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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Aug 24. 2016

젊고 건강한 '한국'만의 비결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무더운 날씨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아이치료를 쉴 순 없지요.

아내는 오늘도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으로 향합니다.

언어치료, 운동치료, 작업치료 ..

때론 힘들어 하는 아이를 다그쳐 가며 훈련아닌 훈련을 합니다.


오래 전,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습니다.

해당 방송에 참가자 중 한 명이 청각장애인이었기에 다시 찾아 보았드랬죠.


"5살 때부터 상대방의 입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연습을 했어요. 말하는 연습도 이때 같이 했어요.

'웨하스'과자를 반으로 쪼개 입천장에 붙이고 말하면서 혀가 웨하스에 안 닿게 계속 말하는 연습이요.

언어장애인은 일반인보다 말할 때 혀가 많이 올라가거든요.

그렇게 5살 때부터 10살 때까지 하루에 7~8시간씩 연습했어요. 못하면 엄마한테 엄청 맞았죠(웃음)"

- 인터뷰 기사 중 -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2030807585083451&type=1&outlink=1


방송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의 대화를 이해하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참고 동영상) http://www.lifestyler.co.kr/Content/View/5465


힘든 훈련을 거쳐 겨우 일상생활이 어느정도 가능해진 것이지요.

그러니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아이를 말하게 하는 과정은 상상 그 이상이지요.




우연히 영화 '말아톤'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과연 초원이가 원하는 것일까"

"죽을만큼 힘들게 뛰는게 초원이의 꿈일"


영화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지지요.

후반부, 초원이 엄마(김미숙 역)는 초원이(조승우 역)에게 그만 뛰라고 합니다. 엄마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달렸던 초원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초원이 잘하지? 달리는것 재미있지?"

대답을 강요하는 질문으로 장애아이를 키운 초원이 엄마는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어쩌면 그(초원이)의 뜀박질은,
그녀(엄마)가 지금의 고통스런 상황에서 뛰쳐나가고픈
'욕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말아톤'



둘째아이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가끔 있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공유하게 됩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얼마전 한국으로 귀국해 인공와우수술을 받은 아이와 그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에서 몇가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선천성 난청 진단을 스위스에서 이미 습니다.

한국이었으면 바로 수술을 권유 할테지요.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수술을 서두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가 놀라웠습니다.

스위스 사회는 장애를 가진 모습 그대로 이해 한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인공수술을 크게 권하지 않는 것이지요.


스위스 사회는
이미 청각장애인을 완벽히 수용할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이 가족은 개인사정으로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한국의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아이를 너무 늦게까지 방치했다며 부모를 나무랐다고 합니다.

가족의 특수한 상황은 무시한채, 부모에게 심한 말도 서슴치 않는 의사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합니다.

급하게 인공와우수술을 했지만, 그 시기가 늦어져 재활치료 또한 더디게 되고 있다며 가슴아파 했지요.



스위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흔히 알려진 복지선진국들의 사회 인식은 우리와 전혀 다른 것이지요.


이를 테면 이런 것입니다.

거동이 불편하여, 버스를 이용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리는 장애인이 있습니다.

그가 버스에 올라타면 한국과 스위스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한국에선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스위스는 온화한 미소로 도와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사회가 도와주려는 사람이 나타날 것입니다. 젊은이 한,두명이 탑승을 돕습니다. 정상인들과 비슷한 속도로 버스에 올라타게끔 말이죠. 바라보던 몇몇은 그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립니다. 바쁜 출퇴근시간의 따뜻한 이야기로 소개가 되죠. 저상버스 전면도입 촉구와 장애인 단체장의 인터뷰까지 더해지면 뉴스도 한자락 나올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스위스는?

스위스에서는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면 크게 바뀌는 것이 없습니다. 급히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가 올라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기다릴뿐입니다. 출퇴근시간이더라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기다립니다.

만약 그가 할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때는 주변에서 도움을 주겠지요.


바쁜 출근 시간, 버스를 세워둔채 기사분이 내렸다.
저 멀리부터 오는 시각장애인의 길을 알려주는것이다.
놀라운 것은 버스안의 비장애인들이다. 누구하나 불평도 지나친 관심도 없다.
모두 당연하다는 듯 기다릴뿐이다.
버스는 10여분이 넘는 시간을 지체했지만, 누구하나 의아해 하는 이가 없다.

- '느리게 가는 버스'. 성우제


장애인에 대한 캐네디언들의 인식에 놀란 이 책의 필자는, 캐나다로 이민을 하게 됩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와 전혀 다른 복지선진국가의 모습에 감탄하며 쓴 글입니다.


http://book.naver.com/bookdb/review.nhn?bid=2620569




사실, 어디가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무조건 북유럽과 캐나다같은 사회가 우리의 롤모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와 같은 사회적 인식을 갖추기까지는 오랜세월과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지요.


디자이너 선발대회의 참가자 '강성도'씨는 학창시절 '왕따'였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님은 그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지독하게 훈련을 시켰을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왕따'가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영화 '말아톤'의 '초원엄마'는 해답없는 장애인 기관교육을 거부했습니다.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고 직업학교로 보내 취업률만 관리하는 한국의 장애인 교육을 말이죠.

그래서 자폐를 갖고 있는 초원이를 지독히도 운동장으로 달리게 했습니다.

그가 마라톤을 통해서라도 정상인들과 소통할 수 있길 바랬던 것이지요.  



스위스에서 돌아온 가족분들 이야기는, 너무 다른 두 나라의 현실을 잘 말해줍니다.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스위스.

그것은, 개개인의 장애 환경에 맞게 주어지는 학업/직업 교육.

부족함 없이 지급되는 장애연금과 전면 무상의료, 복지 혜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약자에 불과하죠.

빠르게 움직이는 속도에 조금이라도 맞춰 뛸 수 있어야 합니다.


최대한 정상인과 비슷하게 말해야 하고,
최대한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높은 빌딩 말고도 놀래는 것이 있다 합니다.

'거리엔 온통 젊고 날씬하고 멋진 이들이다. 늙고 뚱뚱하고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지나치게 없다. 젊고 건강한 한국만의 비결이 무언인가?'

등록장애인 수 250만명, 추정 인원까지 약 400만명(14년기준).

인구의 약 8%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다 어디에 있을까요. 


그들을 집과 시설에 묶어 두는건,
느리고 불편한 모습 한번에도 눈총을 보내는
우리의 시선이 아닐까요



장애아동의 부모로서 장애인으로 특정하여 이야기 했습니다만,

사실, '나와 다른' 모습에 관대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그림자 입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

모두가 알지만 막상 지키지는 못하고 있지 않나요.



끝으로 오래된 글이지만, 한국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한 글이 있어 담아봅니다.

http://kh99.kll.co.kr/gen/main_0602.html?kkk=6&sss=1&sl=1&id=kh99&no=3151&sno=3477&n=45





-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의 육아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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