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대했던게 기대 이상 좋았을 때의 행복, 기대 안했던 의외의 행복이 이어졌다. 좋네.
<스페인 2일차>몬세라트, 치유의 성모님부터 바르사까지
<스페인 3일차> 가우디는 외계인일거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7일차>코르도바,이슬람과 가톨릭의 기묘한 동거
<스페인 8일차> 말라가, 지중해와 태양을 피카소 마냥
<스페인 9일차>마침내 세비야, 화려한 과거를 마주하다
생선은 생선그릇에. 샐러드는 채소그릇에, 수박은 저 수박접시에. 가지, 토마토.. 전용 그릇이 예쁘다. 그릇 둘 찬장도 부족하니 역시 모든 물욕의 끝은 공간인가? 스페인 포르투갈 동네 그릇은 다 멋진데 이 접시들은 포르투 케이블카 티켓을 파는 상점에서 발견. 케이블카 풍경이야 또 멋진데 멀리서 보면 근사하고 가까이 보면 지붕에 구멍 난 빈집이다. 포르투 더 궁금해진다.
중국 러시아 다 난리던데…. 난 일단 포르투 여행자에 충실하련다. 맘 편히 고국을 비울 자유란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가게들. 대구 튀김 팔면서 오르간 연주까지 하는 집이나.. 포르투 명물 정어리, 전갱이 고등어, 도미.. 생선 통조림 가게. 너무 예뻤다. 한글 브로셔도 있다.
온 동네가 와이너리 시음 기회 널렸는데.. 나는 애써 참았고, 남편은 그 정도 관심은 아니더라. 아까비. 뭐 대리만족 가능한 종류는 아니지
서점 언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서점에 왔다.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 쓸 때 영감을 받았다더니, 역시 매혹적이다. 포르투 #렐루서점 #Livraria_Lello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첫째, 이미 서점보다는 관광명소. 5유로 입장권을 온라인 구매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줄도 길게 서야한다. 나도 그랬지만 사진찍느라 다들 정신없다.
둘째, 실제 아름답다. 서점을 사들였던 렐루 형제가 1906년 새로 건물을 올렸다. 고딕 양식이다. 중앙 붉은 계단은 100년 세월에도 멋지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 햇살이 흘러들어오는 모습에 반했다.
셋째, 그래도 서점이다. 노벨상 수상작가, 후보작가, 받을만 했던 작가(Could haves) 코너에 아는 작가 나올 때마다 신났다. 버트란드 러셀, 윈스턴 처칠이 존 스타인백과 함께 수상작가 코너에 있다. 후보 코너엔 마거릿 애트우드, 치아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밀란 쿤데라, 무라카미 하루키, 살만 루시디가 쌓여있다. 수상할만 했으나 먼저 떠니신? 분들 리스트가 더 근사하다. C.S 루이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조지 오웰, 블라지미르 나보코프, 미하일 불가코프, 올더스 헉슬리, J.R.R 톨킨, 아가사 크리스티, 스테판 츠바이크, 마르셀 프루스트, 안톤 체홉, 니콜라이 고골, 샬롯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빅토르 위고, 알렉산드르 뒤마, 랄프 왈도 에머슨..하아.. 이 이름들을, 그 책들을 렐루에서 발견하는데 신났다. 소싯적 좋아했던 작가들을 여기서 만나니 반가웠다. 와아. 하루키 없으면 아시아 전멸인가 싶지만, 그들 세상이 너무 오랫동안 견고했겠지. 나도 어릴적 저들 책만 봤는걸. 문학은 K팝보다 오래 걸릴 모양이다.
무튼, 이 서점, 책을 한권이라도 사면 입장료 만큼 빼준다. 서점 맞다.
넷째, 포르투갈 부심. 주제 사라마구 방이 따로 있다. 노벨문학상 작가. 그의 인생 설명과 그의 사진들을 보는데, 뭐랄까. 노는 물이 저랬구나, 거장의 일상 사진들에 괜히 팬심.. 어린왕자 방은 넘나 예뻐서인지 생각보다 감동이 덜했는데, 사라마구 방은 포르투갈 서점의 존경, 애정이 전해지더라.
