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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pr 24. 2023

<런던 3일차>사치갤러리, 빅토리아&알버트, 테이트모던

<스페인 1일차> 남편의 쓸모, 남편의 재발견을 위해

<스페인 2일차>몬세라트, 치유의 성모님부터 바르사까지

<스페인 3일차> 가우디는 외계인일거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4일차>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스페인 5일차>알함브라,수학적으로 시적으로 아름답다

<스페인 6일차> 남친 놀이에 열중하는 남편과 론다

<스페인 7일차>코르도바,이슬람과 가톨릭의 기묘한 동거

<스페인 8일차> 말라가, 지중해와 태양을 피카소 마냥

<스페인 9일차>마침내 세비야, 화려한 과거를 마주하다

<스페인 10일차> 세비야, 도시 건축은 텍스트다

<스페인 11일차> <포르투 1일차> 행복하다고?

<포르투 2일차> 그의 출사 여행에 더해 나의 렐루

<포르투 3일차, 런던 1일차> 맘이 편해지는 이유들

<런던 2일차> 웨스트민스터홀 시위대의 축제, 오늘이?


1.

비오는 런던에서 남편과 따로 노는 날엔 뭘할까? 관심 없는 이는 빼고 편히 갈 곳? S가 권한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으로 정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사치갤러리가 있네? 좋아!


사치&사치, 세계 최고 광고회사란건 내 20세기 기억이다. 그 회사를 세운 찰스 사치 Saatchi 가 미술품 수집가로 갤러리가 좋다고 했다. 잠깐 사치 찍고 빅토리아&앨버트를 가겠다고 야심차게 구상했다.

걷다보니 명품 골목. 부유한 첼시 동네에서도 대저택이었다. 2월부터 담달초까지 전시 주제가 그래피티와 힙합? 좋아. 그런데 유료? 온갖 미술관 박물관 무료인 영국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언제 또 사치갤러리를 와보겠나. 젊은 예술가를 키우고 트렌드를 이끄는 혁신적 갤러리라는데.

근데 이게 다 70~80년대 LP? 전부 롹? 메탈? 어라..이거 내가 아니라 모처럼 딴데 보낸 남편 취향이네? 난 까막눈인데..생각보다 잼나서 2시간 가까이 구경했지만 무튼 나보단 그가 좋아할 전시였다. 와중에 몇 가지만 기록 남기면

80년대 패션이 진짜 힙했네. 여전히 세련된 저 감각. 이 전시 아디다스 후원이라더니 온통 아디다스 광고 같기도.

낙서로 예술한 키스 해링. 그가 남긴 소소한 것들은 재미있다. 에이즈 대응을 지원하다가 32살에 떠나다니 아깝다.

버려진 것들, 특히 문짝을 활용한 작품이 훌륭했는데 여기도 알아서 화보 찍는 분이 계시고. 2000년부터 타투를 예술로 승화시켜 사치갤러리까지 모셔진 Bert Krak 보니, 타투 합법화 어쩌고 하는 우리는 어쩔. 픽셀 흔들린 공간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니, 역시 쟤들이 우리 미래다 싶고.

게릴라 걸즈 @gerrillagirls, 어디선가 봤지만 사치에서 보니 괜히 더 좋았다. MoMA는 DaDA를 좋아하고 MaMA는 아니라니. 현대미술의 초권력자들이 임신했다고 채용 취소하고, 남자 직원은 육아휴직을 보내줬다고? 성범죄자가 박물관에서 모시는 거장이 되는 법을 일갈하며 척 클로스를 비난하는 포스터 쎈쓰도 짱이다.

이게 시대정신이라 생각한건.. 게릴라걸즈를 오후에 테이트모던에서도 만났기 때문! 미술관의 다양성 부족을 맹비난하는 게릴라걸즈를 사치와 테이트모던이 다 모시고 있다니.


마지막 사진은 사치 주변 비싼 인테리어 매장..눈 돌아가는 건 여기가 더..

#마냐여행 #런던_3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7


2.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빅토리아 여왕 부부의 이름을 땄는데 인정. 컬렉션이 어마어마하다. 장식미술, 공예품 좋다고 들었는데 총 500만점? 진짜? 하필 난 시간이 없었다. 남편과 3~4시에 합체하기로 했는데 사치갤러리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조각이 널리고 치인다. 복제품도 꽤 되는거 같지만 통으로 떼어 가져온 모냥도 좀 있다. 와중에 Sokari Douglas Camp.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정치사회 이슈를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낸다는데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지지를 받는 유럽'이란 조각을 오래 보게 된다.

일본관이 꽤 대단한데, 와중에 모던앤 컨템포러리 전시품이 키티 밥솥? 귀여움을 산업적으로 풀었다고?

몇백년 전 일본이 유럽 박랍회에 보낸 목공예 작푼이 훨씬 아름답긴 하다.

한국관 반갑고. 달항아리만 눈에 들어온다.

도자기 관은 방대한 와중에..1600년대 멕시코 도기와 1200년경 이란 그릇은 딴데서 못보던거다.

철제장식 코너도 참으로 거창하구만.. 디테일에 진심인 분들이네. 1695년 책장은 아무래도 내 책장보다 우아하다.

17세기, 18세기 옷. 화려하다.

저 옷보다 각각 100년쯤 앞선 1590년과 1690년 침대. 저 오래둰 침대가 사연 있던데.

한류 전시도 패쓰. 한글 반가웠다.




