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길들이기
'이제 AI가 대신 항공권을 찾아줍니다'라는 페벗 님의 새로운 구글 기능 소개 글을 보자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구글은 물론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보여준 데모 때문에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죠.
딱히 해당 서비스가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제 관심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궁극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혁명>을 발행한 지 3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그 징후로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페벗 님이 소개한 기능을 찾아보는 대신에 제가 쓰는 앱에서 비슷한 기능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에 이런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죠.
AI is Everywhere!
퍼플렉시티를 주로 쓰다 보니 Comet을 설치했는데, 신기하기는 하지만 딱히 특별한 쓸모는 없어서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그즈음 지인들이 오픈AI의 막강한 기능을 설명하는데, Comet에서 본 기능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서 정리된 말이죠. 빅테크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보니 도처에 인공지능이 살고(혹은 도사리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찾아갈 필요 없이 근처에서 찾아보자고 마음먹었죠.
마침 가족을 만나러 가는 비행기 안이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 디폴트 브라우저인 사파리에서 제가 탄 비행기 편명을 입력했습니다. 그랬더니 딱 편명 입력 만으로 제가 원하는 정보(지연이 있나? 없나?)를 찾아 보여주었습니다. 크롬은 어떻게 하나 보았는데, 사파리보다 엔터를 한번 더 치는 수준에서 비슷한 정보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은 사용자의 습관이나 라스트 마일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첨단 기술 전쟁과는 한 다리 건너는 문제요.
이틀 정도가 흐른 후에 그 유명한 나노 바나나의 업그레이드로 페북이 나노 바나나가 생성한 이미지로 도배되었습니다. 그런데 올봄에 불었던 '지브리 효과' 때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1] '학습 효과가 있어서'일까요? 페북에서 스크롤 몇 번 안에 연이어 나오는 생성'된' 이미지를 보다가 페북이 추천으로 보여준 이미지가 그 상황을 풍자하는 듯해서 함께 올려 봅니다.
인공지능 연구자가 아닌 저는 굳이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충동에 이끌려 인공지능 서비스를 테스트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찍은 아들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보는데 옆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좋아하는 '파란색 해치'를 앉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쓰는 세 개의 서비스에게 요청했더니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생성했습니다.(혹은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다소 진지 버전으로 다룰 소소한 생각 하나를 다루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마침 지난주에 개발자 행사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올해는 발표자료를 만들 때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구글 노트북LM에게 시킨 후에 극히 일부만 손을 봤습니다. 반면에 실제 발표할 때는 Prezi로 와꾸(?)를 다 짠 후에 알맹이만 제가 넣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실험해 보려고 10년 넘게 안 쓰던 구글 닥스의 프레젠테이션 기능을 시도했습니다. 제 손으로 장표를 만들고 상징적 이미지가 필요할 때만 제미나이 쓰듯 채팅으로 이미지를 얻었는데, 이 방법도 괜찮다 여겨졌습니다.
아마 그런 경험 때문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페북에 올라온 인공지능 전문가 두 분의 같은 기능에 대한 다른 평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분은 구글 노트북LM의 상대적 완성도 향상에 방점이 있었고, 한 분은 고도화된 생성 능력의 한계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저에겐 둘 다 일리가 있는 합리적인 주장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저는 풍부한 표현 자체보다는 귀찮고 시간 걸리는 기능을 맡기는 편을 선호해서, 박찬성 님 요약이 제 선호와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1] 추측컨대 그때와는 분비되는 신경 화학 물질이 다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0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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