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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pr 25. 2023

<런던 4일차>런던탑,영국박물관, 권력은 늘 막장&팬텀

<스페인 1일차> 남편의 쓸모, 남편의 재발견을 위해

<스페인 2일차>몬세라트, 치유의 성모님부터 바르사까지

<스페인 3일차> 가우디는 외계인일거야 &보케리아 시장

<스페인 4일차>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스페인 5일차>알함브라,수학적으로 시적으로 아름답다

<스페인 6일차> 남친 놀이에 열중하는 남편과 론다

<스페인 7일차>코르도바,이슬람과 가톨릭의 기묘한 동거

<스페인 8일차> 말라가, 지중해와 태양을 피카소 마냥

<스페인 9일차>마침내 세비야, 화려한 과거를 마주하다

<스페인 10일차> 세비야, 도시 건축은 텍스트다

<스페인 11일차> <포르투 1일차> 행복하다고?

<포르투 2일차> 그의 출사 여행에 더해 나의 렐루

<포르투 3일차, 런던 1일차> 맘이 편해지는 이유들

<런던 2일차> 웨스트민스터홀 시위대의 축제, 오늘이?

<런던 3일차>사치갤러리, 빅토리아&알버트, 테이트모던


“내게 소호의 음반가게는 당신에게 렐루서점 같은 거야.”

이해가 쉬웠다. 인근 카페에서 맘 편히 1시간 기다렸다. 신나서 빗길을 뚫고 갔던 남편은 의외로 작은 꾸러미만 들고 왔다. 살짝 당황한 얼굴이다. 으응?

”살게 별로 없더라고.. 어, 음. 내가 이미 다 갖고 있더라고. “

중고 롹 명반? 몇 년 모으더니 더 살게 없다고? 뭐라? 지금 1500장이라고? 더 안 사도 되겠네.

쇼핑은 그의 계획대로 안 됐지만 괜찮다. 깨달음을 얻었다니 나도 좋다. 지나간 일은 따지지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배우는데 굳이 여행까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우린 늘 배우는 인간이다.


계획했던 오늘 첫 일정이 좌절됐다. 전날 오디오 가이드까지 구입하고 뿌듯했는데, 정작 입장 티켓이 없었다. 왜 생각 못했을까.


웨스트민스터 Abbey, 수도원이란 단어에, 우리는 사원이라 부르지만 영국 국교인 성공회 성당이다. 왕실의 대관식 장례식 결혼식 장소이자 뉴턴, 다윈, 호킹의 묘. 그러나 빠이빠이. 못 보고 가게 됐다. 월요일은 티켓 매진이고 화요일은 방문 불가라고.

관광명소 만능 입장권인 런던패스는 몰랐다. 하지만 하루 패스가 96인데 할인해 84파운드, 이틀 짜리 109파운드

다. 두 명이면 36만 원. 사악한 물가.. 그거 뽕 뽑는다고 빡세게 다닐 일도 아니지.


그러나 인생은 늘 반전. 꿩 대신 닭이 봉황인 경우는 꽤 종종 생긴다. (가장 고마운 닭아, 미안) 대신 어디로 갈까 하다가 런던탑을 골랐고, 내겐 흥미 만점이었다.

런던타워, 역시 작명이 이상한데 안이 거의 동네 수준인 성채다. 정복자 윌리엄이 1066년에 올렸다. 그땐 노르만 정복의 억압을 상징했다고. 이후 왕들이 계속 증축했는데 왕의 집으로 유명하기보다 감옥으로, 처형장으로 더 유명하다. ‘sent to the Tower”라고 하면 탑에 갇혔다는 뜻이란다. 그저께 인상적이던 그림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 주인공 제인 그레이도 여기서 끝내 처형됐고, 그 유명한 앤 불린. 아.. 일곱 살에 5개 국어를 했고, 지성과 재치로 헨리8세의 마음을 뺐었던 그녀가 3년도 안되어 처형당한 이유가 아들을 못 낳아서란 건..유교국 출신으로서도 황망하다. 냉정하게 말해 몸을 막 굴려 병이 의심되는 건 헨리8세였거늘.

앤 불린 이전에 왕비였던 아라곤의 카탈리나가, 스페인을 통일한 카스티야의 이사벨 왕과 아라곤의 페르난도 왕의 딸이란 것도 새삼스럽다. 스페인 여행 내내 만났던 그 결혼동맹의 주인공들. 그 딸은 15세에 헨리7세 장자와 결혼했으나 금세 사별, 지참금 두고 시아버지인 영국왕과 친정아버지 스페인왕 다툼 와중에 시동생인 헨리8세와 재혼하고..

런던탑 갔다가 이 막장 드라마에 빠졌다. 무튼 앤 불린은 여기서 죽었고, 그녀의 딸 엘리자베스1세도 갇혔던 런던탑이다. 토머스 모어 등 역사책에 나온 많은 이들의 한 맺힌 곳이다.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긴 뒤 실종됐던 12살 왕의 유해가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고. 이제는 관광명소다.


천년 전 궁이지만 검박하다. 화려한 이슬람 양식 궁을 보고 다녀서인가. 왕의 예배공간만큼은 소박해도 위엄이 느껴진다.

왕의 침소, 화장실은..내가 당대의 왕보다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에드워드 왕이 쓰던 천의 질감까지 확인했다. 나는 침구조차 왕의 것보다 훌륭한 시대에 산다.