후다닥 이동하는데 런던 지하철에서 모두의 폰이 울린다. 재난문자 소리다. 이게 뭐어어야? 내게도 왔다. 한글 번역 제목 '심각한 재해 경고'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This is a test of Emergency Alerts, a new UK government service...

#마냐여행 #런던_3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8


3.

비가 온다지만,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미술관 박물관 미술관 투어라니. 호사이긴 한데 오버다. 당초 계획은 오후 테이트모던 하나였고, 오전에 남편 떼고 놀 계획에 내가 과했다..


내셔널갤러리에서 수백년 서양미술사를 주마간산 봤다면, 테이트모던은 그야말로 모던 작품들. 대체로 난해하고 가끔 웃기고 소름. 카메라 등장 이후 잘 그리는게 소용없어진 화가들이 어떻게 관점을 바꿨는지 잼나고, 사실 미술평론 권력자들이 유행을 선도하느라 넘 애쓰신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늘 있다.


작품이 6950만 달러에도 팔렸다는 사이 트웜블리. 사치갤러리에서도 그의 이름을 봤다. 전도유망 작가로 소개하던 옛날 옛적이 있었던거지. 테이트모던 들어서자마자 그의 '바쿠스' 시리즈 3점을 만났다. 각각 한 벽이다. 스케일도 터치의 에너지도 장난 같은 장난 아닌 작품. 잭슨 폴록 작품에서도 오래 머물며 머리를 싸맸는데 이분은 한 수 위. 바스키아와 해링이 다 이 분 영향 받았다는데..


피카소의 '세 명의 댄서들'. 피카소는 고향 말라가에서 실컷 봤지만 이건 또 얘기가 다르다. 피카소의 친구 둘이 한 여자를 좋아했고, 그중 하나가 여자에게 총 쏜뒤 자살. 다행히 괜찮았던 여자는 다른 친구와 결혼해서 잘 살았는데 그 친구마저 24년 후 자살. 충격받은 피카소가 그린 게 이 작품이란다. 문제적 그녀는 아비뇽의 처녀들 모델이기도 했다는데. 사랑과 죽음은 늘 가까이 있는걸까? 과거엔 더 그랬나보다..


이브 탕기 작품, 좋아한다. 제목 'The Invisible'


안드레아 바워스. 잘 몰랐던 분인데 판지? 박스 종이를 붙여 마커로 그린 그림이 놀랍다. 잡지 삽화를 이용하면서 슬로건도 몇 바꿨다고. 성인 참정권은 'Equal Pay'로. 'Neither riches nor poverty'는 'Healthcare is a Human Rights'로. 2015년 작품이다.


그리고 내게는 오늘의 수확. 게릴라 걸즈. 뉴욕 MoMA, 무식한 내게도 세상 멋진 이름이었는데 이분들 덕에 한심해 보인다. 백인 여성 3명, 유색 여성 1명, 유색 남성 없음..총 71명의 아티스트 중에?? 모마가 이렇게 차별했다고? 여성 단독 전시회가 구겐하임, 메트로폴리탄, 휘트니 각 0명이던 1985년에서 2015년 각 1명으로 늘어났다.. 으하. 어우 쪽팔려라. 메트로폴리탄 현대미술 쪽 작가 중 여성은 4%에 불과한데, 76%의 누드는 여성이다. 여자들은 메트로 뮤지엄 갈 때 벗어야 하는거냐, 질문은 타당하다. 고릴라 가면 쓴 이들의 게릴라 같은 전술. 미국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3분의 2 정도 버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먼데, 여성 예술가들은 남자들의 3분의 1 번다고. 미디어의 젠더 격차를 고발하는 지나 데이비스 조직만큼 정확하고 발랄하다. 사치갤러리와 테이트모던이 크게 모실만큼 컸다. 좋네.


이제 #마냐먹방 간단히. 테이트모던 윗층 카페 가보라던 ㅇㅅ님 감사. 진짜 좋았다.

아침은 인근 빵집에서 남편이 사온 걸로 숙소 공용 부엌에서. 어제는 달달이 패스트리더니, 오늘은 갈은 소시지, 그레이비 소스 곁들인 고기 들어간거, 치즈양파 버전으로 더 좋았다.

빅토리아&알버트 시간 부족한 거 일부는 #어니스트버거 줄서고 기다린 탓도 있겠다. 추천해주신 인친께 감사. 코울슬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로즈마리칩을 먹었어야 했다는 메시지가 늦게 왔다.

저녁은 당초 테이트모던과 패키지로 가보려던 버로우 마켓이었는데..저녁에 안하는줄 몰랐다ㅠ 그쪽 펍은 다 줄서서 난리고..집으로 가는 길, 평점 좋은 펍 The St George's Tavern 에 가서 간신히 한 자리 차지했다. 일요일 저녁 펍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시끄럽고, 축구를 함께 보면 함성과 한탄이 떼창이다. 흥이 있는 분들일세. 피쉬앤칩스는 바삭하니 오늘도 맛있고, 맥앤치즈도 기대했던 맛. 근데, 비프 시키려다 1600kcal란 설명에 기겁하고..오늘 먹은 것들도 메뉴당 1000kcal.. 영국인들이 대체로 미국인들보다 늘씬한 거 같은데 어떻게 가능하지?

사치갤러리, 빅토리아&알버트, 테이트모던.. 오늘도 2만보 걸었으니..일단 계속 잘 먹자


#마냐여행 #런던_3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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