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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pr 23. 2023

<런던 2일차> 웨스트민스터홀 시위대의 축제, 오늘이?

<스페인 1일차> 남편의 쓸모, 남편의 재발견을 위해

<스페인 2일차>몬세라트, 치유의 성모님부터 바르사까지

<스페인 3일차> 가우디는 외계인일거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4일차>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스페인 5일차>알함브라,수학적으로 시적으로 아름답다

<스페인 6일차> 남친 놀이에 열중하는 남편과 론다

<스페인 7일차>코르도바,이슬람과 가톨릭의 기묘한 동거

<스페인 8일차> 말라가, 지중해와 태양을 피카소 마냥

<스페인 9일차>마침내 세비야, 화려한 과거를 마주하다

<스페인 10일차> 세비야, 도시 건축은 텍스트다

<스페인 11일차> <포르투 1일차> 행복하다고?

<포르투 2일차> 그의 출사 여행에 더해 나의 렐루

<포르투 3일차, 런던 1일차> 맘이 편해지는 이유들


영국 왕이 산다는 버킹엄 궁전은 마침 런던마라톤 전날 미니 마라톤으로 난리였다. 먼저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 것은 휠체어 마라톤. 맹렬하게 바퀴를 돌리는 선수를 향해 응원이 뜨거웠다.

스페인, 포르투를 다니면서 하루에도 여러번 휠체어 장애인을 만났다. 관광지와 평범한 도심, 뒷골목, 공항. 어디에나 있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서울에서 하루에 휠체어 장애인을 몇 명이나 봤을까? 우리 인구의 5%가 장애인이고, 그중 지체장애인이 절반에 육박한다는데 왜 보이지 않을까? 장애인 이동권, 접근권에 대해 무심한게 뭔지, 내 일상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간다는게 뭔지, 좀 다르게 보인다. 누구나 거리를 다닐 수 있을 권리, 그게 뭐라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런던 미니 마라톤이 더 시끄러운 이유는 아이들과 가족들 덕분인듯. 꼬마들도 달린다. 미니 마라톤은 마지막 3마일, 4.8km를 달린다는데. 얼마나 뛰는 건지 모르겠지만 초중고 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함께 뛴다. 개별 복장으로, 색깔 맞춘 팀 복장으로.

와. 우리도 애들 마라톤 하던가? 부모들이 시키겠어? 공부 시간 쪼개고 학원 가는 대신 달리라고?

달리는 아이들은 신났다. 예쁘네


버킹엄 궁, 왕도 시끄러운 관광지에서 사는건 쉽지 않겠다. 궁보다 인상적인 건, 궁 옆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놀란건, 오리가 예뻤다. 매끈하게 물을 가르더니 어라, 물밖으로 나온다. 부모 오리 발목엔 표식 고리. 아기 오라들은 아직 없다. 진격의 오리들, 건너편 풀밭을 누빈다. 누가 미운 오리 새끼라고, 오리를 무시했을까. 지나가다 백조도 봤지만 다르게 멋지다. 오리의 당당한 기품과 귀여움! 공원도 끝내줬지만 오리에 반했다.

#마냐여행 #런던_2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4


영국 의회가 있는 웨스트민스터홀 부근에서 시위대에 휩쓸렸다. 구호와 음악이 섞이고, 저마다 깃발이나 플래카드를 들고 나섰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구호는 Unite to survive! 오늘 뭐라고? 남편이 바로 검색했다. 지구의 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런던 시민들이 모였다. 축제 같다. 런던 여행자에게 이런 행운이.

War is Ecocide. 제노사이드에서 새 단어가 나왔구나. 탄소를 흡수하는 맹그로브 숲을 망치는 새우 양식장! 정부는 기후변화로 이글이글 익어가면서 “This is fine”이라 하고.


빨간 분장 시위대, 셸 반대 깃발 뒤의 펭귄 옷 남녀, 빅벤 사진은 이걸로 퉁치는, 기린 옷 아저씨, 암소 옷 아주머니, 동물모자 어린 친구들, 차를 마시며 대화 나누는 언니들… 시위가 재미있어 보인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우리도 그 재미 알았는데.