다섯째, 해리포터 코너. 와아...나 나오자마자 주문해서 탐독하던 팬이다. 시리즈 다 나올 때까지 신나서 기다렸다. 한번도 배신않고 시리즈를 끌고 가신 롤링 언니. 그게 언제적이더라, 잊고 있었다. 저 표지 하나하나 보는데 울컥했다. 꼬마들도 지나가며 눈을 떼지 못한다. 이 서점, 어린이책 코너엔 톰 소여, 앨리스, 오즈의 도로시, 피터팬이 있었지만 이렇게 서가 한쪽을 다 내준건 해리 포터. 이 서점을 각별히 아꼈던 작가에 대한 헌정이라 또 감동이다. 물론 잘 팔리기도 하겠지만.
성덕, 렐루서점에 와본 나를 기념해 사진을 남겼다. 땡큐.
엊저녁 일몰 사진을 찍으며 아침에 다시 와보자고 했다. 사진은 빛과 구도라나. 빛이 달라진단다. 실제 그렇긴 했다. 어제보다 공기가 맑아 저녁 사진도 달라질거라 했다. 실제 그렇긴 했다. 그가 사진 좀 찍긴 하지. 요즘 낼름 받아쓰니 좋긴 하다. 내 인생샷도 계속 남겨주고 있다. 그의 출사 여행 느낌이 살짝 들지만 괜찮다. 그가 찍을 때 나도 옆에서 가끔 흉내 내서 찍는다. 포르투는 그냥 찍으면 다 그림. 빛이 달라질 때 찍으면 자부심 생긴다.
페친 추천에 따라 까사 다 뮤지카를 검색했다. 건물부터 장난 아니더라. 마침 오늘 카페 공연이 있다. 여기서부터 내가 막혔다. 잘 모르겠더라. 슬쩍 남편에게 던졌다.
우리가 한때 취재하던 사람들이다. 뭘 얘기하면 뭐든 정리된다. 그는 유튜브에서 연주자까지 확인하더니, 안 땡긴다고 했다. 까사 다 뮤지카는 좋은데 오늘 공연자가 별로라고. 그래? 그럼 파두를 좀 더 찾아볼래? 그는 찾았다. 참 잘했어요.
A Casa do Fado, 작은 동굴 같은 와이너리 지하실? 에서 파두 공연을 만났다. 50명 남짓 앉을 작은 공간에서 여자는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소리가 깊게 울린다. 기타를 닮은 기타라 포르투게사? 12줄 기타를 치던 연주자는 놀라웠다. 공연 후 남편은 "어마어마한 연주자"라고 했다. 나야 막귀지만, 그렇구나. 포르투 와인 한 잔 포함해 인당 17유로. 분위기와 노래에 취해서 그만..세 모금 마셨다. 포르투 와인은 진하고 달고 독하다. 찌르르르하네. 이건 맛만 본거다. 맛만. 마신거 아님.
아침은 미트 패스트리? 보다 햄치즈 토스트의 승리. 밀크티를 주문하면 뜨거운 물과 우유 티팟을 넉넉하게 주신다ㅎ
점심은 케이블카 타고 내려간 가이아 동네 #Tempêro_D'Maria 에서 대구와 문어구이를 먹었다. 대구가 이렇게 맛난 생선이라는 걸 새삼 즐기고 있다. 문어는 크고 신선한데 잘 구웠으니 끝. 곁들인 시금치와 감자도 훌륭해서 신났다. 2유로 짜리 애피타이저 대구 fish cake 란 것도 궁금해서 주문. 겉바속촉, 안의 대구는 크림 같다.
저녁은 파두 공연장 주변을 급검색. 평점 좋은 A Grade 을 찾았다. 점심이나 저녁이나 "포르투 최고 맛집"이라는 한국인들 극찬 리뷰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주문받는 골목 안쪽 식당이 구글 아니었으면 어찌됐을랑가. 해물밥이 우리 입맛에 딱이다. 토마토 베이스에 새우와 조개 푹 끓였는데 밥이다. 포르투의 쌀쌀한 저녁에 뜨끈한 해물밥을 퍼먹는건 옳지. 포르투갈에선 생선구이라는 L온니 조언에 따라 점심 대구에 이어 저녁엔 seabass 구이. 레몬 듬뿍 뿌려 먹었다. 익숙한 물고기 맛이라 내일은 다른 생선구이를 시도해보리라.
#마냐여행 #포르투_2일차 #스페인_포르투_epi30
포르투 일정 내내 틈틈이 나를 행복하게 했던 에그타르트. 포르투 와인 한잔 같이 마시는 셋트도 있는데 그건 못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