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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Sep 25. 2016

아픔을 위로하는 방법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둘째 아이의 수술에 앞서, 많은 검사들이 필요합니다.

때론 며칠 입원해서 검사를 진행하기도 하지요.

여럿이 함께 쓰는 병실에 있다보면 다양한 가족들을 보게 됩니다.


심각한 상황에도 담담히 맞서가는 가족.

간단한 수술에도 두려움 가득한 부모.

길어진 입원기간을 활기차게 이겨내는 엄마.

짜증섞인 말투로 아이를 혼내키는 엄마.



이때 문득,

나도 모르게,

작은 수술에 눈물짓는 가족을 가벼이 보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 아이가 큰수술을 앞두고 있단 이유로,

'겨우 그정도 가지고..'

혼자 생각하며 말이죠.





결혼을 두어달 남겨둔 어느 날.

익숙치 않은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급히 내려간 대전의 한 장례식장,


익숙한 친구의 영정사진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초,중,고를 함께 마치고 녀석과 같이 서울로 올랐죠.  

학교는 달랐지만 타지에서 마음 붙일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입대 날, 훈련소 앞까지 따라와

부모님보다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며

"금방 따라 갈께, 먼저 들어가 있어라"

격려해주던 녀석.


친구의 방에 놀러가 밤새 놀던 날.

잠들기 전, 불을 끄면서 저는 부탁했었죠.

"니가 내 결혼식 사회 좀 봐라, 너만큼 나를 잘아는 사람이 또 있겠냐"

"나 버벅거리고 실수할지도 모르는데?"

"그럼 또 어때, 그럴수도 있지~"


나의 친구 중, 가장 착한 녀석.

어려운 집안에 장남이라 하고싶던 공부도 접고,

취업해 동생 공부시키던 녀석.

그 녀석은 그렇게,

그날 밤 뺑소니 사고와 함께 나의 곁을 떠났습니다.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렇게 글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담담해졌지만,

여전히 휴대폰 속 친구의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상황에 다른 사연을 가지고 말이죠.


내 아이가 더 아파서,

그 친구가 더 친해서,

내가 더 힘들고, 더 아프다고 말하는건 무의미합니다.



큰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된 반응이 있습니다.

'겨우 그정도 가지고..'

그건 마치, 

자기가 나온 군대가 가장 빡세고 힘들었다,

내가 지나온 길이 가장 거칠고 오래 걸렸다, 

말하는 것과 같지요.


결국 이런 생각이
'나는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 로
시작되는 생각들을 만들어냅니다. 



요즘 주변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 하는 곳이 많습니다.

쫒기듯 지쳐있는 젊은이들과

'젊은것들' 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년층의 갈등이 대표적이지요.


누구나 경험을 통해 '감정의 잣대'를 갖게 됩니다.

그건 각자 키와 몸무게가 다르듯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크기는 경험에 따라 변해가겠지요.


문제는 상대방도 나의 잣대에 두고 비교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나땐 더 힘들었어"

"적어도 요샌 밥은 먹잖아?"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뭐가 힘들다는거야!" 라는 접근.

자기 얘기를 혼자 떠들고는,

대화를 했다며, 소통을 나눴다고 말하곤 합니다.


나의 경험이 더 많고 

나의 잣대가 더 크니까

여기에 맞추라고 한다면,

그것은 공감, 소통이 아닙니다.


결국,
'이해한다' 라는 것은, 
상대를 있는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소통한다' 라는 것은,
스스로 느끼고 행동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아파하는 상대를 본다면

가만히 들어주고, 

그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조금만 공간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그때야 우린 비로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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