 차 한 대가 빠져서 그곳에 날름 주차를 했다. Travaasa Hotel은 지금껏 본 호텔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자연친화적이면서 럭셔리한 곳이었다. 호텔 사진을 보는 순간 무리를 해서라도 이 곳에서 하루 자고 가고 싶었으나, 후덜덜한 가격을 보고 우리 여행 컨셉과 맞지 않아서 눈만 호강하고 물러났던 곳이었다. 이번엔 후문 앞에 주차한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다음번엔 꼭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 여행엔 계속 뭔가를 빠뜨린다. 아이패드, 셀카봉, 운동화, 수영복에 이어, 이번에도 어이없게 선크림을 두고 왔다. 콘도에 선크림 세 개나 있는데 말이다. 세 시간 개고생 하며 왔기 때문에 이 곳에선 적어도 두어 시간은 놀아야 하는데 선크림이 없다니. 난 그냥 놀자고 했는데 와이프는 선크림 없는 해변은 상상할 수 없었나 보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 수영복 갈아 입히고 준비하는 동안, 와이프는 선크림을 사러 간다고 사라졌다.
Red Sands Beach로 걸어가는 길은 아주 험했다. 내가 짐까지 들고 애들 둘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와이프가 선크림 사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거의 30분 걸려 돌아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로 다 같이 갈걸.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들판에서 뛰어놀았다. 직접 보면 기절초풍할 엄청난 벌레들이 나올만한 숲이었는데,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잘 뛰어다니며 놀았다. 역시 모르는 게 약이다.
그러다 지우가 “아빠 응아!”를외쳤다. 아, 애매한 상황이다. 당연히 주위엔 화장실이 없다. 차엔 휴지도 없고 물티슈만 있었다. 그래서 일단 물티슈를 쥐어 주고 적당한 장소를 알려줬다. “저 나무 뒤!”
깔끔한 지우가 난색을 표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대자연 속에서 용감해진 것인지, 아니면 정말 급했는지, 지우는 밝은 표정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서 그 나무에게 동양의 비료 맛을 알려주었다. 지우는 응아를 하면서도, 정말 여기 응아를 해도 되는 거냐고 자꾸 물어서, 난 나무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고 감사의 마음으로 살짝 나뭇가지를 흔들더라고 대답해줬다. 더 이상 질문이 없는 걸로 봐서, 진짜 믿는 거 같았다.
와이프가 정말 크고 저렴해 보이는 선크림을 하나 사서 돌아왔고, 우린 Red Sands Beach로 10분 정도 하이킹을 했다. 이 코스가 그렇게 힘든 곳인지 모르고 우린 모두 조리 슬리퍼를 신고 갔었는데, 여긴 문명의 흔적이 없는 Hana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우리 네 식구는 4인 5각 경기를 하듯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하이킹을 해서 드디어 Red Sands Beach에 도착했다. 아,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이곳은 역대급 바다였다. 붉은 모래사장이 생각보단 거칠어 반드시 신발이 필요한 곳이었지만, 이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만큼은 세 시간의 운전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그저 사진으로 감동을 대신해본다.
난 흥분하여 바다부터 뛰어들려고 했는데 와이프의 한 마디가 뒤통수에 꽂혔다. “차에 애들 신발 있는데”
이 험한 하이킹 코스를 다시 돌아가려면 신발을 신겨야 했다. 그래, 미리 갔다 오자. 이번에는 아이들도 짐도 없으니 홀가분했다. 난 조리를 신고 타잔처럼 날아서 차에까지 다녀왔다. 아이들과 와이프의 운동화를 가져왔다. 물론 나의 운동화는 한국에 있다.