#마냐여행 #런던_2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5


런던 첫 인상은 숙소 부근 처칠가든 주택가의 고아한 집들. 근데 하룻밤 자보고 알았다. 대문 하나에 창문 두칸. 복층 집이라기 보다는 초인종이 각각 있는 작은 공간. 숙박비 비싼 이 동네 집값인들.

약간 사촌 집에 배아픈 것도 있을지 모른다. 널찍하고 깨끗한 거리, 세월에도 고고하게 멋진 도시다. 모퉁이 돌면 저건 뭔 유적이지? 궁금해진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부터 갔다. 유럽여행은 성당 순례나 다름없는데, 기도 비슷한 기원을 하다보면 믿음이 없는게 아쉬울 때가 있다. 가톨릭 국교인 나라들을 떠나 성공회 나라에 왔는데, 이 오래된 대성당에서, 가톨릭에 기대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들었다. 고요한 공기의 무게가 간단찮다. 이건 믿음의 영역보다 경건한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그런다.


런던 내셔널갤러리, 이런 작품들을 무료로 보게해줘서 감사하다. 나는 역시 고흐 해바라기. 10년 간 900점을 그리고도 단 한 점 팔았던 고흐의 태양, 희망은 대체..남편은 르느와르의 우산들에 감동하는 눈치다. 몰랐던 그림 두 점의 사연에 꽂힌건 오디오 가이드 덕분이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레르'. 트라팔가 해전에서 프랑스 스페인 연합군을 물리치고 영국의 시대를 열었던, 우리로 치면 거북선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선 퇴역한 테메레르 호를 새로운 기술의 상징인 증기선이 끌고 간다. 석양을 배경으로 저무는 과거의 영광. 영국의 화양연화. 쓸쓸함 앞에서 우린 뭘해야 하지?

폴 들라로슈의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은 그 비극적 삶을 처음 들었다. 왕권 다툼이 한창이던 16세기, 귀족의 딸로 태어난 제인 그레이는 부모와 신교 귀족의 탐욕에 등떠밀려 여왕이 됐다. 그러나 고작 9일 만에 구교인 메리 1세에 의해 밀려났다. 메리 여왕은 제인에게 관용을 베풀었다가 결국 처형을 결정했다. 제인은 17세였다. 눈이 가려진채 자신의 목이 잘릴 참수대를 찾지 못해 손을 뻗는 소녀. 권세란.


Roger van der Weyden 의 'The MAgdalen Reading'(1435).. 책 읽는 여자, 그 시절에..

이건 표정이 흥미롭다. Joseph Wright가 1768년에 그린 'An Experiment on a Bird in the Air Pump'. 진공 실험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악을 숨기지 못한다. 새 걱정도 있겠지만, 새로운 기술, 발견이란게 원래 겁나는 일인게지.


트라팔가 광장 옆 해군 식당? Admiralty​ 에서 피쉬앤칩스와 고기파이로 늦은 점심. 초대형 생선 튀김은 고소했고, 파이는 기대했던 맛. 토요일이라 그런지 오후 2시에 이 큰 펍에서 모두 맥주를 마시는 나라다. 나만 빼고.

저녁은 소호 거리 차이나타운 끝 Viet food​. 베트남 쌀국수와 분짜, 베이컨으로 말은 돼지갈비를 한쪽씩 먹었다. 10분 정도 줄선 보람 있었다.

그리고 뮤지컬 레미제라블... 하아... 숙박비 아낀걸 여기에 몰빵하길 잘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장발장, 자베르, 에포닌에겐 뭐였을까. 철없는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넘어가자.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인데 마냥 행복한 사람이 어찌 가능해.. 다들 머리 쥐어뜯으며 또 가는거지..

그림을 많이 본 날이라 그런지, 무대를 꽉 채운 배우들의 삼각형, X자 대형 등 완벽한 그림이 되는 모습에 감동. 빛과 안개와 공들인 셋트 등 무대에 또 감동. 그리고 장발장과 에포닌, 진짜 인간이 저렇게 노래를 하다니. 온몸이 함께 떨리고, 에포닌 사랑의 좌절에 울뻔 했다. Nathania Ong? 아아.. 보컬레슨 받고 싶어졌다.

#마냐여행 #런던_2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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