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도전정신이 강하다. 게다가 알뜰함이 넘쳐서 어떻게든지 뽕을 뽑고 싶어 해서 추가 금액이 들지 않는 이상 모든 활동을 다 해보고 싶어 한다. 여행 때도 봉투에 얼마를 썼는지 메모를 하고, 각종 쿠폰 적용과 혜택을 누려야 뭔가 뿌듯함을 느낀다. 아무 하고나 말을 잘해서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는 우연히 일본인 부부와 친해졌는데, 그녀는 일본어를 할 줄 알지만 그는 일본어를 하지 못했다. 약간의 영어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일본인 특유의 발음으로 영어를 하니 그는 알아듣지 못했고, 그녀 역시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편하니 셋이서만 신나게 떠들었다. 중간에서 통역을 한다고 했지만, 넷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타이밍은 많지 않았다.
그는 내향적이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딱히 싫어하는 것도 없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다. 아무거 나라는 말을 잘하고, 두루두루 잘 먹는 편이고 뚜렷하게 뭐가 먹고 싶다는 말도 잘 안 한다. 그냥 배가 부르면 만족하는 타입이다. 쓸데없는 움직임을 싫어하고 최소한으로 움직이면서 적당히 쉬고 싶어 하는 휴양 스타일을 선호한다. 아무리 재밌어도 리액션이 그리 크지 않고, 시크하게 웃고 조용히 빠져서 어딘가에서 누워서 쉬는 걸 선호한다. 읽지 않아도 늘 책을 들고 다닌다. 낚시를 좋아하는데 조용해서 좋아하는 건지, 손맛을 좋아하는 건지 헷갈린다.
예상대로 우리 부부 얘기이다. 이렇게 성향이 아주 많이 다른 우리 부부는 처음에는 도저히 접점이 없는듯했다. 상대방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나와 같지 않다고 많은 오해를 했었고, 힘든 시간을 겪어왔었다. 그나마 가족들과 다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은 조카들도 있고 하니 이리저리 어울려서 많이 갔었다. 그런데 둘이 가는 것은 뭔가 어색했다. 한 번은 강원도 완전 시골로 휴가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TV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도 터지지 않았고, 계곡물은 차가워서 수영을 했다가는 얼어 죽을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삼시세끼 밥을 먹고, 적막함을 누리고, 책을 읽다 자고, 밖에 나가서 강아지 한번 구경하고, 그래도 참 하루가 길었던 기억이 났다. 속세를 떠나서 "청산~~~~"을 외쳐야 하는 분위기에서 나름 힐링을 하려고 갔지만 솔직히 나는 좀이 쑤셔서 혼났다.
이렇게 다르디 다른 우리는 아주 우연한 기회로 "스킨스쿠버"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꽂히게 되었고, 선생님도 인터넷으로 찾아서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었다. 사실 둘 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사실 스킨스쿠버와 수영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긴 하다. 어차피 오리발을 끼고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수영을 못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데, 모두들 우리처럼 수영을 못해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스킨스쿠버를 즐기기 위해서는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자격증이 나오지 않고, 그러면 깊은 수심에 들어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돈만 날리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 원리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나는 꽤 열공을 했고, 남편은 그냥 스윽 봤는데 나보다 더 시험을 잘 봐서 무지 자존심 상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에게 경쟁심을 느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필기뿐만이 아니었다. 실기 시험을 봐야 하는데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고, 생각보다 바닷물이 너무 짜고 눈도 따가워서 멘붕에 빠진 나는 멘털이 붕괴되었다. 내가 왜 돈 내고 이렇게 무서운 공포를 견뎌야 하나? 하며 울고 싶었다. 반복적으로 어떤 동작이 되지 않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 동작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으니 안 할 수도 없었다.
사이판에 처음 가봤고, 거기서 자격증을 딴 건데 그 아름다운 사이판이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내가 그 동작이 안 되는지 점검하기 바빴고, 선생님과 남편을 붙잡고 질문을 하고 또 했다. 연습이 다 끝나고 그냥 여유를 즐겨도 되는 숙소에서도 자세 연습을 계속하고, 책을 보면서 연구를 하기 바빴다. 남편은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안되면 말라고 얘기했지만 선생님, 보조선생님, 남편과 나 중에서 왜 나만 안되는지가 답답했다. 어떻게든 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첫째 날에 되지 않던 것이 갑자기 둘째 날 잘 되었다. 그런데 내가 잘 되니 그다음 부분에서 남편이 막혀서 우리는 돌아가면서 멘붕에 빠지기 시작했다. 물도 많이 먹고, 손은 퉁퉁 붓고, 긴팔과 긴 레깅스를 입었지만 오픈된 발목과 손등과 얼굴 등은 새까맣게 타고 말았다. 어쨌든 우리는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라이선스를 따게 되었고 물밖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깊은 바닷속 세상을 보게 되었다. 스킨스쿠버는 활동성이 있는 나에게는 도전의 즐거움과 색다름을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좋았고, 크게 큰 문제가 없는 한 조용히 평안하게 헤엄치며 갖가지 바닷속 환경과 다양한 어종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남편에게도 만족감을 주었다. 게다가 바닷속에서는 말을 할 수 없지 않은가. 온전히 바닷속에서 고요를 느낄 수 있어서 남편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는 딱 둘이서만 예약하고 가지만 리조트에 우리 둘만 머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거의 한국인 샵을 이용하는데(영어가 된다면 현지 샵도 가고 싶지만) 연인, 부부, 가족, 동호회에서 오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보트 별로 편성이 되기 때문에 사교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 사람들과 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방에 가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하면서 쉬기도 하고, 나는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맥주 한잔을 하면서 얘기하고 놀기도 한다. 이전에는 꼭 같이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조금은 다른 스타일이지만 따로 또 같이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부부인 우리는 굳이 여름에 휴가를 가지 않는다. 바가지요금도 싫고, 방학 인파가 몰리는 것에 우리까지 쏠릴필요가 없으니 우리는 겨울에 따뜻한 나라로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너무 바빠졌고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 졌다. 게다가 씽큐베이션까지 있으니 더더욱 시간이 애매했다. 결국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나는 공항으로 달려가는 일정으로 잡았다. 8박 9일의 일정이지만 다이빙을 하고 난 다음에는 쉬었다가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그리 긴 것도 아니다. 어쨌든 1년 만의 다이빙이라 금방 적응할 수 있을지가 또 관건이긴 하지만(자주 가고 싶지만 여건이ㅠㅠ) 한 달쯤 뒤에 마음껄 맛볼 바닷속 세상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열심히 나의 미션들을 수행해가며 졸꾸하고 있다.
다이빙 이야기야 할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지만 다음에 또 해보는 걸로^^
남편은 사진을 찍어주고 있어서 화면에는 없다 ㅋㅋ
#30일 글쓰기 12 day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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