차에 있던 콜라도 하나 가지고 왔는데, 타잔처럼 뛰어 온걸 깜빡했다. 조리를 신어 이상한 템포로 뛰어오다 보니, 콜라 속 이산화탄소들이 잔뜩 화를 머금고 있다가 뚜껑을 따자 대폭발 했다. 지우가 눈이 동그래져서 뛰어왔다. 탄산음료가 폭발하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아직 우리 아이들이 보지 못한 세계가 많구나. 자주 콜라 흔들어서 따줘야겠다.
난 따뜻해진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또 흥분하여 옷을 입은 채 물에 뛰어들었다. 아,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놀았다. 그때부터 지우와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비록 이곳도 바람이 제법 불어 물 안은 어수선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바람은 가뿐했다. 지금까지 중엔 최고의 스노클링 환경이었다. 지우도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시작했지만 익숙해지니 제법 그럴듯하게 물질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바다에 대한 공포심이 좀 사라졌다. 며칠 후 하나우마베이를 가기 위한 최고의 사전 연습이었다.
물고기들도 제법 보였다. 액션캠으로 찍으면 한 화면에 화려한 무늬의 물고기들이 대여섯 마리씩은 잡혔다. 난 이 곳 Red Sands Beach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역대급 사진들이 줄줄이 나올 수 있을 만큼 주변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조금 놀았더니 벌써 오후 4시 30분이 지나고 있었고, 아이들이 추워하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세 시간이 날 압박하기 시작했고, 특히 여섯 시만 되면 해가 떨어지는데 고난도의 꼬불 길에 어둠까지 찾아오면 대책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쉽게 Red와 작별을 하고 일어섰다. 또 한 번의 하이킹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번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운동화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네 명의 타잔이 되어 가뿐하게 돌아왔다.
Road to Hana도 훌륭했지만, 차들이 별로 없어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운전할 수 있었던 Road from Hana길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와이프도 감탄사를 남발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혼자 창 밖을 보며 “SO BEAUTIFUL”을 반복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물론 콘도에 돌아와서 보니 건질 사진이 별로 없었다. 이건 누가 찍어도 그랬으리라. Hana의 큰 감동은 입체적인데 평면적인 사진으로 그 감동을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림 자체보다는 물감을 뿌리고 튀기고 쏟아붓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인 잭슨 폴락의 미술 작품처럼, Hana는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 느껴지는 나무, 폭포, 바다, 바람, 새소리 등 자연 그 자체를 직접 느껴야 한다. 인류의 위대함을 매일 느끼고 감동하고 극복하고 좌절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알고 보면 자연의 위대함이 더 크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준 하루였다. 비록 아이들에게는 멀미로 기억되겠지만, 우리에게 이 곳은 이름 그대로 HANA, 작은 천국이었다.
Road to Hana는 다 좋은데,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엔 너무 빡셌다. 다행히 돌아올 땐 아이들이 두 시간씩 차에서 잠들어 편하긴 했지만, 꼬불 길을 거쳐 고속도로로 나오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몰려왔다. 다음에 마우이를 다시 찾게 된다면, Hana는 무조건 1박 2일 일정으로 가야겠다. 그때 호텔은 무리해서라도 Travaasa Hotel로.
첫날 Costco에서 사놓은 등심이 아직 냉장고에 있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자마자 그릴에서 등심을 구워 먹으려 했는데, 고기가 다소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냉장실에서 5일, 너무 오래 있었나? 네이버에 물어보니 5일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해서 도전을 해볼까 했는데, 비닐을 벗기니 냄새가 역했다. 눈물을 머금고 역한 고기를 좋아하는 휴지통에게 등심을 양보했다.
대신 남은 반찬들을 총동원하여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아, 주어가 생략된 문장은 정치적으로 오해받기 쉽다. 남은 반찬들을 총동원하여 “와이프”가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역시 아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처음으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밥과 국과 반찬을 원샷했다.
이렇게 여섯 번째 날도 저문다. Hana까지 끝내니, 돌아갈 시간이 더 크게 다가오는 듯했다.
하와이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걸까.
Good-bye 6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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