이 돌성의 반전은 보물들. 모스트 프레셔스 트레져 the Crown Jewels. 사진 못 찍었지만 영국의 왕관들!! 런던타워는 전시 능력이 감탄을 부르는데, 왕관은 줄 서서 무빙워크로 지나가며 본다ㅎ

갑옷 전시도 인상적인데, 소중한 곳은 갑옷도 저리 보호하다니. 1차 대전이 터지면서 런던 증권거래소가 문을 닫자 인근 금융거리 시티에서 일주일도 안되어 1600명이 자원 입대한 사진, 그 무렵 영상도 감동을 준다. 100년 전 현장을 영상으로 만나는구나.


1000년 전 타워를 흉내 내 100년 전에 타워브릿지를 만든 센스도 인정한다.

#마냐여행 #런던_4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39


영국박물관

한때 대영박물관이라 부르던 영국박물관. 보고 싶었다. 얼마나 대단한지 기대했다기보다, 얼마나 약탈했는지 궁금했다.


“기둥 뿌리를 뽑아왔네ㅎ”

이집트 관을 보던 남편이 말했다. 앗시리아 관은 벽을 뜯어왔다.

터키와 튀니지 지역 모자이크 벽도 통으로 떼어와 박물관 계단 벽을 장식하는데 겁나 멋지다.

내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까지 가서 로제타 동네를 헤맸던 기억이 생경한데, 그 로제타 석이 여기에 있다. 이집트 고대 문자와 그리스 문자가 함께 새겨져 있어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그 돌이다.

알고 보니 내 유적 공부가 좀 쌓였다. 작년에 이탈리아, 그리스, 올해 이집트서 본 게 있어서 우와~ 포인트는 별로 없다. 이집트 관이 카이로보다 전시를 잘해놓은 건 분명하고, 정말 많이 많이 가져왔지만 현지를 따라갈 수준은 아니다. 그 아우라는 감히 넘보지 못했다. 돌려달라고 호소하는 이집트, 그리스에게 니네보다 우리가 인류 문명 보존 잘한다고 했다는 건 인정. 다만 역시 작명이 문제다. 영국박물관 보다 문명박물관이다. 다 모아놓으니 보는 입장에선 편하고, 동시에 불편한 건 다른 차원이구나. 대부분 설명이 come from, found.. 담담한 동사라니 영리했다.


잘생긴 람세스2세, 알렉산더 대왕… 둘 사이에도 천 년의 세월이 있다. 알렉산더 대왕 청동상은 기원전 1~3세기 작품.. 무튼 두 분 왜 여기까지…


5500년 전 미라 Gebelein man은 당혹스럽다. 사막에서 급히 건조되면서 자연스럽게 미라가 된 한 인간이 웅크리고 누워있다. 수많은 미라를 비롯해 누구도 자신의 육신이 구경거리가 되기를 바라진 않았을 텐데. 안식을 기원하기에 5500년은 너무 멀리 왔다 싶다.


역시 요즘 깨달았지만 내 탐험의 구멍, 아랍 지역,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들은 흥미롭다. 이집트 벽화만큼이나 아름답고, 장식품은 화려하다. 부디 그 지역에 평화롭게 구경 갈 날이 와야 할 텐데. 나 무릎 성할 때 말이다.


18세기 말 이스탄불 유행옷. 예쁘다


예쁜 거 하나 더. 유럽의 시계는 1600년 무렵 등장했고, 초고가 럭셔리 사치품이었다. 우리가 그런 걸 요즘 디지털로 바꿔서 컴퓨터를 차고 다니지.


그나저나 이집트의 고양이 상을 여기에 가져와서, 25파운드에 고양이 기념품까지 파는 건 대단하다. 힘 있는 나라에 상도의란 필요 없다.

#마냐여행 #런던_4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40


뜻대로 안된 것 중에 버로우 마켓이 있다. #마냐먹방 진심인지라 관심 폭발했는데, 일요일엔 시간을 잘못 알아서, 월요일은 휴일인걸 몰라서 못봤다. 웨스트민스터 애비에 갔으면, 인친 소개 덕에 웨스트민스터 도서관을 리모델링했다는 인도음식점에 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무산. 어쩌면 난 애비보다 식당 놓친 게 더 아쉬운 인간이다.
아침은 과일. 전날 동네 슈퍼에서 1.99파운드에 작은 사과 둘과 배, 오렌지. 괜찮았다. 버로우 인근 맛집은 또 다 줄 서서 그나마 줄 없는 집에서 또 피쉬앤칩스. 남편이 질리지 않고 좋아한다. 세번째 먹었는데 나도 좋았다. 그래도 한 번은 먹어봐야지 했던 스테이크는 쏘쏘.

영국박물관 부근에서 그래놀라 넣은 요거트, 멜론으로 당 보충한 것도 무척 좋았다. 넘나 평화롭잖냐.

저녁은 #HerMajesty 극장 옆의 중국식당을 검색했는데 가격이 뭐 이래.. 인근 베트남식당에 갔다. 어제도 오늘도. 근데 추적추적 비오는 날 쌀국수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까? 어젠 분짜 버미셀리와 먹었다면 오늘은 볶음국수. 그리고 팍초이? 청경채 볶음과 오징어 튀김이 훌륭했다.


그리고... 두둥. #팬텀오브오페라. 명불허전이다. 나올 때 보니, Her Majesty 극장이 His Majesty로 바뀌었다. 시대가 지나간다. 뉴스 보니 뉴욕에서 최장기 공연이던 팬텀이 팬데믹으로 수익이 악화되면서 지난주에 막을 내렸다고. 35년 했단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나중에 부인이 된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엄청난 음역을 소화하는 배역으로 크리스틴을 창조했다는데.. 음악은 더 오래가겠지.

#마냐여행 #런던_4일차 #스페인_포르투_런던_epi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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