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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Mar 26. 2020

나에게 쓰는 편지

자기발견_11DAY

미션 2. 오늘 읽은 글 중에 가슴에 와 닿은 '오늘의 문장' 고르기

삶은 기억이다. 최초의 기억은 가족에 대한 것이 많고,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정과 빛깔이 선명한 경우가 많다. 행복감, 고통스러움, 통증, 놀라움, 죽음과 같은 어두운 이미지 등을 이야기로 구성할 수 있다.

어떤 글이든 의도, 해석, 감정이 개입되기에 사실의 기록인지를 따지지 말고 한계와 왜곡을 인정하자

글감을 찾을 때 감각과 관련된 것을 떠올리자.  좋아하는 음식? 그것을 좋아하게 된 계기? 그 음식과 관련된 사건이나 사람? 이런 식으로 조금씩 질문의 범위를 좁혀가며 기억을 찾아내서 차분히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정교되어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찾아내서 차분히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는 작가의 말이 응원처럼 들린다. 오늘은 어떤 기억을 찾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10년 전의 기뮨아. 

오늘은 왜 이렇게 글이 써지지 않을까? 꺼내고 싶지 않은 걸까? 그래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 나름 허리띠를 졸라매며 저축을 하고 어떻게 서든 대출을 0으로 만들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던 기억이 난다. 아끼고 아껴서 대출을 0으로 만들고, 저축을 열심히 한 것은 좋았는데 그 과정과 방법은 그다지 성숙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감정의 동물인데 아무리 돈을 열심히 모았어도 마음을 상하게까지 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는 못했던 건 너도 인정하지? 그때는 너도 혈기가 왕성했고, 그게 옳은 줄 알고 그랬던 거지 뭐.


어렸을 때부터 빚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떻게든 빚 없는 삶을 살고 싶었을 텐데 그때도 참 전셋값이 난리였었지? 다른 애들은 대출을 당겨서 집을 산다, 시댁에서 집을 사줬다고 자랑하기라도 하면 배가 아파서 몇 날 며칠을 배 아파하고 그랬었잖니. 질투까지는 괜찮은데 그게 오빠한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되었을 거야. 지금의 나라면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가계부에 열을 올리고, 월급 타자마자 거의 다 대출 갚았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갑자기 생긴 갑상선 항진증으로 조금만 뭘 해도 피곤한데도 성격상 대충 하지는 못해서 뭘 맡든지 너무 열심히 했었잖아. 10년 뒤인 지금도 그러는데 그때는 더 열심이었지 뭐. 그 당시에는 에너지를 쏟을 곳이 필요했고 거기에 푹 빠져이었기에 균형 잡힌 삶보다는 조금은 치우친 삶을 살았던 것 같아. 너무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골고루 균형을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 너도 마음이 힘들어서 그랬던 거지? 알긴 알지. 왜 모르겠니.



그 당시에는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손해 보는 것 같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될 때여서 참 울기도 많이 울고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너보다 힘든 사람들 천지더라. 그냥 자기 상처가 제일 커 보이는 그런 거지 뭐. 하지만 힘들지도 않으면서 낑낑거리는 성격이 아닌걸 내가 아니까 뭐라고는 못하겠다. 그때 쉽지는 않았지. 어떤 부분 실수한 면도 당연히 있었겠지만 그게  왜곡되어서 지금까지도 거론되는 것이 사실 지치기도 해. 



30대 초반이면 한참의 나이였는데 너는 그때 스스로를 나이가 많다고 여기며 일본어를 써먹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게 참 답답했을 수도 있었을 거야. 막연히 곧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임신에 대한 희망고문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했는데 아직까지도 노 키즈존이야. 이걸 누가 알았겠니.


그때 그 병원 갔던 것도 기억나지? 난임센터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불친절하고, 차가운 도구의 느낌으로 아주 학을 떼었었잖아. 근데 그때의 나는 제대로 위로조차 받지 못했고, 난임이 내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너무 속상했어. 그때 맺힌 한이 지금도 돌덩이처럼 가슴속에 있긴 해. 괜찮은 척 하지만 지나가면서 예쁜 아이들 특히나 갓난아기들을 볼 때면 가슴이 저려오지. 아이 없는 삶이 편하기도 하겠지만, 마냥 좋기만 하겠니? 그냥 울지 못해 허허거리는 거지. 


여러 가지 상황상 쉽지 않았던 것은 알지만 그때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때는 그냥 파워블로거들을 부러워만 하면서 글 정독하고 공구만 엄청 했었잖아. 그때 시작했으면 파워블로거가 아니라 슈퍼 울트라 캡숑이 되었겠다 얘. 하지만 나름 또 10년 동안은 정말 죽어라 피아노는 열심히 쳤었잖아.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경험을 나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 그게 돈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레슨 한다고 사방팔방 뛰기도 했었는데 차 없이 먼데까지 레슨 왔다 갔다 하느냐고 좀 피곤했니.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자신감이 부족했고, 실행력이 부족했었지. 하지만 지나간 일을 후회한들 원망만 늘지 뭐가 좋겠어. 그 시절의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열심이었는걸.






