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2일차>몬세라트, 치유의 성모님부터 바르사까지
<스페인 3일차> 가우디는 외계인일거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7일차>코르도바,이슬람과 가톨릭의 기묘한 동거
<스페인 8일차> 말라가, 지중해와 태양을 피카소 마냥
<스페인 9일차>마침내 세비야, 화려한 과거를 마주하다
포르투는 리모델링이 한창인 모양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도시를 앵글에 담다보면 타워 크레인이 보인다. 숙소 부근이라 아침저녁으로 지나가는 상벤투역 앞은 공사장. 조금 더 올라가면 그야말로 여기가 유럽이야, 포르투갈이야 하는 멋진 건물들이 온통 공사판인 현장을 마주했다. 그틈에 잘 안보이는 저 기마상은 분명 사연 있을것만 같더니, 동 페드로 1세 동상. 구시가지 최대 번화가라는데 공사중이다.
다니다보면 폐허처럼 버려진 빈집들이 눈에 띄었다. 저들도 다시 생명을 얻게 될까?
포르투갈은 작년 10월 에너지 가격이 27%, 식료품 가격은 19% 올랐다. 서민 구제를 위해 긴급 재정 2조원을 투입했다. 얼마전 포르투갈 총리의 방한을 기념해 전경련은 스페인, 포르투갈이 "과감한 노동개혁(이라고 쓰고 뭐라 읽을까)으로 경제회복"했다는 자료를 냈던 모양이다. 포르투갈은 2011년 IMF와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CB(유럽중앙은행) 등 트로이카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댓가로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했다. 에너지 기업은 민영화했다. 에너지가 공영이었다면 가격이 덜 올랐을지는 모르겠다. 나 문외한이다. 잠깐 검색했더니 정반대 뉴스들이 나와 난감했다. 입맛대로 팩트를 취사선택한 기사들만 있으면 다 봐도 판단은 미룰 수 밖에 없다.
포르투 도심의 맥도널드는 1.5만개 리뷰가 증명하듯 고풍스러웠다. 맥도널드 관광하며 맥모닝이라니. 그 앞 리베르다드 광장의 공사 때문에 괜한 말이 길어졌다.
#마냐여행 #포르투_3일차 #스페인_포르투_epi31
오며가며 스윽 봤으니 안봐도 될 것 같았는데, 포르투 3일째 대성당에 들렸다. 스페인에서 실컷 봤으니 회색빛 건축에 큰 감흥이 없었다. 세비야의 히랄다 탑은 1년에 동서남북 4면 중 한 면을 외벽청소 한다는데, 이 성당은 청소를 안하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역시.. 안을 보니 반전이다. 관광명소라고 하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다.
아름다운 탑에 감탄하며 시작했다. 나중에 보니 '수치심의 기둥'. 노예나 죄인들을 묶어놓았다고. 헐.. 대성당 앞에 하필..
12세기에 처음 지어져 17, 18세기 고딕과 바로크 양식이 더해졌다는 대성당. 작은 예배공간?에 마음이 이끌려 잠시 기도드렸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더라.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누가 뭐래도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근본은 몸이고 맘이다. 다른 모든 건 지나간다.
이 성당은 아줄레주 덕에 각별하다. 아줄레주(Azulejo)는 주석 유약을 사용한? 도자기 타일 작품이란다. 광택을 낸 돌맹이라는 아랍어에서 왔다고. 남미와 필리핀 등 옛 포르투갈과 스페인 식민지에도 이어진 전통이다.
포르투 상벤투 기차역에서 아줄레주 타일 벽화를 처음 봤다. 그림도 예뻤지만 왕과 귀족, 전쟁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 있어서 좋았다. 주요 유적은 다 왕들의 것이지만, 몇 백년 전에도 보통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던 포르투갈을 상상했다.
대성당의 아줄레주는 건물의 선과 어우러져 남다른 아우라를 뽐냈다. 걷고 있으면 마음이 팔랑팔랑. 살랑살랑..
그러다 대성당 본당? 이렇게나 화려하다고? 번쩍번쩍하다. 제국 포르투갈이 실감났다.
방마다 구경다니다 저 수도꼭지 어쩔.. 호사롭다. 그 시절 추기경의 망토도, 장식들도 다 화려하다. 당대 최고의 권력은 종교였다. 잊을뻔. 근데 권력자는 화려해도 된다는 인식은 언제 바뀌었을까? 수백, 수천만원을 몸에 두르고 다니며 부끄러워하지 않는 권력자를 오랜만에 보다보니.. 아. 또 삼천포.
체크아웃 후 대서양을 보고 떠나려던 계획은 가는 길에 비가 와서 포기했다. 타고가던 볼트 기사는 영어가 안됐는데 딥플 번역기 덕분에 소통. 목적지를 공항으로 바꿨다. 여행 13일째 드디어 비를 만난거니 운이 좋다.
