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환경설정과 함께의 힘은 대단하다. 한동안 사람들과 함께 글을 열심히 쓰다가 미션이 끝나니 나도 모르게 뜸하기 시작했다. 30일 글쓰기를 2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렇게 썼냐는 듯이 뭘 써야 할지, 별로 쓸게 없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습관은 만들기는 정말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것은 금방이다. 언제든지 옛날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으므로 어떤 습관이든지 자신해서는 안되며 늘 겸손을 겸비해야 한다.
미션이 끝난 탓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마음도 들었다. '매일 쓰는 게 중요한 것일까? 퀄리티가 중요한 것일까?' 스스로의 글에 대해 그다지 퀄리티가 높다고 자부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조회수, 메인에 뜨는 것, 구독자 수가 나에게 속삭이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양보다 질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질'을 운운하면서 미루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꼭 써야 하는 서평은 디폴트이고, 지정도서 외의 서평이나 글들을 질을 갖추어서 발행하는 것이 아닌 그냥 합리화만 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HANDAL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느덧 10일이 되었다.
혼자서 쓰면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인반면 한 달 동안 매일 써야 하는 환경설정은 아주 다르다. 혼자 쓰는 환경은 나의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타협하고, 집안일이 생기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글쓰기는 미뤄지기 일쑤이지만, 한 달 동안 3회 이상 인증 실패 시 다음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없다는 환경설정은 어떻게든 글을 기꺼이 써내게 만든다. 그리고 주변의 것들이 다시 글감으로 보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글을 쓰지 않으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메모하지도 않고, 기억하려 하지 않는 반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여러 각도로 바라보려고 스스로가 노력하는 것이 아주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혼자 보다는 함께 쓰는 것이 낫고, 자유롭게 쓰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환경설정이 있어야 조금 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매일 아침 러닝머신 5킬로를 뛸 때도 나는 1/3 지점이 지나면 '거의 다 온 거나 다름없다'라고 생각한다. 1/3 지점만 넘어가면 당연히 1/2 지점을 넘길 수 있고, 조금만 버티다 보면 2/3 지점에 다다르고 이내 곧 결승에 골인하게 되는 것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그러므로 10일이 넘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봐도 된다.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고 잘 썼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도 잘 쓸 가능성이 아주 크다. (혹 지금까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더욱더 마음을 다잡고, 허리를 동이면 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제
평소에 페친이기는 하지만 대화까지 주고받는 사이는 아닌, 혼자만 짝사랑해왔던 분들과 친해진 것도 큰 수확이다. 나는 그들을 알아도 그들은 나를 모를 수도 있고, 또 알기는 알되 그렇게까지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이 한 달이라는 공동체로 묶이니 나이와 성별과 지역을 넘나들며 친해지게 되었다.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지켜보고, 또한 어떠한 아픔을 갖고 있는지도 공유하며 글로써 치유를 하고 서로가 동기 부여해주니 좋지 아니한가! 71명이나 되는 분들 모두를 아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좋다. 앞으로 알아갈 분들이 많으니!!
비슷한 업종에서는 벤치마킹과 조언이 있을 수 있고, 다른 분야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는 또 다른 색다름을 배울 수 있으니 굳이 가리지 않는다. 비슷하면 비슷한대로 잘 통해서 좋고, 다르면 다른 대로 색다르고 나에게 없는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좋다. 나이도 전혀 상관없다. 배울 점이 있으면 모두가 언니고 오빠다. 또한 제대로 나잇값을 못하면 나이는 헛먹은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과연 나이답게 잘 살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어느새 내 나이는 모임에서 탑인 경우가 많은 나이가 되었다)
남은 20일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필사를 하고 운동을 갔다 와서 남편 간식 도시락을 챙겨주는 일상이 베스트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12시가 넘어서도 눈이 말똥말똥한 날들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출출해지고 야식과 늦잠은 루틴을 깨기 딱 좋은 세트다. 아침부터 머리를 쥐어뜯는 일이 없도록 미라클 모닝 루틴을 유지하면서도, 쫓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서랍 속에 글을 차곡차곡 넣어두면서 글을 발행하는 20일이 되기를 바란다. 나에게 주어진 많은 일들을 끌려가면서 하기보다는 끌고 가는 2월이 되도록 노력하자. 무조건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진한 농도로 집중해서 하면서도 발란스를 유지하는 것이 2월의 목표다.
필사, 독서 100쪽, HANDAL 글쓰기, 운동을 포함해서 씽큐베이션과 씽큐온, 애프터씽큐 그리고 학교생활과 새롭게 확장될 디퍼런스까지 어차피 할꺼라면 즐겁고, 신나게 해내자! 해야 만한다가 아니라 해내는 기뮨이 되도록! 남은 기간도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