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 19화. 이상혁 님.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삼성블루윙즈 팬 커뮤니티 ‘수블미’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혁이라고 합니다. 수블미는 수원삼성 팬들이 클럽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저는 운영자로서 사이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갈등이 발생하면 조정하는 역할을 맡으며, 팬덤이 클럽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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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 삼성전자에 근무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이날 행사에 갔다가, 팬 사인회를 하던 선수들을 만난 것이 계기였어요.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보던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게 어린이로서는 큰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이 팀의 경기를 챙겨보며 응원했고, 혼자 천안에서 수원을 오가며 경기장을 다녔으니 벌써 28년 가까이 되었네요. 부모님께서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지원해주셔서, 수원삼성뿐만 아니라 월드컵도 직관하며 지금까지 좋은 취미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수원삼성의 팬덤이 우리나라 축구 서포터 문화를 선도해 온 것처럼, 온라인 커뮤니티도 가장 먼저 활성화되었어요. 한창 잘나가던 시기에는 그랑블루(프렌테 트리콜로의 전신) 커뮤니티 회원이 5만 명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트가 사라진 후 이렇다 할 커뮤니티가 없던 시기에 한 팬분께서 수블미를 만들어 운영하셨습니다. 저는 수블미의 한 이용자로서 사이트 디자인 개편을 위해 전임 운영자님과 연락을 하게 되었고, 운영자님께서 사이트 이용자들과의 의견 충돌로 운영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쌓인 데이터와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비용을 지불하고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익명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사회 통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선수가 팬들이 싫어할 만한 말을 했다고 메시지를 조작해 게시물을 올리는 분도 있었고, 구단 프런트나 코치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분도 있었습니다. 특정 장면이나 선수에 대한 의견 차이로 충돌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문제를 조정하거나 법적으로 시비가 가려질 때 운영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토론은 좋지만,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축구 클럽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팬덤이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연말에 열리는 자선 경매 행사를 비롯해, 지금 진행 중인 사이트 개편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커뮤니티를 이용하게 하여, 발생한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 전술이나 선수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운영자라는 입장에서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수블미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토론의 장이기 때문에, 운영자가 특정 의견을 표현하면 ‘수블미의 공식 입장’처럼 인식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의 의견에 공감 버튼을 누르는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원삼성의 홈인 빅버드에서는 경기 시작 전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 우리가 가야 길이 된다’라는 문구가 울려 퍼집니다. 수원삼성블루윙즈의 팬덤은 대한민국 축구문화를 이끌어왔습니다.
2023년 말 팀이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는 와중에도 팬들과 함께 시작한 <우리의 사랑, 우리의 수원> 자선 경매 행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 팬 주도 자선 행사였습니다. 첫해에는 수원시 관내 특수학교에, 둘째 해에는 재일교포 축구선수들에게 기부했는데,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최근 사이트 개편 작업으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고, 접속자 수도 줄어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처럼 팬들이 언제든 우리 팀의 역사를 조회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더 이상적인 커뮤니티로 도약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기에, 귀찮음이나 비용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느낍니다.
단순히 의견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수원이라는 지역과 수원삼성이라는 클럽, K리그와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누구나 열람하고 써내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커뮤니티의 수익도 늘어나고, 해외 클럽들처럼 팬들이 일정 부분 구단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로도 나아갈 수 있겠지요. 지금은 요원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반대 의견은 별로 없었지만, ‘왜 사서 고생하냐’는 이야기는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이 일을 통해 얻는 것이 많기 때문에 고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사이트를 통해 홍보하시는 자영업자분들이나 커뮤니티 이용자분들이 감사 인사를 전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 초 자선 경매 수익금을 기부하기 위해 도쿄에서 열린 재일교포 청소년 축구 캠프에 갔는데, 그 자리에서 K리그 타팀의 일본인 선수나 재일교포 코치님들이 ‘역시 수원 팬’이라고 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한 저의 팀입니다. 저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어요. 어릴 땐 매주 이기던 팀이 어느 날 비기기만 해도 절망했지만, 수원은 늘 저에게 이기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가르쳐준 팀입니다. 저를 조금 더 어른스럽게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팀이 더 높은 무대에서 아시아와 세계의 클럽들과 겨루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 여정에 제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설 생각입니다.
회사원으로서, 작가로서, 아들의 아빠로서 각각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수블미 운영자로서는 이 사이트를 더 체계화하고 많은 이용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유지보수 업체를 수원 팬이 운영하는 회사로 바꿨고, 최근 개편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 중입니다.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수원에 연고를 둔 회사들과 서포터 그룹, 구단과의 협력도 이어가고 싶습니다.
DIVE IN은 평소에도 즐겨보던 콘텐츠인데,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DIVE IN의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축구와 관련된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우리 사회와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말씀드린 것들이 허풍이 되지 않도록, 수블미도 건전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축구 팬 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수원 팬이 있다면 수블미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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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중학생 때부터 축구 기사를 쓰셨다고요?" - 류호진 님.
✍️ 2화: 아마추어 축구에 진심인 사람 - 박진형 님.
✍️ 3화: "유망하고 어린 선수들을 돕고 싶어요." - 양동인 님.
✍️ 4화. "대한민국의 여자 축구를 더 알리고 싶어요!" - 이윤성 님.
✍️ 5화. "전국의 축구장을 모두 가보고 축구 책까지 쓴 사람" - 장지원 님.
✍️ 6화. "비선출 축덕이 유에파 라이선스를 따기까지." - 홍상준 님.
✍️ 7화. "한국에서도 무리뉴가 나올 수 있을까?" - 박수용 님.
✍️ 8화. "축구가 좋아 영국에서 심판 자격증을 딴 도전기." - 김기용 님.
✍️ 9화. "비선출에 스포츠 전공도 아니지만 축구판 뛰어든 이야기." - 노형탁 님.
✍️ 10화. "축구 공부를 하기 위해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난 도전기." - 장영훈 님.
✍️ 11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모든 국가의 축구 직관을 꿈꾸며." - 창박골 님.
✍️ 12화. "고등학교 때부터 지켜온 최고의 코치가 되겠다는 꿈." - 김주표 님.
✍️ 13화. "간절하게 노력하면서 꾸는 언젠간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 - 김유리 님.
✍️ 14화. "축구를 사랑한 덕후가 J리그 팀의 프론트가 되기까지." - 박주원 님.
✍️ 15화. "언젠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관이 되고 싶어요." - 고민정 님.
✍️ 16화. "축구 선수 은퇴 후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 황헌주 님.
✍️ 17화. "잉글랜드 3부 리그 팀의 코치로 일하기까지." - 김태웅 님.
✍️ 18화. "언젠간 대한민국 축구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 김성준 님.
✅ DIVE IN은 축구에 뜻과 꿈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영감과 용기를 얻고 축구판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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