친구 덕에 포르투가 강남구 크기에 용산구 인구란 걸 알게 됐다. 골목마다 짠 하고 나타난 명소에 재미있었다. 2박3일 아쉽다. 포르투 한달살기, 언젠가?
#마냐여행 #포르투_3일차 #스페인_포르투_epi32
공항에 오면 마음이 편안하다. 온갖 변수 없이 무사히 왔다는 안도감, 깨끗한 화장실이 가까이 있다는 안정감, 충전과 와이파이가 다 해결된다는 만족감. 비가 온 탓에 포르투 맛집들을 냅두고 공항에서 두끼를 해치운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그래도 오후 4시에 샌드위치와 샐러드 먹기를 잘했지. 딱 저녁 시간 비행인데 기내식 대신 과자 한봉지 받았다. 하기야 포르투-런던 비행시간 1시간50분. 유럽은 정말 자기들끼리 세상이다.
영국에서 한국은 여권 자동심사로 입국심사가 끝나는 국가. 포르투 투어버스 국기 표시에 태극기 없어서 아쉬웠는데 기분이 괜찮군. 런던 좋구만. 오이스터 교통카드를 사고 런던 지하철 튜브를 탔다. 반려견과 같이 타는 모습, 괜찮네. 오이스터 카드냐, 트래블카드냐, 어떻게 사는거냐, 깨알 정리해주신 강호의 여러 블로그 협객들에게 감사. 덕분에 쉽게 왔다.
런던 튜브에서 잠깐 삼천포로 빠져보면.. 포르투에서 전차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동루이스 다리는 사람과 전차가 같이 쓰는데 울타리도 벽도 없다. 전차 안올 때는 선로 위로 편히 걷는다. 관광객 많을 때는 꽤 붐비던데, 전차가 그냥 옆으로 지나간다. 속도는 느리지만 각자 알아서 잘 다닌다. 우리 지하철 차단벽을 생각하면 놀랍다. 우리 같으면 바로 옆에서 지나가니 너무 위험하다, 시민들이 불안해한다, 관광객들이 놀란다, 어쩌고 하면서 당장 대책 마련하라는 보도가 나오고, 뭔가 생겼을텐데.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명물 다리에 차단벽 설치는 상상도 못하겠지만 뭔가 다른 감수성이었다. 그리고 전차, 트램이 친환경이란 거. 세비야에선 아예 위에 철선 없는 전차가 조용히 움직였다. 도시의 교통도 인간 친화적으로 달라져야지.
무튼, 마침내 런던이다. 숙소가 가장 큰일이었다. 여행 준비하면서 스페인과 포르투 숙소를 고를 때는 기분이 좋았다. 에어비앤비와 부킹닷컴에서 사진만 봐도 설레고, 후기들도 착하고, 가격도 비교적 괜찮고. 반면 런던은 1박에 20만원 호텔 방조차 전용욕실이 없었다. 물론 내가 위치를 최우선 따지긴 했지만 이럴수가. 1박에 30만원 호텔에 창문이 없다고?! 런던 숙박비용은 사악했다. 게다가 1박 20~30만원 호텔 후기를 보면 온수가 안나온다, 물이 졸졸 나온다, 너무 비좁아 움직일 수가 없다, 냄새난다, 더럽다, 와..후기 이렇게 정직한 것도 처음 봤다. 한결같이 나빴다. 적당한 곳을 찾기 위해 나는 눈이 빠져라 후기들을 읽고, 런던 지하철 노선도와 구글맵을 열어놓고 주요 지점의 동선을 따졌다. 내 하소연에 남편은 5분도 안되어 숙소를 골랐다. 그는 돈으로 해결하자고 했다. 물론 비쌀수록 괜찮다. 하지만 런던에서 며칠인데... ㅠㅠ 기어이 나는 1박 19만원 숙소를 찾았다. 주택의 third floor(4층) 방. 1층에 공용 거실이 있고, 2, 3, 4층 각 1개 방이 있다. 전용욕실이지만 안쪽에 공용 세탁실이 붙어 있다. 마눌의 궁상을 마뜩찮아 하면서도 별말 않는 그의 눈치를 살살 보고 있었다. 과연 어떤 숙소일까?
방은 아담하지만 깔끔하다. 창문도 두개. 욕실도 깨끗하고 물 잘 나온다. 밤마다 숙소에서 차를 끓여 텀블러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공용주방이지만 지금까지 본 중 최고다. 가격 착해, 웨스트민스터 대성당까지 걸어서 18분 거리야, 코앞에 버스 정류장, 인근 지하철 노선도 괜찮고. 가장 걱정했던 숙소에 흡족하다. 그는 절대 이런걸로 내게 뭐라 안하는데 혼자 긴장했었나? 마음이 완전 편하다. 굿나잇
#마냐여행 #런던_1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