지금쯤이면 적어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었니? 아직 없단다. 아마도 이번 생은 마음을 비워야 할까 봐. 속상하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눈물도 안나. 벌써 세월이 얼마니.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고? 늦바람 불어서 내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고 있어. 나도 이렇게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줄 몰랐다니까.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써. 내 책이 오빠 책 보다 더 많아질 줄 정말 몰랐지? 나도 갑자기 이렇게 변한 내가 신기해. 그런데 또 한다고 하면 하잖아. 절실한 상황에서 독서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래서 디퍼런스 공부를 시작으로 청소년학과 공부랑 각종 독서와 글쓰기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지. 안 힘드냐고? 머리나 몸이 힘든 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 마음만 속상하지 않으면 이까짓꺼 더 할 수도 있지. 무슨 말인지 알지?


근데 요즘 내가 느끼는 게 뭔 줄 알아? 물론 좋은 환경에서 곱게 자란 사람들, 축복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약점을 극복하고 큰 그릇이 된 리더들이 더욱더 대단해 보이고 멋었어 보인다는 거야! 너는 여태껏 좋은 환경을 부러워했잖아. 풍요롭고 다복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도 충분히 이뤄낼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깨닫는다! 진짜야! 책을 하도 읽으니 뇌가 바뀌었나 봐. 내가 이렇게 책을 읽고 매일 글을 쓰리라고는 상상 못 했을 텐데 놀랬지? 기다려봐 더 놀랠켜줄께. 대박 곧 터트린다!






당연히 지금의 모습은 상상 못 했지. 왜냐면 지금의 읽고 쓰는 삶이 그다지 연상이 되지는 않잖니? 일기를 초등학교 6년 동안 썼고, 늘 글짓기 상 받고 했지만 그거야 어렸을 때 얘기고 책만 펼치면 졸던 네가 그렇게 다독 가이자 리더가 되었다니 신기하다. 열심히 살았나 봐? 막연하게나마 뭔가 워킹맘이거나, 애가 둘이라면 교육열 높은 살림 맘이 되었을 줄 알았는데 좀 의외긴 하다. 


예전보다 성격도 많이 개선되었어. 화가 나면 컨트롤이 안되고, 폭발하면 다른 사람이 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래 봤자 좋을 게 없더라고. 그래서 그럴 때는 그냥 물을 마셔. 아니면 좀 떨어져서 시간을 확보하거나. 웃긴 게 디테일한 게 잘 생각이 안 나고 기억이 망각된 것도 많아. 그래서 그냥 심플하게 생각 안 해버려. 지금 다른 것도 신경 쓸게 너무 많거든. 그리고 알잖아. 나 ENTJ 담즙 다혈이야. 세상으로 뻗어나가야 하는 유형이라고. 집에서만 머리 싸매고 있을 수 없는 유형이야. 그래서 시야를 크게 갖을라고 해. 



아무튼 지금의 내가 보기에 10년 전의 나의 모습도, 또한 10년 전의 내가 보는 지금의 내 모습도 아쉬움도 당연히 있겠지만 나름 잘 버텼잖아. 그걸 안다면 이제 칭찬하고 격려해줘! 스스로에 대한 메타인지가 높아져서 나의 약점은 말 안 해줘도 다 아니까 말이야. 오늘은 오랜만에 미라클 모닝에 성공했어.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못 가서 한동안 수면 패턴이 엉망이었거든. 이제 다시 새벽을 깨워봐야지. 5시에 일어나서 필사하고 인강 듣고, 오전에는 씽큐 베이션 마지막 온라인 모임 zoom으록 하고, 서점 가서 책 4시간 읽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어. 그러니 응원해줘! 네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잖니. 지금의 삶이 가치 있을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면 더 힘이 날 것 같아. 후회보다는 파이팅을 할래! 30대보다 멋진 40대를 만들어볼게! 기대해주고, 10년 후에 또 한 번 보자고!





한 달 5기 자기 발견


1 DAY  당신은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

https://brunch.co.kr/@nager128/271

2DAY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의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세요.

https://brunch.co.kr/@nager128/273

3DAY 지금의 당신을 있게 만든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https://brunch.co.kr/@nager128/274

4DAY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인생을 크게 구분한다면?

https://brunch.co.kr/@nager128/276

5DAY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순간들은 언제인가요?

https://brunch.co.kr/@nager128/280

6DAY 당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하나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https://brunch.co.kr/@nager128/282

7DAY 당신안에 모순된 성향 또는 욕망은 무엇인가요?

https://brunch.co.kr/@nager128/286

8DAY 내가 보는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에서 차이를 느낀적이 있나요?

https://brunch.co.kr/@nager128/287

9DAY 당신의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가지 전환점은 무엇인가요?

https://brunch.co.kr/@nager128/288

10DAY 당신의 동료는 누구인가요?

https://brunch.co.kr/@nager12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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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런스 관련 글 모음

https://brunch.co.kr/@nager12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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